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억울한 옥살이 멕시코교도소에도 추석 보름달 떠오를까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는 38살 양아무개(38)씨가 차디찬 방에 240일째 갇혀 있다. <아시아엔>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멕시코 검찰에 의해 ‘성매매 납치’ 혐의를 받고 수감돼 있는 양씨 관련 기사가 최근 여러 매체에서 앞다퉈 보도되고 있다.
<아시아엔>에는 주로 방송사를 중심으로 매일 4~5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상근기자라야 한 자릿수에 불과한 신생언론사에 KBS, MBC, SBS, jtbc 같은 ‘메이저급’ 방송사에서 연일 피디와 작가들이 전화로 사실관계를 문의해오고 있는 것이다. 주간 <시사저널>이 지난 주에 보도한 이후 <중앙일보> 역시 추석 전 집중 보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는 이미 보도한 언론사도 있고 계속 취재중인 곳도 있다. 뉴스보다는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2월 <한인신문> 등 현지 교민신문이 보도한데 이어 지난 6월 경제지 M과 석간 N일보가 국내에선 처음 보도했다.
<아시아엔>이 보도에 나선 것은 이보다 1달 이상 뒤였다.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데다 특히 양씨의 수감 배경의 원인이 된 멕시코대사관 경찰영사의 직무유기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 교민 H씨와 양씨의 여동생은 ‘예상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아는 대로 얘기해줬다. 또 역설적으로 기사작성에 매우 고마운 진술이 확보됐다. 그것은 경찰영사와의 통화 과정에서 나왔다. 그의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사건 초기 검찰한테 돈을 주었으면 이 고생 안 해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재판 중이라도 돈을 주면 석방될 수 있는데 (양씨쪽에서) 안 한다.”
이 말들에 포함된 역할은 바로 경찰영사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는 심지어 “범죄자한테 면회도 가고 법원에도 여러 차례 갔으면 내 할 일 다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공공연히 하고 다녀 교민들의 원성을 샀다. 해외에서 교민들이 사법처리를 받을 때, 유무죄에 관계 없이 교민을 위해 일하라고 있는 게 영사 자리 아닌가 말이다.
기자들은 이런 영사를 만날 때 사실관계에 더 접근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아마 경찰영사는 이같은 기자세계에 대해 미처 몰랐을 것이다. 아니 그동안 자신처럼 ‘대충대충’ 해도 승진과 보직에서 불이익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양씨는 오늘도 차디찬 교도소 방에서 언제 풀려날 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양씨는 교도소에선 외부로 통화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도 한국의 어머니에게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이유를 들려줬다. “칠순을 앞둔 엄마는 언니 감옥 있는 거 전혀 모른다. 알면 당뇨가 높은 엄마는 쓰러진다. 언니도 그게 가장 맘 아프다고 한다.”
양씨 사건이 자칫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멕시코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객지 나가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데 모이는 게 요즘 추석풍습이다. 혹시 추석 아침 함께 해야 할 사람이 안 보인다면 주저말고 그 사람 안부를 물어보자. 올해 추석인사는 “함께 있어줘 고마워”가 어떨까 싶다.
추신=다른 매체에서 이미 보도됐는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온 K작가의 이 말이 그래서 더 고맙다. “한 줄이라도 더 보도되면 양씨 석방에 도움되지 않을까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