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로힝야 난민, 인신매매 ‘희생양’···’미얀마의 비극’ 정부·종교가 부추겨
최근 아세안(ASEAN)이 해상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엔은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집계된 해상난민이 2만5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고, 집계 되지 않은 해상난민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상난민 대부분은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이며, 이들은 미얀마로부터 오랜 세월 박해 받아왔다. <아시아엔>은 아시아기자협회 소속 회원인 서남아와 동남아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미얀마 로힝야족이 겪고 있는 비극을 독자들께 전달한다. ? 편집자
[아시아엔=히렌 푸칸 전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기자]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수십년 동안 박해받아왔으나, 정부는 굶주리고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인신매매조직은 로힝야족을 이용해 돈을 벌고, 부패한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로힝야족은 15세기부터 과거 아라칸국(미얀마) 해안지역에 정착해 살았다. 이곳은 현 미얀마 서해안의 ‘라킨 주’이며, 이 지역에선 로힝야족의 종교인?이슬람 유적들이 발견됐다. 그러나 로힝야족은 아라칸의 후예임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권을 갖지 못한 채 무자비한 학대와 살해, 성폭력, 종교 박해, 이주권 제한, 주택방화, 테러 등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아세안 인권위원회(APHR)는 2015년 4월 보고서에서 “15만 로힝야족 무슬림들이 라킨주의 난민캠프촌 80여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힝야 난민은 비좁은 공간에서?거주하며 기본적 생계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10만이 넘는 난민들이 불법인신매매단을 통해 이웃 국가로 팔려가고 있다. 삶의 터전을 버리고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로힝야족 난민만 10만이 넘고, 방글라데시나 태국 등 동남아에 퍼져있는 이들 난민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이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얀마 정부에 있다. 미얀마 정부는 오랜 동안 로힝야족을 탄압해왔다.
로힝야 사태, 나치·르완다 대학살과 유사
미국 타임지는 “로힝야족이 머물고 있는 피난처는 난민캠프라 부를수 없을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난민들은 이 곳에서 굶주림, 질병, 절망의 늪에 빠져 죽어가고 있다”고 최근?보도했다. 1998년 노벨경제상 수상자인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로힝야족의 현실에 대해 독일 나치 시대 학살, 1994년 르완다 대학살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로힝야족은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노동권과 의료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은 불행히도 정치와 종교, 두 권력집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1982년엔 미얀마 대통령을 역임하기도 했던 네윈이 버마사회주의계획당(BSPP) 의장을 역임하며 로힝야족을 이주민으로 규정하고 일반시민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했다.
극단적민족주의(ultranationalist) 이념을 가진 불교승려들도 반 이슬람 정서를 확산시켜 로힝야족을 박해했다. 이들의 지도자는 미얀마의 빈 라덴으로 불렸던 아신 위라투였다. 그는 불교 여성신자가 무슬림들에게 강간당했다는 루머를 유포해 반 이슬람 여론을 조성했고, 무슬림들을 향한 증오연설을 했다. 위라투는 반이슬람파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2003년 투옥됐으나 2012년 일반사면으로 풀려났다. 미얀마 인구 대다수가(90%)가 불교도인데 반해 무슬림은 4%에 불과하지만, 이슬람교에 대한 공포는 더욱 확산됐다. 이슬람 인구가 불법이민자 유입과 강제개종으로 인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전세계 언론이 로힝야족 사태를 보도하면서 로힝야족 인권침해와 해상난민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에 따라 1 년 안에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과 전세계가 주장하듯, 미얀마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은 소위 불법이민자라고 불리는 로힝야족이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루머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미얀마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된다.?‘휴머니즘’과 ‘자비’만이 이슬람교에 대한 두려움으로 빚어진 로힝야족의 잔혹사를 끝낼 수 있다. 번역 최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