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페툴라 귤렌 “IS 테러, ‘문명의 충돌’ 아닌 ‘인간성과 야만성의 충돌’”
터키의 이슬람학자이자 교육 운동가인 페툴라 귤렌이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 <르 몽드>에 IS를 규탄하는 특별기고문을 보냈다. 한국에선 만해대상 평화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귤렌은 <르 몽드>에 “무슬림이라면 테러를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호소하였다. 그는 무슬림들이 테러를 음모론에 입각해 다루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소외 계층이 테러리즘에 빠지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한 논조로 비판하였다. 또한 테러가 이슬람 세계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온전히 이루지 못한 가운데, 권위주의적 분위기에서 생긴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교육을 통해 사회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민운동인?‘히즈멧운동’의 창시자인 그는 올바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아시아엔>은 페툴라 귤렌의 특별기고문을 독자들께 전한다. -편집자
[아시아엔=페툴라 귤렌 터키 이슬람학자] 최근 소위 이슬람국가(IS)라고 불리는 테러리스트 집단에 의해 자행된 잔혹 행위를 보면서, 그 슬픔과 분노를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IS가 비정상적인 이념을 종교로 포장하여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현실에, 전세계 15억 무슬림과 함께 깊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우리 무슬림은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세계인들과 힘을 합쳐 테러를 포함한 폭력행위를 근절시켜야 하며, 또한 이슬람의 퇴색된 의미를 되살려야만 합니다.
특정 집단 혹은 종교의 정체성이나 신념을 추상적 언어로 포장하기는 쉽지만, 집단이 그릇된 행동을 계속한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진실성과 신념은 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종교적 신념은 추상적인 구호로 포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류가 공유하는 핵심가치를 준수해야만 종교적 신념을 다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IS를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이 주장하는 그릇된 이념을 단호히 규탄하며, 종교적 다원주의를 지지합니다. 인종, 국가, 종교 보다 앞서는 것은 인류공동의 인본주의이지만, 이는 인간성을 상실한 야만적 행위가 자행될 때 마다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파리에서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들, 베이루트에서 목숨을 잃은 시아파 무슬림 레바논인들, 이라크에서 희생된 수니파 무슬림들, 이들 모두는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종교와 민족을 떠나서 인류의 고통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 세계의 문명이 발전합니다.
무슬림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회피하는데 일조한 음모론들을 멀리하고, 우리가앓고 있는 문제들과 마주해야합니다. 음모론을 제기하며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이슬람공동체가 권위의식, 가정폭력, 청소년에 대한 무관심, 균형 잡힌 교육의 부재 등으로 인해 전체주의 사고방식을 지닌 테러조직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에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기본권, 자유, 법치주의와 다원적 세계관을 지키지 못해, 공허 속에서 절망과 씨름하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추구하는 집단에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최근의 파리 참사는 성직자와 일반 무슬림이 이슬람의 이름아래 자행되는 야만적 행위를 거부하고 규탄해야 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고난의 시기에 거부나 규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이슬람공동체는 정부당국, 종교 지도자, 사회운동가 모두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테러리스트 양성을 방지하고, 이들을 격퇴해야 할 것입니다.
무슬림 청년들, 민주주의 가치 체득해야
우리 이슬람 공동체는 끊임없이 협력하여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파멸의 길로 향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며, 이들 가정의 상담 등 지원책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슬람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주도 하에 무슬림들이 테러 방지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무슬림 청소년들도 민주적 방식으로 찬성이나 반대를 표현하는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킨다면 젊은이들의 마음에 민주주의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이런 비극이 발생할 때 마다 극렬한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반이슬람 정서의 확산과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로 치부하는 태도는 비생산적일 뿐입니다. 유럽의 무슬림은 평화롭고 평온하게 살고자 합니다.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을지 모르나, 무슬림 시민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녹아 들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해당 정부의 통합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슬림으로서 이슬람이 시대의 여건과 소명에 부합할 수 있도록, 그 종교적 신념을 비판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실천했듯이 말입니다. 이것은 과거 이슬람 전통에서의 이탈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적인 자문자답을 통해 꾸란의 진정한 가르침과, 우리 무슬림 선조들이 밝히고 시도했던 예언자의 전통을 다시금 되돌아봐야 합니다.
무슬림들은 특정 집단이 이슬람의 맥락에서 벗어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비정상적인 이념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무슬림 사상가와 학자들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전체론적 접근방식을 독려했습니다. 핵심가치를 따르고 신념을 갖는 것은 독단과 구분돼야 합니다. 종교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이슬람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사상의 자유’라는 정신의 부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토양 속에서 무슬림은 종교의 탈을 뒤집어 쓴 잔악한 행위와 과격한 폭력을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담론이 부활한 것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가정을 처음 세운 사람이 예방의 차원으로써 그랬는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날 이런 담론의 부활이 테러조직의 테러리스트 양성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우리 인류의 문명에서 ‘인간성과 야만성의 충돌’입니다.
전세계 무슬림의 삶과 자유를 수호하고 또한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의 평화와 평온을 수호하려면, 우리는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무슬림이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출처가 불분명한 과격주의 이슬람 해석을 억제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청년들이 그릇된 종교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시하며, 무슬림 젊은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쳐야만 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폭력과 테러로 점철된 전체주의적 이념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