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류 이슬람사상가 귤렌 “쿠데타 혐의 밝혀지면 터키 귀국해 어떤 처벌도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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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5일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쿠데타 배후로 지목되며 각국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터키의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은 “나에 대한 혐의가 밝혀진다면 터키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배신한 쿠데타 시도가 시작된 지 20분만에 사건의 배후도 알려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를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엔>은 귤렌의 프랑스 <로 몽드> 기고문을 터키 <하베르 코레>와의 제휴에 따라 전문을 번역해 게재한다.<편집자>

지난 7월 15일 터키에서 발행한 쿠데타 시도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재난이었으며, 우리는 가까스로 그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날 밤, 터키에서 일어났던 일은 테러로 규정할 수 있다. 터키 국민들은 더 이상 군의 정치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합쳐 저항했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나 역시 쿠데타 시도가 있은 직후, 강력한 어조로 쿠데타를 규탄했다.

국가와 국민을 배신한 쿠데타 시도가 시작된 지 20분 후, 사건의 배후도 알려지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를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했다. 당시 사건의 구체적인 모습도 그릴 수 없었으며,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지난 50년 동안 발생했던 군사쿠데타마다 큰 피해를 입어왔던 나로서는 쿠데타 시도와 나를 연계하는 것에 대해 실로 괴로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나는 나를 둘러싼 이러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

나는 지난 17년 동안, 스스로의 선택으로 미국에 있는 작은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큰 군대를 그것도 내가 사는 곳에서 10000km나 떨어진 터키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게끔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세계 언론들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이다.

쿠데타 가담 군인 중 히즈멧운동 지지자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자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가의 통합을 저해시키는 행위를 벌인 것이다. 이는 내가 평생 동안 강조해왔던 주장을 무시한 채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군에 남아 있는 정치개입 문화에 영향을 받아 히즈멧의 소중한 가치들을 무시하는 군인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여나 그럴지라도 이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히즈멧운동을 일반화히거 폄하할 수는 없다.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이번 쿠데타에 가담한 사람은 누구라도, 그들이 어떤 세력에 속할지라도 반드시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통해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부터 터키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하며, 나는 이 위원회의 판결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적이 있다.

히즈멧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난 50년간 단 한 차례도 폭행사태에 연루된 적이 없다. 지난 3년 동안 히즈멧운동은 ‘마녀사냥’을 당했지만 시위를 벌이거나 공안경찰과 충돌한 일이 없다. 최근 3년간 히즈멧운동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과 혹독한 핍박을 받아온 히즈멧 지지자들은 터키법이 규정하는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해왔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 역시 법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터키공화국은 지난 3년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국가의 모든 정부기관, 특히 사법기관을 통해 내가 ‘평행정부’, 즉 터키 정부 내의 또다른 정부를 주도하고 있다는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온갖 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2013년 말 에르도안은 자신의 정부에 대한 비리수사가 진행되자 나를 지지하는 관료들이 이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비리수사를 하나의 쿠데타로 규정했다. 당시사건으로 4000명이 체포당했고, 수만명이 해고당했다. 그렇지만 마침내 에르도안 정권은 아무런 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2013년 5월, 에르도안 총리는 나와의 만남을 앞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으로 비유할 만큼 높게 찬양한 바 있다. 그러던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비리 수사 이후, 히즈멧 지지자들에 대해 ‘마약중독자’ 또는 ‘뱀파이어’ 같은 모욕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7월 15일 쿠데타 시도 이후, 에르도안의 공격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터키정부는 나와 히즈멧 지지자들을 몸에서 없애야 할 ‘바이러스’ 또는 ‘암세포’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한때 지지를 보냈던 각종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모욕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은행계좌를 압류했으며 여권을 취소해 출국을 막고 있다. 정부의 마녀사냥으로 수십만 가정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9만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그 중 교사 2만1천명은 자격을 취소당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해외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정부는 국민들이 굶어주기를 바라는가? 유럽역사에서 벌어졌던 인종 학살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모두 겪었으며, 여타 국민처럼 나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1971년 3월 12일 쿠데타 때는 교도소에 끌려갔으며, 1980년 10월 12일 쿠데타 당시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6년 동안 피신해야 했다. 1997년 2월 28일 발발한 쿠데타 때는 비무장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다. 군사정권 때는 세 차례나 테러단체 지도자라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모든 재판에서 나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지금까지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때마다 쿠데타 지도부는 나를 겨냥했다. 그런데 지금 문민정부 하에서도 나는 똑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나는 투르구트 외잘 전 대통령, 슐레이만 데미렐 전 대통령, 뷸렌트 에제비트 전 총리 등과 같이 나와 다른 이념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가졌으며 이들을 지지해왔다. 그들도 히즈멧운동, 특히 교육과 평화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슬람주의에 거리를 두고 있다. 나는 에르도안과 그가 세운 정의개발당의 정권 초기에는 그들의 정치개혁을 위해 지지했다. 하지만 나는 군대가 정치에 간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나는 22년 전 “민주주의와 세속주의의 후퇴는 절대 안 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나의 발언을 두고 현 정권에 가까운 이슬람주의 세력들이 나를 모욕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날에도 이 입장을 지지하며 견지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내가 쓴 글과 연설을 담은 저서는 70권이 넘는다. 이 책들에는 쿠데타를 반대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인류 공동가치에 대한 내 생각이 담겨 있다.

