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플리Zip>은 웃음을 가볍게 소비하는 책이 아니라, 웃음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열고 관계를 부드럽게 하며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유머의 아카이브’다. 나녹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에는 모두 415개의 유머가 담겨 있다. 328쪽 분량에 가격은 1만6000원. 한 손에 척 들어오는 크기 역시 이 책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부제는 ‘30년 방송 유머 PD가 골라낸 실전형 유머’. 말 그대로 이 책에 실린 유머들은 즉석에서 소비되는 농담이 아니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1년 반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편씩 올린 유머 가운데, 독자 반응과 공감을 거친 것들을 다시 선별해 묶었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웃음을 오프라인의 한 권으로 압축했다는 점에서 <유머플리Zip>은 제목 그대로 ‘웃음의 압축 파일’에 가깝다.
책 속 유머들은 부담 없이 읽히지만, 그 결은 결코 가볍지 않다.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조롱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의 아이러니와 인간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품격 유머’가 중심을 이룬다. 출퇴근길, 대기 시간, 잠들기 전 짧은 순간에 펼쳐 읽기 좋지만, 웃음 뒤에 남는 여운은 길다.
특히 책 뒤에 실린 ‘시크릿 유머 10법칙’은 이 책을 단순한 유머 모음집에서 한 단계 끌어올린다. 유머를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언어를 바탕으로 유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실전 가이드다. 유머를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과 태도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다.
저자 김웅래는 한국 방송 유머사의 한 축을 이끈 인물이다. KBS <유머1번지>를 기획·연출했으며, ‘동작그만’, ‘탱자가라사대’ 등 숱한 국민 유머 코너를 탄생시킨 방송 유머 PD의 대부로 꼽힌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웃음을 만들어온 경험과 감각이 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집콕일기> 이후 3년 만에 나온 이번 책은, 웃음이 사치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기술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유머플리Zip>은 팍팍한 시대를 건너는 독자에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인간적인 웃음을 건네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