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영 고려인마을①] 진영으로 고려인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김해 진영 고려인마을 지도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전국적인 명성의 특산물인 진영단감의 원산지이며, 창원시 근교 지역으로서 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김해시 진영읍. 고려인동포가 많이 산다고 해서 한번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월 31일 아침 9시 KTX 진영역에 내린 후에 바로 노무현 대통령기념관이 있는 봉하마을로 향했다. 5.9km 승용차로 10분 거리였다.

서울 구로동 조선족교회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사료관>

“중국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국경과 법, 제도가 우리를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믿음은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03년 12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구로동 조선족교회를 찾아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조선족 동포들을 찾아 방명록에 남긴 말이다. 이후 불법체류 중국동포에게 자진 출국의 기회가 주어졌고, 2007년 마침내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만 25살 이상의 중국과 CIS 동포들도 최장 4년 10개월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취업할 수 있는 방문취업(H-2) 비자제도가 시행되었다. 역설이지만, ‘코리안’이면서 ‘코리아’에서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의 합법적인 한국살이가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방문취업 비자제도는 재외동포를 국적에 따라 차별한 것이다. 15년이 지난 현재도 입국 후 5년째에 되면 무조건 출국해야 하는 H-2 비자로 한국살이를 하는 동포들이 많다. 장기체류가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제도와 통합해야 할 때가 되었다.

김해 고려인마을은 동상동을 비롯한 구도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진영읍에 고려인이 더 많이 살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려인 청소년 관련 소식이 자주 보도되었다. 지난 3월 31일 아침 봉하마을에 들렸다가 진영읍 경남단감원예농협 금병지점 2층에 있는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를 사전 약속도 없이 방문했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다시 찾기로 했다.

1942년 읍으로 승격된 진영읍은 남해고속도로와 KTX 진영역, 부산과 창원 등 대도시와 접근성이 쉽고 5개의 산업단지(농공단지)가 가까이 있어 일자리가 많다. 또, 학교와 관공서, 상점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곳이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밀집해 있다. 깨끗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진영을 둘러보면서 중등학생 자녀를 둔 고려인 가족이 진영에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했다. 김해 구소련친구들 황원선 대표가 들르고 싶은 곳이라 해서 고려인 부부가 운영하는 상점에 갔다. 전국의 고려인마을마다 볼 수 있는 임페리아푸드(Imperia Foods)였다.

임페리아푸드 진영점

다시 진영을 찾기 전에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손은숙 이사장께 진영의 고려인마을 문화지도 제작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며칠 후 관내이 주요 유관 기관(규모가 큰 인력소개소인 영진코퍼레이션도 포함)과 고려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 6곳이 들어 있는 지도를 받았다. 임페리아푸드도 들어 있었다.

6월 1일 진영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임페리아푸드에 들렸다. 마침 3년 전에 러시아 사라토프에서 들어온 둘째 딸 라리사(23세)와 태어난 지 6개월 아이까지 가게에 나와 있었다. 츠가이라디온(Tskhay Rodion)과 텐나제즈다(Ten Nadezda) 부부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0년 전이다. 7년 전에 한국에 온, 진영초등학교 3학년인 10세 막내아들 세명(한국 이름으로 지은)이를 잘 가르치고 싶었다. 부부는 국내 여러 곳에서 일하다 3년 전에 진영에 정착했다.

고려인 가족 츠가이라디온·텐나제즈다 부부와 딸 라리사와 0세 손자. 완쪽은 필자

48세와 44세인 부부가 손자만 벌써 셋이다. 아이가 둘인 큰딸(24세)과 최근 결혼한 셋째딸(20세) 가족은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다. 부부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딸네 가족도 모두 진영으로 부를 생각이다. 고려인마을을 다니면서 3대가 사는 고려인가정을 많이 보았지만, 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젊은 엄마와 6개월 젖먹이까지 3대 고려인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11월 30일에 돌잔치를 갖는다고 우리를 초대했다.

임페리아푸드는 새벽 5시에 문을 연다. 아침 출근하는 사람도 가게를 찾지만, 야간근무를 마친 고려인동포가 주 고객이다. 고기만두인 삼사는 츠가이라디온이 직접 만들지만, 레표시카(식빵) 등 여러 종류의 빵은 임페리아푸드 본사에서 보내주는 냉동생지로 빵을 굽는다. 그래서 전국의 임페리아푸드에서 판매하는 빵은 어디에서나 맛이 똑같다고 한다.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 학부모 모임,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진영의 고려인들은 주말이면 인력사무소 영진코퍼레이션이 제공하는 큰 홀에서 함께 모여 생일잔치도 갖고 댄스파티도 즐긴다. 중앙아시아에서의 생활문화로 한국살이의 고단함도 달랜다.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진로와 취업지도까지 받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행사를 돕고 때로는 서툰 공연이나 부모님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사실 고려인부모들은 교육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고된 노동에다 한국어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고려인 청소년 학부모 모임을 가져온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Mrs. 손(은숙)에 고마워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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