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울의 재일 조선족과 한국의 중국동포

도쿄에서 열린 이홍매 지은 <일본에서 살기> 출판기념회 (사진 변소화)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재일 조선족 이홍매 작가가 2016~2021년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시절에 취재한 재일 조선족사회 취재 기사와 또 자신의 일본 생활기를 한 권의 책으로 도서출판 북코리아에서 낸 것이 2022년 1월이다.

그 후 2022년 11월 북코리아 이찬규 사장이 이홍매의 <일본에서 살기> 책을 보내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고 몇몇 동포언론 대표와 편집국장 앞으로 책을 보내면 좋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동포언론 모두 <일본에서 살기>를 크게 소개했다. <동포세계신문>은 영상인터뷰와 그 내용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필자도, 조금 늦었지만, <아시아엔>에 ‘귀환동포’의 ‘한국에서 살기’ 저서 나올 때 됐다···조선족 이홍매 기자의 ‘일본에서···’처럼” 칼럼을 썼다.(2023.1.27.)

필자는 4개 언어를 구사하는 이홍매 작가의 아들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동북아시아인’으로 규정한 재일 조선족 이강철 교수를 만난 이야기도 함께 적었다.

이홍매 작가의 연결로 이강철 교수와 다시 연락되었다. 이강철 교수가 지난 2월 12일 서울 대림동에서 열리는 삼강포럼에 특강을 요청받았다는 이메일이 와서 그날 만나기로 답을 보냈다. 2월 12일 저녁 이강철 교수와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자 다음날 이홍매 작가가 2월 10일 도쿄에서 가진 출판기념회 소식과 사진을 보내왔다.

주인공 이홍매 작가가 한복을 입고 있어 더 돋보였다. 2016년 12월 이홍매 작가를 소개한 권향숙 교수와 일본조선족연구학회 제5~6기 회장 정형규 교수, 또 <일본에서 살기>의 “재일 조선족 여성들, 우리말 지키기 10년”의 도쿄샘물학교 전정선 교장 얼굴도 알아볼 수 있었다. 현수막 상단에 쓴 ‘재일 조선족 삶에 대한 기록’ 글씨가 크게 보였다. 이홍매의 <일본에서 살기> 출판기념행사는 ‘글로벌 코리안’ 조선족의 성공 신화, 또 이를 뒷받침하는 재일조선족 커뮤니티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처럼 보였다.

현재 일본조선족연구학회 회장인 권향숙 조치대학 교수가 2011년 일본어로 저술한 것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종원 교수가 한국어로 옮긴 <이동하는 조선족>(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5) 등의 연구를 통해 한국의 독자도 재일 조선족의 ‘일본살이’가 한국과는 다른 사례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벌써 6~7년 전이지만, 권향숙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재일 조선족들이 일본어를 아는 것이 장점이지만 다민족국가에서 왔기에 적응력이 강하다. 조선족들이 일본에 진출한 후 단시일 내에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 상당하기로 놀라울 정도다. 조선족들이 일본의 기업인으로 일본의 주류 사회와 상층에 진출하여 활동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현상이 동아시아에 많지 않다.”

지난 2월 일본 조선족 이강철 교수를 초청해 열린 제1회 삼강포럼 후 기념촬영

지난 2월 12일(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구 서남권글로벌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1회 삼강포럼(대표 곽재석·장경률)에 참석했다. 일본 사단법인 동북아미래구상연구소 소장 이강철 호쿠리쿠(北陵)대학 교수도 만나고, 또 그의 특강 “동북아지역 평화와 번영에서 조선족의 역할”도 듣기 위해서였다.

이강철 소장은 1959년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 출신으로 1991년 일본에 유학,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두만강 개발과 경제’ 연구와 정책개발에 매진하는 가운데 그는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 영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와 몽골어도 구사하면서 ‘동북아인’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그는 두만강 개발에 있어 조선족의 역할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1999년 ‘재일조선족연구회’도 만들고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했다.

2001년 12월 개최된 제1회 국제심포지엄 주제가 ’21세기의 조선족의 발전 및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에서의 역할-재일 중국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것은 당연했다. 이때 일본의 저명한 학자인 도쿄대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가 “동북아 공동의 집과 조선족 네트워크” 기조 강연을 맡았다. 2004년 11월 개최된 제2회 심포지엄에서는 저명한 재일학자인 강상중 교수가 “코리안 네트워크의 구축과 동북아 공동의 집” 특별강연을 했다.

