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즈멧운동’ 주창자 귤렌 “에르도안 독재타도, ‘터키 민주화’에 전세계 동참을”

페툴라 귤렌

작년 7월 중순 발생한 쿠데타 이후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파 및 민주화 요구 국민들에 대한 숙청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대통령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헌 국민투표가 통과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배하는 터키는 민주화에 역주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르도안 독재체제에 꾸준히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현재 미국에 망명중인 페툴라 귤렌이 15일자 <워싱턴포스트>에 특별기고를 했다. <아시아엔>은 귤렌의 기고문 전문을 번역해 게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페툴라 귤렌 터키 히즈멧운동 주창자] 미국과 터키 양국 정상이 화요일(16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내가 근 20년간 거주하고 있는 나라 미국과, 나의 조국 터키의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IS와의 전쟁, 시리아 난민 문제 등 양국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가 참으로 많다.

한때 세속적이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 위에 있던 희망의 나라 터키는 지금 권력에 취해 반대파를 모두 굴복시키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에 의해 알아보기 힘든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서구세계는 터키가 민주화의 길로 회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16일 진행될 미국과 터키의 정상회담이나 다음 주 개최될 나토 정상회담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해 7월 15일 발생한 끔찍한 쿠데타 시도 직후 에르도안은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잔인성을 가차없이 보여줬다. 30만명 이상의 무고한 터키국민이 체포·구속·해고·직위해제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물론 에르도안에 의해 의도된 일이다. 쿠르드족, 알레위파, 세속주의세력, 좌익인사, 언론인 및 지식인 그리고 나와 연계된 평화를 지향하는 히즈멧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나는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이를 적극적으로 규탄하고 내가 거기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나아가 쿠데타 참여는 나의 이념과 상반되는 것이며, 나의 이상을 짓밟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에르도안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5000마일 멀리 있는 나를 쿠데타 배후로 지목했다.

쿠데타 바로 다음 날, 어느 은행의 고객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고 해서, 혹은 어떤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는 이유로 수천명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히즈멧운동을 지지하거나, 단지 그럴 것이라는 추측으로 범죄자 낙인을 찍히며 수천명의 삶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졌다.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이미 몇달 전 사망한 이들도, 쿠데타가 일어난 시각에 나토 유럽본부에서 근무중인 군인들 이름도 있었다. 이는 쿠데타와 무관한 이들의 리스트가 이전부터 준비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 인권감시기관들은 터키와 관련해서 납치, 고문, 살인 등의 사건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경우 그곳에서 15년 동안 살아 온 학교 교장을 비롯해 히즈멧운동과 연계된 3명을 추방하라고 말레이시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들이 터키에 소환되면, 교도소로 보내지는 것은 물론 고문을 당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4월 실시된 부정의혹이 제기된 개헌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표차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 입법·사법·행정부의 3권을 장악한 강력한 대통령제를 관철시켰다. 그는 개헌 이전에도 법을 뛰어넘는 권력남용을 통해 삼권을 상당 부분 쥐고 있었다. 터키 국민들이 이제 권위주의 시대에 빠져든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처음에는 에르도안이 그렇지 않았다. 그가 속한 정의개발당(AKP)은 2002년 유럽연합 가입을 목표로 하는 민주주의적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에르도안은 반대 의견에 관대하지 못했다. 그는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수많은 언론사를 통폐합시켜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탈바꿈시켰다. 2013년 게지공원 사태 때는 과잉진압을 서슴치 않았다. 그 해 12월 에르도안 내각이 대규모 비리에 연루되자 그는 검찰·경찰 및 언론을 통제해 이에 맞대응했다. 작년 7월 선포된 ‘임시’ 계엄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교도소에 수감중인 기자의 1/3이 터키 기자라고 한다. 에르도안의 탄압은 더 이상 터키 국내 이슈만이 아니다. 시민단체, 언론인, 지식인 그리고 쿠르드계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압은 장기적으로 볼 때 터키의 안전 및 안보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이미 터키사회는 AKP 정권을 중심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에르도안 독재 치하의 터키는 폭력적인 원리주의단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며 쿠르드계 국민들에게는 크나큰 좌절감을 안겨주며 중동지역 안보에는 악몽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터키국민들은 동맹인 유럽과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터키는 1950년대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나토는 회원국의 필수요건인 민주주의 지표들을 터키에 요구할 수 있으며 또한 요구해야 한다.

터키가 민주주의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2가지 중대한 과제가 있다.

첫째, 개헌이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서구의 성공적인 민주주의 경험에 생겨나온 국제 표준의 시민헌법으로의 개헌을 말한다.

둘째,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국가권력은 개개인의 인권으로 통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또한 사법부의 중립과 언론자유의 중요성, 과잉 민족주의의 위험성, 종교의 정치화 그리고 국가 및 특정인물 신격화의 위험성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 두가지 과제의 실현에 앞서 터키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국민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고 피해 국민들의 권리를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나는 터키가 세계에서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조국 터키가 권위주의에 의한 내리막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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