터키의 해방은 민주주의 발달과 공정한 국가운영으로만 가능하다. 군사쿠데타도, 강압적인 시민통제도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 폐쇄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언론들은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인 상황에서 터키시민의 대다수는 7·15쿠데타 뒤에 내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고 있다. 하지만 국제여론은 현재 터키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을 터키정부의 권력 공고화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수의 생각이 아닌, 공정한 재판을 통해 밝혀지는 진실에 있다. 지금껏 혐의를 받고 있는 나와 무고한 수십만명의 사람들은 오직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의심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4년부터 정부가 사법제도를 통제하면서 나와 히즈멧 지지자들은 우리의 명예를 회복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나는 국제적으로 조직된 위원회가 터키 쿠데타의 진상을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나 역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만일 위원회의 조사로 내가 받고 있는 혐의의 증거가 조금이라도 밝혀진다면, 나는 터키에 돌아가 어떠한 강력한 처벌이든지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히즈멧운동의 지지자들은 전세계 1백개 넘는 국가의 정부, 정보기관, 연구자와 시민단체로부터 25년 동안 주목을 받아왔지만, 단 하나의 불법행위조차 밝혀진 바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히즈멧운동과 쿠데타 혐의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히즈멧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정치권력이 아니며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수많은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테러로 인해 피로 물든 저개발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낮은 교육 수준과 빈곤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그곳에 이슬람사원이나 코란학원 대신 일반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히즈멧운동 참여자들은 터키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의 160개 국가에서 교육·의료 그리고 인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무슬림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와 모든 인종의 사람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 여자고등학교를 열었고, 내전이 심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교육사업을 지속했다. 보코하람이 소녀들을 납치하는 나이지리아에서도 히즈멧운동의 지지자들은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프랑스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도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히즈멧 지지자들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에 맞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프랑스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해 피해를 입은 나라가 무장세력과 싸우는 것을 지지하며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따라서 이들 지역의 일반 무슬림들이 문제를 야기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자유로운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는 테러행위로 이슬람의 아름다운 이름을 더럽히는 알카에다와 IS로부터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고 있지만, 이들을 테러세력으로 규탄하는 성명을 멈추지 않았다. 터키는 각국 정부에 7월 쿠데타를 히즈멧 지지자들이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쿠데타와 무관한 히즈멧 학교에 대한 협박을 그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가 테러조직이라고 낙인찍어 폐쇄한 기관들은 학교, 병원 그리고 구호단체들이다. 정부에 의해 체포 또는 구속된 수만명은 대부분 교사·사업가·의사·교수·기자들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이 쿠데타를 지지했거나 폭력 행위에 가담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반대자를 체포하지 못하자 가족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고 있으며 신체가 불편한 기자들까지 구금하며 가혹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또 병원 30여 곳과 구호단체 ‘킴세욕무’를 폐쇄하고 교수 1500여명에 대해 강제사직서를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들 행위는 쿠데타와는 하등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터키정부의 이같은 불법행위는 히즈멧운동을 타겟으로 하며 에르도안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정부기관에서 축출하고 시민사회단체를 협박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자행하고 있는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불법연행·감금·고문 등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7월 15일 벌어진 쿠데타는 선거로 수립된 정부에 대한 반민주적인 행위임에 틀림없다. 특히 터키 국민들이 이를 저지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평가받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쿠데타를 막아낸 것이 민주주의 승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소수의 다수에 대한 지배나,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 형태 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지도자의 독재 등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의 지배 즉 삼권분립과 표현의 자유를 토대로 한 기본인권 및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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