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 페터 한트케 원작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삶의 무도회’ 국립중앙박물관 17일·20일 오후6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한 형태의 공연이 관객을 만난다.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삶의 무도회>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공연으로, 요즘 시대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깊이와 울림을 지닌 무대다. 말보다 몸과 시선, 움직임으로 인간의 시간을 사유하게 하는 이 작품은 ‘공연’이라기보다 하나의 살아 있는 경험에 가깝다.

이번 공연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의 길’을 따라 관객이 직접 이동하며 관람하는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해진 좌석이나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하나의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별도의 예매는 필요 없지만, 공연의 구조상 조금 일찍 도착해 동선을 익히는 것이 권장된다. 관람객은 본관 3층 경천사지 10층석탑 앞에서 공연의 시작을 맞게 된다.

<삶의 무도회>는 과거 문화비축기지에서 코로나 시기 여름날 공연된 바 있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관객과 배우, 공연자들이 함께 비를 맞으며 공연을 이어갔고, 그 장면은 ‘몰아일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현장을 지켜본 이들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공연을 다시 한 번 자신 있게 추천한다.

무대에는 20명의 배우가 참여하지만, 이들이 갈아입는 의상은 무려 260벌에 달한다. 서로 다른 옷과 몸짓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상징한다. 연출은 김아라가 맡았으며, 언어를 최소화한 비언어적 형식으로 시간의 흔적, 삶의 상처, 그리고 공존과 희망, 평화라는 인간 삶의 궁극적 가치를 관객에게 조용히 건넨다.

공연은 12월 17일과 20일 오후 6시에 열린다. 공연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공간에서, 역사와 현재, 예술과 삶이 겹쳐지는 순간을 만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연극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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