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피플’ 미얀마 로힝야족, 그들의 안식처는 어디···

1982년 관련법 제정 이후 시민권 박탈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2012년 6월 미얀마 아라칸(라킨) 주에서 불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충돌이 벌어져 무슬림 최소 200명이 사망하고 14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 또다시 처참한 사건이 일어났다. 무슬림 80명이 불교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하고 2만2000명이 고향을 떠났다. 이들은 바로 수십년 동안 불교극단주의자들에게 핍박 받아온 ‘로힝야족 무슬림’이다. 최근에는 작은 보트 위에서 버려진 채 표류하고 있는 해상난민, 일명 ‘보트 피플’로 화제가 됐다. 유엔(United Nations)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집계된 해상난민이 2만5000명에 이르며 집계되지 않은 해상난민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로힝야 인권단체들은 “로힝야족은 미얀마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박해받으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미얀마의 무슬림인구는 국가 총 인구 약 5천만(2014년 기준) 중 약 4%인 2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는 로힝야 무슬림으로, 이들은 주로 아라칸 주에 살고 있다. 유럽로힝야위원회(The European Rohingya Council)의 로힝야인권운동가 카이룰 아민은 “1990년대 로힝야 인구는 약 300만으로 현재의 약 2배였다. 하지만 불교 극단주의자들의 종교박해와 학살로 대다수가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됐다”고 말했다.

불교극단주의자 위신 위라투 ‘969운동’ 주도
로힝야족이 본격적으로 차별당한 시기는 네윈이 정권을 잡기 시작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윈은 로힝야족을 이웃국 방글라데시에서 건너 온 벵골족 불법이민자로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1982년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시민권법(citizenship law)’을 제정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 로힝야족들이 고국을 떠나 난민이 됐다. 수많은 로힝야족이 해상에서 고통 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미얀마 반이슬람운동의 중심에는 불교극단주의를 이끄는 위신 위라투가 있다. 그는 2001년 반이슬람 테러활동을 주도하다 수감됐지만, 2002년 킨뉸 전 총리가 정권을 장악한 뒤 풀려났다. ‘969 운동’이 부활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불교도와 무슬림을 구별하기 위해 불교도임을 알리는 ‘969’ 표식을 상점, 주택 등에 붙이도록 했다. 이는 무슬림과 불교도 간 유혈 충돌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969’ 표식이 붙지 않은 주택과 상점, 이슬람 사원이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동시에 위라투는 활발한 SNS활동을 기반으로 반이슬람 운동을 확산시켰다.

2012년 무슬림이 여성 불교신자들을 강간한다는 루머가 SNS를 통해서 퍼져나갔고, 결국 로힝야족 무슬림 최소 200명이 사망한 ‘종교학살’이 자행됐다. 이에 대해 카이룰 아민은 “아라칸주 불교도극단주의자들은 로힝야족을 학살하기 위한 계획을 오랫동안 세워왔으며, 킨뉸 전 총리가 969운동을 주도했던 위라투를 석방하면서 극심해졌다”며 “이들은 2012년 6월 초 일어난 로힝야족 학살사건에 연루됐다”고 했다.

유럽로힝야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주택 1만3000채, 이슬람사원 91곳 등이 불타 없어졌다. 또한 14만 로힝야족이 학살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다. 런던퀸메리대학 산하 국제범죄연구소는 “집단학살(genocide)은 총 다섯 단계로 나뉠 수 있는데, 2012년 로힝야족 학살의 경우 최고단계인 ‘대량학살’단계다”라며 “그러나 미얀마 정부를 포함, 그 누구도 로힝야족 학살에 대해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06-23 13;14;36

한편 테인 세인 대통령은 2011년 ‘미얀마인권위원회’를 설립하고 2014년 ‘종교 및 인종보호법(Protection of Race and Religion)’을 제정했지만 로힝야족 인권상황은 제자리 걸음이다. 카이룰 아민은 “테인 세인 대통령이 설립한 위원회에 속한 위원들은 대부분 로힝야 무슬림과는 무관한 불교극단주의자들이다”라며 “외부 시선을 의식해 만든 것일 뿐 여전히 로힝야족의 인권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11월 총선을 앞두고 미얀마 정부와 테인 세인 대통령은 ‘불교도의 수호자(the saver of Buddhism)’를 기치로 내세우며 불교극단주의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이룰 아민은 “2011년 미얀마가 첫 민주 선거를 치르면서 아르칸주 정치인들이 로힝야족 무슬림들의 목소리가 강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는 무슬림이 확대되도록 방치하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프가니스탄처럼 미얀마도 이슬람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방글라데시 콕스 바잘의 로힝야족 3만2000여 난민이 또다른 위기를 맞았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5월 콕스 바잘 난민캠프에 있는 로힝야족 모두를 외딴섬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난민캠프가 지역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방글라데시 미얀마난민 관련 부서의 아미트 쿠마르 바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로힝야 난민 이주가 곧 시행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지시에 따라 비공식적인 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인근 해안을 순찰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안의 파고가 약 4피트(약 1.2m)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섬으로 이주하는 과정도 위험할 수 있다”며 “또한 그 섬은 사람이 살기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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