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말할 권리’ 찾아나선 미얀마 여성들···극우불교단체 마바타 여성인권침해 맞서 투쟁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미얀마엔 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단어가 없다. 일부 소수 민족의 언어에는 있지만, 공용어 버마어에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미얀마 여성들이 지닌 문화적 금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한 미얀마 영자지에 여성생식기를 뜻하는 단어 ‘vagina’가 등장했으나, 많은 독자들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여성 권위를 완전히 망쳐놨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부었던 사건도 있었다.

“월경이 더럽다”,?남녀 빨래도 따로

이렇듯 미얀마인들은 여성의 신체와 관련된 단어에 매우 민감하다. 이들은 이런 단어들이 매우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여기며 입에 올리기를 꺼리며, 심지어 외국어로 말할때도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월경을 ‘더러운 것’으로 여겨, 남자 옷은 여자가 입는 치마나 바지 등 하의와 함께 세탁하지 않는다. 빨래를 같이하면 남자들은 남성성이 손상된다고 믿는다. 빨래를 건조할 때도 남자가 다니는 곳에 널어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미얀마 여성 투투(19)는 “여성을 ‘더럽다’고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진민투는 “미얀마 여성이 공개적으로 몸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여성들의 신체 혹은 성적인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곤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자 최근 미얀마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여성 성교육 및 권리신장을 위한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관련 워크샵을 진행하는 여성단체들도 점점 늘고있는 추세다.

미얀마에서 유명한 여성단체 ‘아하이야 여성협회’를 설립한 타테테는 “성교육 부재가 미얀마 성차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여성생식기를 불결한 것으로 인식했다”며 “사회 전체에 여성을 비하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협회는 나이와 출신에 상관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매주 성교육을 실시한다. 덕분에 미얀마 여성들은 생애 처음으로 두려움 없이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협회소속 연구원인 루시 스티븐은 “수업을 통해 여성들은 여성의 성과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감과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교육의 목적을 밝혔다.

극우불교단체 마바타, 여성인권단체 살해 협박까지···

그러나 이 단체들은 최근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미얀마 극우불교단체 마바타(Ma Ba Thaㆍ민족과 종교 수호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위기에 봉착했다. 마바타는 오는 8일 미얀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미얀마에서 입김이 강하며, 산아제한정책 등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제도들을 주장해 논란을 빚어 왔다.

이들이 주장한 가족계획법안은 지난 5월 미얀마 정부에 의해 공식발의됐고,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여성은 한번 출산한 뒤 다음 출산까지 의무적으로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산아제한정책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타 종교간 결혼, 특히 불교도 여성이 무슬림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여성인권침해를 법으로 명시한 전례 없는 사례”라며 비판하고 나서자 마바타와 그의 추종 세력들은 이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신변안전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는 “마바타와 연관된 사원 곳곳에 여성인권운동가들의 사진과 연락처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고 했다.?그는 “마바타가 우리를 온갖 욕설로 모욕하고 있으며 심지어 살해협박까지 한다”면서 “국제 사회가 이에 관심을 가지고 예기치 못한 불상사에 대비해 주길 바란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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