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이 ‘쿠데타 배후’라 지목한 귤렌 2013만해평화상 ‘공적서’
[아시아엔=편집국]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터키 쿠데타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페툴라 귤렌(Fethullah Gulen, 1941~)은 2013년 8월 대한불교조계종과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수여하는 만해상(평화부문)을 수상했다. <아시아엔>은 당시 귤렌의 만해상후보 공적서를 독자들께 소개한다. <편집자>
페트라 귤렌은 이렇게 말한다. “관대해져라. 바다같이 넓은 가슴을 가져라.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영감을 받아라. 어려움에 처한 영혼이 없도록 손을 내밀고 관심을 가져라.”
그는 터키의 학자이자 사상가·작가·시인·교육운동가·평화주의자로 종파와 문화를 초월한 대화와 과학·민주주의·영성(spirituality)을 지지하며 폭력이나 종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상호 결합하는 것에 반대한다.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문명의 협력을 촉구하며 충돌에 반대한다.
페툴라 귤렌은 터키를 비롯한 세계 무슬림들에게 존경받는 권위있는 수니파 학자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은 60권이 넘으며 독자는 터키에만도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의 책은 영어·아랍어·러시아어·독일어·스페인어·우르두어·보스니아어·알바니아어·말레이어·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었고 해외에서의 영향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책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개인 라디오나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그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페트라 귤렌은 폭력과 테러, 자살테러에 반대하며, 특히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공개적으로 9·11 테러를 비난한 첫번째 무슬림 학자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이를 규탄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인류애와 종교적 관점에서 테러와 자살공격을 규탄하는 이슬람의 시각을 담은 책을 출간했으며, 서구 독자뿐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이와 같은 입장을 전하고 있다.
터키의 수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해 일본·케냐·미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이유로 테러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이래 10여년이 넘는 동안 페툴라 귤렌은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간 대화를 활발히 시도해 왔다. 그는 터키에서 소수를 차지하는 그리스정교·아르메니아정교·가톨릭·유대교 등 다양한 소수종교들을 인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해 왔다. 해외에서는 종교간 대화에 대한 그의 생각에 영감을 받아 서로 다른 종교간 상호이해·공감·평화적 공존·협동의 공동목표를 위한 많은 조직이 설립됐다. 대화와 관용에 대한 그의 노력은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외적으로는 제 264대 로마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와 이스라엘의 세파르디회 최고랍비인 엘리야후 박시도론 그리고 다른 종파 대표들과의 만남과 화합을 이끌어 냈다.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이슈들에 대한 그의 사랑, 동정심, 열린마음 등으로 그는 ‘현대의 루미’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루미의 후손이자 최근의 수피교 대표였던 세픽 칸으로부터 루미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책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1999년부터 워싱턴 D.C.에 있는 루미포럼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페툴라 귤렌이 집필한 수피즘에 대한 책들은 대학 과정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다. 페툴라 귤렌에 대해 가장 특기할만한 점은 그의 시각과 생각이 단지 수사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 프로젝트로 더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중등학교, 대학 등을 비롯한 수백개의 교육기관이 페툴라 귤렌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워졌으며, 지역의 개척자들, 이타주의적 교육자들, 헌신적인 부모들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교육기관의 설립을 지원했다. 터키 남동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북아시아, 동유럽 등에 있는 이들 학교는 종교와 문화의 조화로운 관계의 상징이며 신앙과 이성의 성공적인 융합인 동시에 인류애의 실천에 대한 헌신이다.
특히 필리핀, 터키 남동부,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서는 이들 교육기관이 가난을 줄이고 교육기회를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국제올림피아드의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페툴라 귤렌은 민주주의를 유일하게 생존 가능한 정치지배체계라고 보는 민주주의 지지자다. 그는 종교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이용되는 것을 비난하며, 시민들이 국가의 정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고 참여하기를 권장한다. 그는 지배에 관한 이슬람 교리의 유연성과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이슬람 교리의 호환성을 강조한다.
그는 과학과 신앙은 양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고 보고 인류의 편의를 위한 과학연구와 기술발전을 장려한다. 페툴라 귤렌의 영향을 받아 구호기관, 언론기관, 전문협회, 의료기관 등이 건립돼 세계평화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