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맛있는 커피란 어떤 것일까?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미국 스텀프타운의 바리스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미국 스텀프타운의 바리스타

좋은 커피가 지녀야 할 미덕 ‘단맛’과 ‘신맛’

[아시아엔=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커피애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도 이 점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커피는 모름지기 써야 한다”며 사약같은 커피를 마시고도 애써 웃는다. 더 괴이한 것은 “사람마다 관능이 다르니, 자신이 좋다고 느낀다면 좋은 커피”라는 억지다. 이런 태도가 ‘몸에 좋지 않은 싸구려 커피’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만든다. 사람마다 오감이 다르다 해도 좋은 커피를 가려내는 지표는 분명히 있다.

커피전문가의 영역은 바리스타, 로스터, 큐그레이더(생두감별), 테이스터(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커피의 향미 감별) 등 다양하다. 그래도 커피전문가라면 공통적으로 잘 해내야 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감각분별 능력(Sensory ability)이다.

수많은 자격증을 지닌다 해도 커피의 맛을 올바로 구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커피를 허투루 대해선 안 되는 것은 향미가 좋지 않다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의 파치먼트가 싹을 틔워 한 잔에 담기기까지 거의 4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한 알의 커피는 향기를 잃을 수 있는 수십 차례의 고비를 넘긴다. 커피가 주는 축복은, 관능이 향미를 올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행복함이다.

좋은 커피임을 판단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단맛(Sweetness)이다. 단맛은 커피의 향미에서 결점을 끌어안고 치유해내는 힘이다. 시큼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만큼 자극적인 산미(Acidity)는 단맛을 만나 ‘새콤한 매력’으로 승화한다. 달갑지 않은 씁쓸함은 단맛이 뒤를 받쳐줄 때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기분 좋은 쓴맛으로 변신한다. 마술 같은 단맛의 존재감은 커피의 품격을 가늠하는 긴요한 지표다. 단맛의 강도와 뉘앙스의 좋고 나쁨은 마치 중세 신분제도처럼 태생적으로 귀족, 양민, 천민 등 지위를 구별 짓는 잣대다. 커피에서 단맛은 캐러멜, 달고나, 솜사탕, 수수깡, 군밤-군고구마의 속살 같은 향미를 자아낸다.

산미는 사람에 비유하면 지성(Intelligence)이다. 귤, 레몬, 자몽, 복숭아, 사과, 살구, 아사이베리, 블루베리 등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산미다. 풋사과껍질, 백김치국물, 녹즙, 풋대추, 사과껍질의 뉘앙스를 풍기는 커피는 단맛을 지녔다고 해도 ‘천박한 귀족’이나 다름없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기분 좋게 만들어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게 하는 첫인상과 같은 소중한 자산이 산미다. 따라서 좋은 산미란, 잘 생기고 친절한 사람을 만났을 때 생기는 상쾌한 기분이랄까? 세계적 커피석학으로 커피비평가협회(CCA) 고문이기도 한 케네스 데이비즈(Kenneth Davids)는 멋진 커피의 산미를 Bright(산뜻한), Brisk(활달한), Vibrant(활기에 넘치는)라고 묘사한다. 반면 좋지 않은 산미는 Dry(건조한), Sharp(날카로운), Dull(따분한), Lifeless(생동감이 없는)로 표현된다.

‘시다’는 표현은 단맛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고, ‘달달하다’는 것은 산미가 없어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를 지니기도 한다. 단맛은 산미가 있어야 질리지 않고, 산미는 단맛이 있어야 자극적이지 않다. 단맛과 산미가 멋지게 어우러지는 맛의 표현이 ‘새콤달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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