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고려인마을③] 3.1운동 터전 ‘향남’에서 한·중·러 만세 기념행사 개최를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경기 남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농복합도시 화성시는 크게 동부(병점, 동탄 등)와 서부로 나눌 수 있다. 서부는 다시 북쪽의 남양읍과 남쪽의 향남읍을 중심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려인동포는 향남읍과 남양읍에 많이 살고 있다. 주변 공단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고려인동포 자조 단체가 형성되지 못했고 상가 수도 적다. 또한, 다른 외국인 집거지에 비해 화성시에는 전체적으로도 중국동포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화성 향남의 구도심인 발안만세시장 주변은 실로 ‘아시아촌’이라 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9년 10월 탐방팀(김용필, 주동완, 정막래)과 함께 방문했던 향남 발안만세시장 거리. 3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고, 파출소 옆의 만세운동벽화(파란색 ②)도 없어졌다. 아시아국가 국기벽화거리(파란색 ⑥)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파란색 ⑩)도 사라졌는데, 쓰레기 더미였던 길모퉁이가 평리마을정원으로 바뀌었다.
향남의 3.1만세교는 여전히 1919년 3.31일 발안장터 만세운동을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일제강점기 화성은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활발한 만세운동이 전개된 지역이다. 독립운동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우정면 화수리 항쟁, 송산면 사강리의 3.1 운동 그리고 향남읍 제암리 학살까지… 지금 발안(만세)시장은 아시아 출신이 더불어 사는 ‘아시아시장’이 되었다.
중국동포에 이어 고려인동포도 향남에서 새 삶터를 이루고 있다. 이제 향남에서는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도 초대하는, 중국 용정 3.13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3.17 반일시위운동도 기억하는, 만세운동 기념행사를 개최하면 어떨까?
향남에서 만난 고려인동포
2023년 5월 ‘한아찾’ 화성 향남 탐방, 고려인식당 플로리다에서 점심을 먹었다. 6년 전에 만난 고려인 여성 박플로리다와 한국인 이종형 씨. 고려인동포가 많이 사는데 식당이 없었다. 부부는 지역주민과 고려인동포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 만두와 고려인이 즐겨 먹는 삼사(고기만두) 등을 함께 팔고 있다. 향남의 고려인동포와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문화더함공간 ‘서로’ 조정아 서로장께 플로리다에서 점심을 약속하면서 고려인동포도 초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주 최씨 러시아 국적의 최비탈리 씨가 동석했다. 도시락을 꺼내 특별한 식사(각종 야채)를 준비했다. 식이요법 중이었다. 비탈리는 아내와 발안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가끔 통역 일도 하는데, 비탈리는 태권도 선수였다. 몇 년 전에 암 진단을 받고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고 다시 살아났다.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려인공동체를 이루어 힘들게 정착하는 고려인동포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탈리 씨가 더 건강해져서 향남의 고려인동포 리더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