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사회문화

[임영상의 글로컬 뷰] 지방의 ‘동포마을’ 조성과 ‘대학’의 역할2…”귀환을 넘어 내일을 심는 일”

한국 내 고려인마을 지도(2025년). 붉은색 테두리는 형성 중인 지역 <제작 주동완>

한국에 사는 조선족과 고려인은 이제 이주민 아닌 ‘귀환’ 국내 동포다!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 10월 26일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국내 거주 동포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국내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동포 규모는 86만4245명(전체 국내 외국인의 32.6%) 이며 대다수는 재외동포(F-4) 자격으로 체류 중이다.

중국동포가 7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점차 하락 추세이며, 고려인 동포는 12.4%로 많지는 않지만 그 수가 급증했다. 2013년 2만1441명에서 2024년 10만7381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중국동포는 수도권에 83%가 체류하고 있고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적다. 그러나 한국어를 상실한 고려인동포는 서울 중구의 광희동을 제외하고 전국의 산업단지 인근의 원/투룸단지를 중심으로 사는데, 500명 이상의 고려인마을이 26곳, 200명 이상의 고려인 거주도시/지역도 5~6곳에 이르고 있다.

인구감소지역(89)과 인구감소관심지역(18) <행안부>

주지하듯이, 저출생 고령화 문제로 인구가 지속해서 줄고 지방소멸이 한국사회의 현안이 되자 한국정부의 외국인 정책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 모두 한국 정착에 엄격한 규제로 공부를 마치거나 단기간 일하고 출신국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그러나 2023년 4차 외국인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능한 외국인 인력의 유입과 국내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인구감소관심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이 단적인 사례다. 유형1(외국인 우수인재) 사업은 외국인 유학생(D-2 비자)과 외국인 근로자(비전문취업 E-9 및 전문취업 E-7 비자)가 89개 인구감소지역에 4년 이상 취업한다는 조건에서 가족동반 정착이 가능한 체류(F-2) 비자 혜택을 주었다. 유형1 사업은 지역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2024년 사업부터 유형1 사업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한정되자 도시(부산, 대구 등) 지역은 성과가 좋았으나 농촌 지역은 법무부가 배정한 우수인재 쿼터를 채우지 못했다. 2025년부터는 전문취업(E-7) 비자 근로자가 89개 인구감소지역 및 18개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취업할 경우에 지역특화 비자(E-7-R) 혜택을 주기로 했다.

유형2(외국국적동포) 사업은 동포가족이 89개 인구감소지역에 이주‧정착하는 경우에만 비자 혜택(타민족 배우자의 합법적인 취업과 영주권 취득 조건 완화)을 주고 있다. 그런데, 2025년 사업에서도 18개 인구감소관심지역 이주, 정착도 비자 혜택을 주지 않았다. 2026년부터는 유형1 사업과 마찬가지로 18개 인구감소관심지역에도 비자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들어오는 동포가족은 자녀교육 문제로 지역 ‘거점’ 도시인 인구감소관심지역을 더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3년 동안 유형2 사업은 성과를 올린 지자제가 사실상 충북 제천시뿐이다. 그러나, 지방소멸대응기금(21억5천만원)을 사용한 제천시도 2026년까지 1,000명의 고려인 가족을 유치, 정착시킨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2025년 7월 현재 270명이 정착했다. 이주 준비 중인 300여명은 ‘예정 상태’이다. 그렇다면, 왜 아쉬운 성과에 머물고 있을까? 필자의 소견이다. 저렴한 주거와 제조업 일자리 부족 등 외에 지역 대학(대원대, 세명대)이 고려인 학생, 특히 당장 취업이 가능한 성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지 못한 점이 이유가 아닐까?

보건의료 유학생 유치를 위한 익산시/원광대의 노력을 기대한다!

지난 10월 20일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발전특구사업단 회의실에서 익산시 교육공동체지원센터(공동 센터장 원광대 박성태 총장, 정헌율 익산시장, 정성황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와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이사장 채예진) 양측은 “보건의료 유학생 유치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센터의 실무 책임자인 교육발전특구사업단 단장인 원광대 사범대 김대희 교수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익산 정주 가능성이 큰 ‘고려인 성인 학생’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다.

익산 교육공동체지원센터와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MOU 체결. 왼쪽부터 황나제즈다(원광대 국제교류처 특임교수), 한인경(익산시 교육협력과장), 김대희(교육사업단장), 채예진(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이사장), 이하나(익산시 교육특구계장)

마침, 지난 8월 24일 법무부/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24개 대학에 원광보건대(2026년 통합 원광대)가 선정되었다. 이미 원광보건대는 웰니스케어과를 신설하기로 하고 2026학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은 정원 외로 선발하는데, 웰니스케어과는 익산시 교육공동체지원센터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전공이다. 그런데, 외국인 요양보호사도 젊은 학생보다 40대 이상의 성인 학생이 졸업 후 지역에 정주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익산에 정주할 의사가 있는 고려인 성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학생 유치가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고려인 성인 학생이 웰니스케어과 정규 학생으로 또는 단기 8주 양성과정으로 익산에 정주하게 된다면, 익산의 작은 고려인마을 조성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가족도 함께 익산에 정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대학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인구감소/인구감소관심지역 지자체가 익산시만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관련해 전북, 경북, 충북에 관심을 기울였다. 상대적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세 지역에서도 사립대학과 협력해 동포마을을 조성할 수 있는 지자제가 여러 곳이 있다. 전북 정읍시(전북과학대), 경북 영주시(동양대), 충북 영동군(유원대) 등이다. 지역 초등학교의 폐교도 지방소멸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대학의 폐교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 25년 동안(2000~2025년) 20개 대학이 폐교했는데, 18개가 지방 대학이다. 2018년 2월 폐교한 서남대(남원시)도 그중에 하나인데, 2026년 3월 과거의 서남대가 전북대 남원 글로컬캠퍼스로 부활한다. 다만, 전원 외국인 학생을 선발한다. 전북대는 외국인 학생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내 체류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 학생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인 남원시와 협력해 남원에 정착할 가능성이 큰 성인 학생의 유치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 23일 재외동포청이 국회의원회관 204호에서 국회의원 한병도·이재강·채현일 의원과 공동 주최한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대화’의 한병도 의원 환영사를 다시 읽음으로써 2024년 1월 시작한 [임영상의 글로컬 뷰] 연재를 마친다.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국회 정책대화 (2025.7.23.) 한병도 의원 환영사 일부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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