[부산 고려인마을①] 초량 TCK 하우스 가면, 고려인삶이 온전히 보인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4년 만에 다시 찾은 초량동 차이나타운. 텍사스거리 간판과 고려인마을마다 문을 연 임페리아(부산 초량동 차이나타운만 옛 간판) 등 고려인동포가 운영하는 상점들도 여전하다.
아시아발전재단에서 간행한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2021) 제2부[지방의 고려인마을] 제3장[경상남북도(부산광역시)] 편에 초량동(텍사스거리의 고려인동포와 가게들)을 소개하면서도 ‘부산시 초량동 차이나타운’이라고 했다. ‘고려인마을’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고려인사회의 구심점이 될 만한 지원단체를 찾지 못했다.
2022년 국립민속박물관이 간행한 『부산·경남 러시아어권 이주민들의 생활문화』(노용석·이정화·현민) 보고서에 소개된 초량 TCK(Third Culture Kids) 하우스를 방문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부산 초량동 고려인마을도 한국내 고려인마을 지도에 넣기로 했다. 초량동 차이나타운 속의 러시아타운은 이제 ‘부산 고려인마을’로 부족함이 없었다. 러시아어권 이주민 학생을 돌보는 애드하트 NGO ‘초량 TCK 하우스’가 초량동 고려인사회를 품고 있었다.
해외 봉사활동을 위주로 하던 에드하트 NGO 소속 교사들이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방향을 바꾸었다. 해외에 나가는 대신에 초량의 고려인 및 러시아어권을 포함한 다문화 사람과 그들의 자녀(제3의 문화권 아이들)를 돌보는 TCK 하우스를 설립했다.
1990년대 초반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학생 때부터 초량동 차이나타운/러시아타운에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무역업을 해온 장임식 TCK 하우스 기획실장은 이미 2019년부터 초량에서 한국어수업을 해왔다.
초량에 사는 러시아어권 사람들은 대부분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부산이 좋아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 그는 이들 가족의 한국 정착을 돕는 것이 인구절벽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임마누엘교회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TCK 하우스를 돕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부산에 정착하는 외국인 학생의 한국학교 적응을 위해 한국어학급(늘샘반)을 운영하는 거점학교를 지정했다. 인구감소지역 동구의 초량초등학교도 그중의 하나로 러시아어권 학생들이 100여명에 이른다. 그런데 거점학교의 늘샘반은 이미 포화상태다. 학생이 거의 다 러시아어권이다. 따라서 한국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방과 후와 또 주말에 TCK 하우스에 오는 학생들은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지도로 한국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중국어, 프랑스어, 그리고 음악 수업과 체육활동도 한다. 학생들의 변화에 초량초등학교에서도 고마워하고 있다. 한국어가 부족한 대학생 유학생들도 TCK 하우스에 온다. TCK 하우스와 협력관계에 있는 익투스 엔터테인먼트의 익투스 밴드는 지역주민과 다문화 가정을 위해 매월 1회 공연(찬양, 기타 음악)도 갖는다.
TCK 하우스는 ‘작은도서관 사업’을 수행 중이다. 3천여권의 다양한 언어의 책이 갖춰져 있다. 함께 모여 책을 읽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선생님을 따라 운동하는 꼬마들도 신나 보인다. TCK 하우스의 모든 수업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TCK 하우스는 매일 봉사자뿐만 아니라 방문자 목록을 기록하고 있다.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2만 명이 넘었다. TCK 하우스가 (초량동 고려인마을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TCK 하우스는 초량동 외국인 주민들이 더 잘 모일 수 있도록 러시아어권 중에서 가장 많은 우즈베키스탄부터 커뮤니티를 구성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고려인동포가 대부분이다. TCK 하우스에서 힐링플레이 상담을 담당하는 최희씨와 한국어수업도 강의하는 TCK 하우스 장임식 기획실장,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 온 러시아인 알료나 라지레바 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1976년 출생인 알료나는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다니일과 TCK 하우스에 산다. 알료나의 이야기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