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전후 ‘급진 아랍민족주의’ IS 등 중동문제 유발
‘올바른 교육’의 부재, 중동 민주화 걸림돌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터키 지한통신사 특파원] 세계 지도의 유럽, 아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은 2차 대전 이후 그려진 것이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세계 2차 대전이 1945년에 끝나면서 신세계 질서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걷고 말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류 공동의 문제들은 시간의 부족 탓인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지역은 민주주의, 언론 자유, 민족 혹은 종교 갈등의 늪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각 지역별로 몇 개 국가들을 선정해 이 같은 문제의 배경과 주된 원인을 서술하고자 한다.
터키는 발칸반도를 포함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제일 먼저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으며, 1923년 공화국으로서 역사 무대에 등장했다. 초기에는 과거의 술탄 제도를 원하는 국민이 있었는데, 당시 터키 정부가 공화국 체제 보호를 목적으로 대중들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비민주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렇듯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다 보니, 터키는 다당제로 넘어가지 못했다. 1923년부터 단일정당제를 고수해온 터키는 2차대전 발발로 다당제를 채택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
2차대전의 승전국 소련은 다시금 연안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에 남하정책을 감행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터키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나토까지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터키의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에 터키정부는 어쩔 수없이 다당제를 받아들였으며, 집권당에서 무시당했던 유력 정치인들이 탈당해 민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은 1950년대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뤘다.
그렇다면 터키는 현재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것일까? 1950년대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이후 두 차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과거 공화당처럼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1960년에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2년간 정권을 잡고 있던 군부가 민정이양을 하고 정계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민주주의 실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당시 군부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치를 잘 못하면, 쿠데타를 일으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1971년, 1980년, 1997년 등 수차례에 걸쳐 쿠데타가 발생했다. 지금도 2002년에 정권을 잡은 AKP가 13년 장기 집권 하고 있는데, 최근 정부 비리 수사보단 오히려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필자가 볼 때 터키에서 아직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민주주의 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터키 국민은 아직도 민주주의의 의미와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실제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임을 떠나서, 국민들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대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의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중동 국가들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예전에 오스만 제국 밑에 있었던 오늘날 중동 국가들이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으로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었다. 요르단, 사우디 등은 영국이 주도한 아랍 민족주의 바람의 영향을 받아 반란을 일으키고 오스만 제국에서 분리되었지만, 몇 십 년 동안 서구의 신탁 통치를 받았다. 2차대전까지 서구 열강의 지배를 받은 이 지역은 현대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 지역의 국민들은 서구 군대가 중동까지 나와 있다는 것을 하나의 십자군 현상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서양에 맞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슬람이 종교 차원을 뛰어넘어 하나의 사상 혹은 이념으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종교를 둘러싸고 잘못된 설명이나 해석들이 나타나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여기에 급진 아랍 민족주의가 나타난 것이 오늘날 중동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서 제일 큰 문제는 터키 사례와 유사한 ‘올바른 교육의 부재’다. 중동 지역에선 아직도 현대 교육이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다. 터키와 달리 중동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포함해 대부분 중동 국가들의 독립이 자력이 아닌 아닌 국제 정치의 흐름에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2차대전 이후 중동에서 수립된 정권들이 그 나라 국민들에 정당성을 지녔다고 보긴 힘들다.
이라크를 예로 들어보자. 1920년대 오스만 제국에서 분리된 땅에 ‘이라크’라는 이름을 붙인 영국은, 애초 이 지역을 식민지처럼 통치하려고 하다가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당시 메카에 있는 왕의 아들을 이라크 왕으로 즉위시키고, 오늘날의 이라크가 탄생했다. 약 20년 동안 입헌군주제로 통치된 이라크에서 왕의 정당성과 영향력은 미미했고, 1958년 쿠데타를 통해 공화국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공화국을 선포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1968년 한 차례 쿠데타가 더 일어나고 아랍 사회주의 부흥을 지향하는 바트당이 정권을 잡았다. 이후 아랍 민족주의가 급 부상하면서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중앙 정부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만약 이라크가 한국처럼 내부의 원동력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민주화를 이룩했다면, 지금처럼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판치는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