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3천 커피종자 보유 에티오피아

<사진=신화사>

대량생산 위한 품종개량으로 대부분 ‘멸종’ 위기

왜 커피의 고향을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라고 할까? 이는 인류의 기원을 아프리카로 보는 관점과 비슷하다. 유전학적 측면에서, 모계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역추적해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프리카 대륙의 한 여성이 현 인류의 기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 Eve)’라고 명명된 이 여성은 약 2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오래된 물증은 화석이다.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계곡에서 발견된 35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뼈화석이다. 발굴단이 당시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를 듣고 있다가 발견한 게 인연이 돼 ‘루시’라고 명명된 이 화석은 여성의 것으로 인류의 기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루시가 발굴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커피가 처음 발견된 곳으로 알려진 카파(Kaffa)다. 오늘날 짐마(Djimmah)라고 불리는 곳이다.

45억년인 지구의 나이를 24시간으로 했을 때, ‘루시’를 선두로 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밤 11시58분이다. 지구역사 24시에서 인류가 등장한 지 2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커피가 발견(AD 6~7세기라고 가정하면)된 지는 100분의 4초를 지나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동식물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지구는 6600만년 전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빙하기를 맞은 것을 시작으로, 공룡 등 거의 모든 생물체가 사라진 유사한 사건을 수십만에서 수백만년 간격을 두고 반복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존재로 봐서 적어도 지금부터 20만년 동안 생명체가 멸종할 만큼 무서운 재앙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짧게는 20만년 전쯤부터 시작됐을지 모를 평화로운 지구의 환경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생명체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먼저 형성됐을 것이고 여기에서부터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나무는 인류보다 훨씬 먼저 생명력을 얻어 자라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티오피아는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아 아직까지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식물학자들이 새로운 종자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 에티오피아이고, 3000여종의 종자가 그 유래를 에티오피아에 두고 있다. 인류가 재배하는 작물의 기원지로는 세계적으로 7~8곳이 꼽히지만, 에티오피아는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종자의 보고(寶庫)다. 식물학자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종자학자들이 작물의 기원지를 찾는 이유는 작물의 기원지일수록 품종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세계 각지로 퍼지면서, 커피 품종의 다양성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탓이다. 품종의 획일화는 ‘종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생 품종을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커피의 기원지인 에티오피아가 지니는 진정한 가치다.

Keyword “Abyssinia & Gallae & Coffee”
Bruce, in his Travels to Discover the Source of the Nile, published in 1790, informs us that “The Gallae is a wandering nation of Africa, who, in their incursions into Abyssinia, are obliged to traverse immense deserts, and being desirous of falling on the towns and villages of that country without warning, carry nothing to eat with them but the berries of the Coffee tree roasted and pulverized, which they mix with grease to a certain consistency that will permit of its being rolled into masses about the size of billiard balls and then put in leathern bags until required for use. One of these balls they claim will support them for a whole day, when on a marauding incursion or in active war, better than a loaf of bread or a meal of meat, because it cheers their spirits as well as feeds them.” By Joseph M. Walsh Coffee: Its History, Classification and Description

브루스는 1790년 출판한 저서 <나일강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갈라족은 아프리카의 유목민이다. 아비시니아에 갑자기 등장한 부족인데, 그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거대한 사막을 건너와 아비시니아에 자리를 잡았다. 갈라족은 이곳저곳을 다닐 때 다른 음식을 가지고 다니지 않고 커피나무 열매를 볶아 가루낸 뒤 동물의 기름과 섞어 당구공만 하게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 꺼내 먹었다. 당구공 크기의 커피열매 한 덩어리면 하루를 버틸 수 있었으며, 다른 마을을 약탈하거나 전쟁을 치를 때 이 음식은 한 덩어리의 빵보다도 많은 고기보다도 유용했다. 이 커피열매 덩어리가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기분 좋으면서도 활달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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