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유기농 미생물농법 실천 그토록 힘들지만, 그래도…

“농약을 치지 않으니 삽시간에 망사가 되어 다 주저앉을 것만 같다. 새벽과 밤에 벌레 잡고, 아침나절과 오후에는 물주고, 한낮에는 풀 뽑고 하다 보니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모두 뒷전이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브라질 한농 오아시스농장에서 천연 유기농 미생물농법으로 자라고 있는 참깨 밭.

[아시아엔=김제경 한농제약 대표] 오늘은 천연 유기농 미생물농법을 실천하는 분이 대자연의 섭리를 읽으면서 식물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농사를 짓는 조선희 회원 사례다.

단순하고 쉽게만 보이던 무공해 농법,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비료도 주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고 멀칭도 하지 않으면서 쉴 틈 없이 달려드는 벌레 떼를 물리쳐야 했고, 미주 지부 형제들이 다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수확과 검게 윤이 나는 무공해 가지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작물에 대하여 무한정한 애정과 관심과 수고가 필요했다.

나는 100평 정도의 가지 밭을 가꾸는 책임이 주어졌다. 비닐하우스에서 막 내다 심어 놓은 가지 모가 죽 정렬해 있는 모습은 처음부터 그렇게 대견해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나의 모든 관심은 온통 가지 모에 쏟아졌다. 갑자기 내리쬐는 태양열에 기진맥진한 가지 모가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꼭 죽을 것만 같아, 길고 긴 호스를 수없이 연결하여 이른 새벽부터 한 포기 한 포기 물을 주기 시작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다 주고 나면 아침 9시. 그때야 배고픈 생각이 들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들어가 아침을 먹고 숨을 돌린다. 그러고도 정오의 태양이 내리쪼이면 가지들이 다 타 죽을 것만 같아 해가 한풀 꺾이기를 기다려 또 물줄기를 잡고 캄캄해질 때까지 물을 주며 정을 들였다.

그렇게 며칠 하다 보니 이제 제법 생기가 돈다. 흙 맛을 보았나 보다. 겨우 자리를 잡고 파랗게 자라나 했더니 잡초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지나무들과 같이 자라난다. 무당벌레도 달려들어 연한 이파리에 구멍을 송송 뚫어 놓는다. 농약을 치지 않으니 삽시간에 망사가 되어 다 주저앉을 것만 같다. 새벽과 밤에 벌레 잡고, 아침나절과 오후에는 물주고, 한낮에는 풀 뽑고 하다 보니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모두 뒷전이다.

가지는 다른 작물보다 유난히 벌레가 많이 타는 작물이어서 종래의 농법으로는 다이아논이라는 농약을 하얗게 몇 번이고 뿌려야만 겨우 가지를 딸 수 있다고 했다.

자연농법으로서는 도무지 벌레들을 당해낼 수 없어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모두 포기하고 말았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성공해 내고 싶었다. 반드시 가루 농약을 한번도 살포하지 않고 비료도 주지 않은 무공해의 건강한 가지 열매를 식구들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밑거름으로는 계분과 풀과 유기질 효소를 잘 섞어 겨우내 발효시켜 놓았던 것을 주어 해결하였고, 농약 대신 재에다 물을 섞은 자연 살충제를 만들어 뿌려주었다.

한 포기 한 포기 눈으로 익히면서 마치 아기를 돌보듯 친구의 사정을 들어주듯 정성을 들였다. 모든 필요를 채워 주고 싶어서 같이 얘기를 나누었다.

“오늘 너희들이 필요한 게 뭐니? 목이 마르니? 어디가 아프니? 벌레들이 괴롭히니?”

자연 농약을 여러 번 뿌려 주었는데도 역부족이었던지 벌레들이 수없이 달려든다. 도무지 당할 수가 없어서 아예 이파리 한 장 한 장을 뒤로 제쳐 가며 살폈다. 벌레들이 숨어서 갉아먹어 이파리가 송송 뚫려 있는 것을 보면 내 몸이 상한 것처럼 아팠다.

점심시간 30분 정도 쉬는 외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다 보니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만 나타나면 가지들이 서로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고 기다렸다는 듯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친구들과 만나 정담 나누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사랑과 애정은 한없이 쏟아졌다.

내겐 더 이상 농사가 지겹고 힘든 일이 아니었고, 비로소 자연과의 만남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가지나무는 그 자연의 문을 열어주는 인연이었다.

하루는 된 볕에 김을 매고 일어서는데 그만 허리가 삐끗하더니 가슴이 콱 막혀 왔다. 숨도 쉴 수 없고 말도 못하고 허리를 펼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몰려왔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눕고 말았다. 돌아누울 수도 없는 통증 가운데도 눈앞에 가지나무들이 어른거렸다.

하루 쉬는 동안 인정머리 없는 벌레들이 다 뜯어먹을 것만 같다. 불쌍하게 죽어가고 있는 친구들 비명소리에 도무지 견딜 수 없어 하루 만에 밭에 나가고야 말았다. 아무리 못해도 3주 정도는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허리로 끙끙거리며 벌레를 잡다 보니 어느새 통증도 잊어버렸다.

사랑은 불가능을 정복하는 무기인가?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불볕더위도, 밤에 물밀듯이 몰려오는 피곤함도, 끊어질 듯한 허리 통증마저도 삼켜 버리고 어느새 내 몸을 밭고랑에 나와 있게 만드니 참 신기한 일이다.

가지 모들이 하우스에서 처음 이사 나왔을 때 ‘저게 과연 살아나려나, 과연 열매를 딸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던 나무에서 첫 열매를 땄을 때에는 그 몇 개 되지 않는 가지가 내겐 황금보다 귀했다. 이 첫 열매를 형제들에게 나눠 줄 수 있게 된 기쁨이란. 시중에 나와 있는 가지들은 가지같이 보이지도 않았고, 오직 내가 딴 가지만이 진짜 가지같이 보였다. 지구 어느 구석을 뒤져도 이런 가지를 찾을 수 없고, 임금님도 이런 가지는 먹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보았던 ‘무공해’라는 낱말이 이렇게 힘들고,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오직 형제들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바로 무공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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