2007년, 재일조선족연구학회가 공식 발족한 이후에도 이강철 교수는 제3차 재일본 중국조선족 국제심포지엄(2009.12)에 황유복(중국), 이승률(한국), 가사이 노부유키(일본) 3인을 기조 강연자로 위촉했다. 한국의 재외한인학회도 참여한 제4차 심포지엄(2011.12)에 필자도 “동북조선족 사회와 민족문화관, 한국사회의 협력” 주제로 특별보고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2일 “동북아지역 평화와 번영에서 조선족의 역할” 특강에서, 이강철 교수는 자신의 개인사와 함께 ‘일본에서의 조선족 활동상황’, ‘조선족 국제 네트워크의 구축 활동’, ‘21세기의 조선족사회의 발전 전망’ 순서로 열강(熱講)을 펼쳤다. 그는 재일조선족연구학회 외에 재일 조선족의 사회경제 및 문화 활동에 일본의 주류 언론이 ‘在日華人’ 주제로 심층 보도한 사실을 소개했다. “일본에서의 조선족의 존재감이 향상되었다”는 것인데, 주류 사회 진입을 알린 셈이었다.

아사히신문 2010.2.13. 기사 (사진 이강철)

이강철 교수는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의 정세가 지극히 어려운 시기지만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노력이 멈출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조선족의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동북아지역에서 제일 유력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한 많은 조선족 인재들이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그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끝으로 이강철 교수는 ‘21세기 조선족사회의 발전 전망’에서 ‘GKC(Global Korea Chinese) 포럼’을 열자고 제안했다. 즉, Global Korea Chinese Forum 글로벌조선족포럼을 개최해 조선족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했다. 세계화상대회나 세계한상대회처럼 학술, 비즈니스, 시민 네트워크 구축이 3위 일체가 되어 북경, 동경, 서울, 뉴욕에서 순번으로 매년 포럼을 개최하자고 주장했다. 뉴욕 플러싱의 조선족사회를 경험한 필자도 ‘뉴욕 조선족 포럼’이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재일 조선족사회는 글로벌조선족포럼을 개최할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2019년 30여 조선족 단체 참여한 가운데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가 발족했다. 이어 2021년에는 조선족발전기금회를 설립했다. 또한, 2022년에는 조선족문화회관 설립을 추진했다.

이강철 교수 강의 중에 필자가 촬영했다.

이강철 교수의 발표에 이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정인갑 전 청화대 교수, 한승헌 서울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일본지역학과 석사과정 세 사람이 지정토론을 했다. 먼저 이동렬 대표는 재일 조선족사회와 재한 조선족사회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하면, 재일 조선족사회처럼 재한 조선족사회도 여러 단체를 하나로 묶고 구심체를 만들 수 있냐?”며 이강철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정인갑 교수는 재일 조선족이 일본 주류 사회에 뛰어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이강철 교수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조선족이 중국과 한국에서 주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한 원인은 신뢰를 얻지 못한 조선족 자체에도 있음을 지적했다. 한승헌 석사생의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선족이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북아에 사는 ‘조선족의 정체성’을 이용한 세계시민 인식 양성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수도권의 중국동포타운 구글문화지도 (제작 주동완)

‘귀환’ 중국동포, 한국사회의 주류로 살아가기

사회자인 삼강포럼 곽재석 대표가 필자에게도 발언 기회를 주었다. 필자는 80% 이상 수도권에 사는 중국동포사회가 아직은 관심이 적은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소개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전국의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에 89곳이 인구감소지역이다. 결국, 한국정부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가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22.10~2023.10)

부산과 대구광역시뿐만 아니라 경북과 전북, 전남, 충남과 충북의 여러 시군구에서 외국인 유학생(유형1)을 지역에 유치, 정착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동포가족(유형2)은 아직 관심이 적다. 동포는 본인이 직접 지역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어를 상실한 고려인동포들에게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소개하는 중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중국동포가 지방의 거점 대도시 주변의 인구감소지역 중소도시로 이주해 정착한다면 ‘대사건’이다. 한국 주류 언론이 대서특필할 것이다. 사람이 귀한 지방에서 중국동포의 경제사회, 문화 활동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주류로 들어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삼강포럼에서 발언하는 필자 (사진 EKW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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