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산책] <함동선의 시세계>…’그리움’과 ‘어머니’

함동선의 시세계

“6.25직후 피울음 삼키고 떠나온 고향 연백 연작시 100수 더 내고 어머니곁 가시길…”

황해도 연백 출신 시인 함동선(咸東鮮, 호 산목散木)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함동선의 시세계>(국학자료원, 2013)은 이승하, 문덕수, 원형갑, 장백일 등 국내 주요 시인과 문학평론가 등 30여명이 함께 엮은 것으로 시인의 시적 여정과 문학적 성취를 심도 깊게 소개하고 있다.

1930년 5월21일(음) 황해도 연백군 해월면 해월리 664번지에서 아버지 함유태(강릉 함씨)와 어머니 해주 최씨 현걸 사이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안 함동선 시인. 그는 6.25전쟁 직후 월남해 평생을 남한에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세대다. 고향 연백을 떠나오던 날, 마당에 서 있던 어머니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온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평생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존재의 외로움을 노래했다. 90대 중반이 되어서도, 함동선은 고향과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그의 시 세계를 변함없이 지탱하는 중심축이었다.

<함동선의 시세계>는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함동선 시인의 시세계를 논의한 평론과 연구 글을 모았으며, 2부는 그의 시집에 실린 해설과 시평을 모았다. 3부는 이미지즘, 정신분석학, 기호론적 관점에서 논의한 함동선 시인론을 담았고, 4부는 시선집 <한 줌의 흙>에 대한 시해설과 신간평을, 5부는 서문과 발문, 신간서평, 월평 등을 수록했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발간사에서 “편집을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이 책 간행을 계기로 함동선의 시세계 연구가 본격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간 꼭 11년 흐른 2024년 4월, 함동선 시인은 자신의 총서(叢書) 격인 이 책을 필자에게 건네며 깊은 상념에 젖었다. 아마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으리라.

황혼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고향과 어머니를 마음 깊이 품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함동선 선생은 ‘느리게 살기’, ‘욕심 버리기’, ‘꾸준한 창작활동과 문단활동’, ‘알맞게 걷기’ 등을 평생의 철학으로 삼아 실천해왔다. 필자와 함 선생은 혜화동 경주이씨화수회관 2층 공간에서 지금도 두어 달에 한번씩 마주친다. 15년 전만 해도 매일같이 출근하던 함 선생은 이제 백세에 가까운 연세로 행동반경이 다소 좁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그가 고향 연백의 산수와 인심을 담은 연작시를 백수쯤 더 남겨놓고 어머니 곁으로 떠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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