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공포정치] 이라크 후세인 닮은꼴 에르도안 ‘피의 숙청’에 터키 앞날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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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터키에서 쿠데타에 가담한 장병들이 팬츠만 입고 꿇어 엎드려 있다. 군인으로서 이런 치욕이 없다. 터키는 6·25 전쟁 참전국이다.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터키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같아 배우기에 매우 쉽다. 7세기에 북방 유목민족인 돌궐이 서진하여 셀주크 터키를 만들었고 이것이 후에 오스만 터키를 세우게 된다. 군인이었던 케말 파샤는 이슬람왕조인 오스만제국을 붕괴시키고 세속주의 터키를 만들었다. 문자도 유럽의 알파벳을 차용하였다. 케말 파샤가 아타튀르크, 즉 터키의 국부로 불리는 이유다.

터키가 이슬람국가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케말 파샤는 세속주의를 정립하고 군이 이를 보장하도록 하였다. 터키에서 군부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군의 독특한 역할에서다. 이는 불교와 함께 왕실을 보존하는 군부가 수시로 정치에 개입하는 태국과 같다. 꿇어 엎드린 군인들의 추태는 터키 역사에서 대단히 낯선 것이다.

1937년 일본에 2·26사건이 일어났다. 군부의 조직적 쿠데타라기보다는 하급장교들에 의한 군사반란이었다. 천황의 단호한 결심으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사건에 연루된 장교·하사관은 체포되었는데 총살을 시키면서도 비단장막을 드리웠다. 천황의 적자인 장교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하사관과 병들에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장교의 위치는 이렇게 높았다. 오스만제국 이래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는 터키 군대가 이렇게 대우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에르도안은 정적 귤렌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귤렌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사법부와 학교의 반대파도 소탕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국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가? 에르도안이 터키의 호메이니를 꿈꾸고 있다면 오산이다. 1970년대에 카터의 미국에 말할 수 없는 굴욕을 안겨준 호메이니가 절대권력을 누렸던 것은 성자적 측면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검소했고 세속적 욕구를 초월하였다.

에르도안은 밝혀진 것만으로도 3개의 궁전을 가지고 있고 수천억원의 재산을 모은 현대의 술탄이다. 그는 경제정책 성공으로 총리로 장기집권하다 대통령이 되었다. 쿠데타 진압도 SNS를 이용하여 민중에 호소한 것이 주효하였다. 그는 호메이니보다는 후세인 같은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에르도안은 미리 쿠데타 조짐을 알고 있다가 가시화되기를 기다린 후 일거에 반격해 권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그는 군부는 물론 사법부와 교사들까지 수천명을 숙청하고 있다. EU는 “법대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에르도안은 ‘멋대로’ 하고 있다. 터키가 EU의 일원이 될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EU는 본래 서유럽이 중심이 되고 남유럽, 동유럽은 부수적이었다. 터키는 더 유럽에 생소한데 에르도안의 행태는 문명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에르도안이 이슬람국가를 만든다면 터키는 문명세계에서 퇴장당한다. 터키는 나토의 중요고리였다. 보스포러스해협은 러시아의 흑해함대를 봉쇄하는 서방의 최전선이다. 미국은 이러한 터키를 중시해왔는데 에르도안이 이렇게 막 나가면 또 골치 아프게 생겼다.

터키는 아타튀르크가 건설한 본래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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