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디자이너가 250일간 갇혀있는 멕시코 감옥서 어떤 일이?

멕4

<아시아엔>은 지난 8월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 8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양아무개(38)씨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그의 근황을 최대한 상세히 전달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찾아왔다. 그러던 중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낮 11시(한국시간, 현지에선 밤 9시) 양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양씨와 <아시아엔>과의 통화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아시아엔>은 앞서 2차례 그와의 통화를 바탕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아시아엔>은 그가 수감돼 있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과 그의 교도소 일상 등을 정리해 독자들께 전한다. <편집자>

-교도소 안에서 가족처럼, 엄마처럼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지요. 자신들은 1, 2페소도 없으면서 베풀려고 하는 사람들이예요. 처음 이곳에 올 때 신발도 안 신은 채 왔는데 챙겨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 경찰들은 안 그래요. 재소자 중 임신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밖에서 임신하고 온 사람도 있지만, 엄청 많은 여성들이 이곳에서 임신을 해요. 이들이 돈 없는 걸 알고 교도소 경찰이 접근해 성관계를 요구하고 돈을 몇푼 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거죠. 음식을 조금 주고 그 댓가로 성관계를 하여 임신하는 경우도 있어요.

-마리화나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는 임신부들도 꽤 있어요.

-제가 있는 방은 프로텍션룸이라고 하는데 모두 8명이?있어요. 저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유일한 동양인이라 여기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리 온지 두달쯤 됐는데 처음엔 13명이 있는 비좁은 방에서 있었어요. 지금 제가 있는 프로텍션룸엔 가위로 목을 찌르고, 포크로 눈과 머리를 다친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산타마르타는 여성교도소라 이 방에도 여성들만 수감돼 있지요. 교도소 전체에는 1000명 정도 이상 수감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베이지색과 파란색 두 색깔로 된 옷을 입는데, 베이지색은 미결수. 파란색은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입습니다. 저는 재판이 안 끝났으니 베이지색 옷을 입고 있구요. 미결수 가운데는 단순절도에서 살인까지 섞여 있어요.

-재소자들 식사시간은 아침 10시반부터 11시까지, 그리고 저녁때는 5~6시예요. 죽과 과일 같은 게 나오는데 거의 못 먹어요. 여기선 위생관념 같은 게 없어요. 배식하는 여자 죄수들 손톱에 때가 그대로 낀 채 장갑도 안끼고 있어요. 밥그릇도 쓰레기통 뒤져서 음식 담을 만한 용기에다 적당히 담아 먹어요.

-저는 위가 안 좋아 안 먹는 게 편해서 오후 2~3시쯤 동생이 면회 올 때마다 견과류나 요플레 같은 거 포장해서 갖다 주면 매점에서 생수 사갖고 얼려서 안 상하게 그 위에 올려놓고 며칠씩 먹어요.

-교도소에 나오는 물은 말도 못해요. 거의 검은색에 가까워요. 벌레나 석회석도 섞여 나오기도 해요. 안 씻을 수 없으니 물을 받아놨다가 고양이 세수하듯이 씻곤 하지요.

-여기 오고 나서 처음엔 우울증이 심해 하루종일 잠만 잤어요. 요즘은 아침 7시에 인원점검 받고 청소로 시작해요. 하루하루 청소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낮에는 빨래도 하고 책도 읽고, 가끔 원단 있으면 조그만 소품 같은 것 만들어 동생한테 전달해 줘요.

-여기는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한 여름에도 나무그늘 아래는 추워요. 담요 여러 개 덮어도 다리가 시려워요. 밤에는 한기가 무척 느껴지지요.

-다행인 것은 외부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여기 면회올 사람이 동생밖에 없어요. 그래서 써둔 편지를 동생한테 전합니다. 그리고 진짜 신기한 건 외부로 전화가 되는데 두달 정도 됐다고 합니다. 국제전화도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기자님과 통화가 된 거구요.

-초기엔 억울하고 너무 무기력해져서 아무 것도 안하고 또 못했는데 요즘엔 책도 읽고 그래요. 최근 재밌게 읽은 건 <나를 사랑하는 법>, <뜻밖의 한국사>, <엄마를 부탁해> 그리고 멕시코 관련 소설 몇권 읽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한국소설 구하기 힘들어서 동생이 구해다 준 것 들이지요. 그리고 미술사 책을 좋아하는데 특히 서양미술사에서 잘 알려진 화가들의 잘 몰랐던 성장배경을 참 인상깊게 읽었어요.

전화 통화 끝에 기자가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른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모씨가 답했다. “교황님도, 한국 대통령님도 다녀가셨어요. 그래도 국민들은 참 착한 것 같아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