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한겨레 하어영 기자 ‘박근혜 세월호 90분’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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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겨레신문 하어영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중 90분을 밝혀냈다.

관련 기사 일부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지금까지 행적이 드러난 바는 없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그날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알 수 없다”로 일관했다. 문고리 3인방 중 핵심인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또한 “박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다”는 말을 제외하면 침묵했다.

강남 청담동 미용실 원장인 정아무개씨는 그 ‘7시간’ 중 1시간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이 확인된 ‘유일한’ 사람이다. 5시간30분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지만, ‘올림머리’는 그 시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 90분의 머리 손질은 나머지 330분을 해석하고 추론할 가능성을 열었다.

■ 오전 1123: 김장수 “315명 갇혀”

박 대통령의 416일 오전 시간은 여전히 장막에 가려 있다. 알려진 바로는 2014 3월부터 2014 6월까지 해외순방 일정을 제외하고 매주 수요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일 일정 또한 비운 상태였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관저를 벗어나 청와대 집무실로 가거나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공식 일정을 오전 내내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전 10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첫 보고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받은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외부 접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전 10시 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지만, 이 또한 지시를 직접 한 것인지조차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상황인식은 올림머리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올림머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머니 고 육영수씨를 떠올리는 듯한 모양을 박 대통령은 늘 고집해왔다. 최근 10여년 동안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다음날인 417일 하루뿐이라고 알려졌을 정도다. 그런데도 미용사 정씨를 호출한 시간이 12시라는 건 오전 내내 박 대통령이 ‘무방비 상태’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그 시각 그렇게 경계를 풀고 있었던 것을 놓고는 미용시술부터 늦잠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할 부분이다.

12: 박 대통령 미용사 호출

‘올림머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절박함이나 긴급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위해 청와대가 미용사 정씨에게 연락한 것은 정오가 다 돼서다. 박 대통령은 1123분께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미구조된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는 유선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보고에는 315명이 구조를 받지 못하고 배 안에 갇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미용사 정씨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 손질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위기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정씨가 청담동 미용실에서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40분 내외다. 정씨는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고 미용실을 통해 자신에게 예약된 업무를 취소한 뒤 필요한 물품을 챙겨 청와대로 향했다.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말하자면 박 대통령은 300여명의 구조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 시간 반짜리 올림머리를 위해 강남의 10년 단골 미용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 흘러간 골든타임 90

박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한 오후, 이른바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는 해경이 선체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수중수색 작업에 나선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경은 오후 내내 선체 진입도 하지 못한 채 구조 실패를 거듭했다. 재난·구조 전문가들은 국가재난의 상황에서 일상적인 초동대처를 할 수 있는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군·경의 합동작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합동작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세월호 선체에 접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설치된 것은 해경이 아닌 해군(SSU) 대원에 의해서였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한 시각은 오후 3시였다. 방문이 아닌 방문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미루어 3시까지도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완성한 상태로 5시15분이 돼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다. 중대본 방문 뒤 에어포켓 등 생존자 수색과 관련한 요구는 계속됐지만 대통령의 지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73571.html?_fr=mt1#csidx237df4533d5baa48f67daaa3c2a3aa5

길지만 전문을 인용했다. 그런데 하어영 기자가 이 기사를 취재한 뒷 얘기가 멋있다. 그가 오늘 아침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밝힌 취재기 중 인상적인 대목과 그와 통화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며칠 동안 미용실에 가서 원장과 안면을 트고 물었다. 두 번 직접 대면해 물을 기회가 있었다. 그분도 직업에 투철한 분이라 쉬 말씀을 하지 않았다. 거기서 머리도 했다. 지금 머리가 그거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하면서 “결혼할 때 이후 청담동에서 두 번째 했는데, 가장 비싼 돈을 내고 머리를 했다. 두자리 숫자 금액이다. 회사에 청구할 예정이다. 나름 결과도 있으니.

“원장 얘기는 아니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1시간 반 머리 한 것에 대해 기사 쓰겠다 하니 분명히 ‘네’하고 답했다.

다음은 기자와 통화한 내용.

“숏커트 12만원 주고 했다.

“솔직히 원장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안하고 걱정도 된다.

“의심되는 것에 대해 모두 취재하되 보도는 사실이 정확하게 확인된 것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어영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추적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미용사를 찾았고, 그뿐 아니라 그의 미용실 직원들과도 얼굴도 트고 맘을 열도록 하기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었다. 그리고 직접 중학생 스타일로 보이는 그 비싼 ‘청담동 머리’도 했다.

그는 한겨레 대표 특종기자다. 그는 기자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한국기자협회 선정 ‘한국기자상’을 3번 받았다. ‘장애인의 성’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사건’ ‘아동학대’ 등. 모두 인권과 부조리에 관한 것들이다. 2005년 한겨레 15기로 입사한 12년차 기자로 창간 1기로 한겨레 기자가 된 내게는 한참 후배다. 하지만 지금은 후배인 그에게 내가 배우는 게 훨씬 많다. 그게 기자사회다.

몇년 전 한국기자상 시상식 자리에서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열심히, 그저 열심히 하는 거죠. 기자니까요···.

그렇다. 열심히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 그리고 평소 신뢰관계를 쌓고 험한 곳, 욕먹을 곳 마다지 않는 것이다. 독자를 보고 독자를 늘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다. 그게 기자다.

매체 영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체의 신뢰도다. 기껏 제보했는데, 기사는 안 나오고 딴 목적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딴 목적’은 짐작해 보면 뭔지 알 수 있을 거다.

요즘 대통령이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북한이 조용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면 내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994 1월 중순 제임스 울시 미 CIA 국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얘기다. 그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한승주 외무, 이병태 국방장관 등을 만나러 온 것이다. CIA 국장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의회 출석때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밀사항이다. 한겨레신문은 제임스 울시의 극비 방한 사실과, 국방부 본관을 들어서는 제임스 울시의 사진을 촬영해 보도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가판’을 본 국방부 고위간부가 밤 8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는 핸드폰이 없을 때라 삐삐를 받고 통화가 됐다.

“북핵문제로 시끄러운데 이 기사가 나가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안보에 영향이 크다. 기사 빼달라. 청와대 등에서 어떤 조치가 나올지 미리 얘기해주는 거다.(이에 앞서 이날 저녁 5시께 안기부요즘 국정원에 파견 나가 있던 L장군은 기자에게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곤란하다. 사진과 기사가 AP나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이미 보도됐다. 그리고 국방부만 안보 걱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CIA 국장이 북핵문제를 의논하러 한국을 방문한 기사는 ‘미국이 한국안보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요인도 될 거다.

기사와 사진(설명)은 한 단어도 바뀌지 않은 채 한겨레신문 1면 사이드톱으로 보도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특히 기자의 특종과 관련해 절대 공짜는 없다. 그 뒤에 땀과 눈물과, 때로는 피가 섞여야 나오는 게 특종이다. 하어영 기자와 한겨레 보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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