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로부스타 vs 아라비카···병충해에 강하거나 향미가 좋거나

<사진=박영순>

만약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이 두 종의 커피가 존재에 대한 승부를 내고자 한다면, 그 길은 오직 하나다. 로부스타처럼 병충해에 강한 아라비카 종이 나오든지, 아라비카처럼 향미가 좋은 로부스타 품종이 개발되든지….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커피전문가들이 이런 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아시아엔=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향미가 좋은 아라비카(Coffea Arabica) 품종이 상대적으로 맛이 덜한 로부스타(Coffea Canephora. Robusta) 품종을 시장에서 모두 몰아낼 것인가?

아라비카 종이 세계 커피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고, 향미도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뛰어나 양측의 경쟁은 이미 결판이 난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로부스타 품종이 발견된 것이 아라비카(A.D 7~8세기)에 비해 1200~1300년이나 늦은 19세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단하긴 이르다.

‘아라비카의 자존심’은 대단할 만하다. 우선 ‘Coffee’라는 이름을 갖게 한 주역이 아라비카 종이다. 목동 칼디(Kaldi)가 해발 2000m에 달하는 에티오피아의 산악지대인 카파(Kaffa)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커피가 아라비카 종이다. 로부스타는 이처럼 높은 고도를 견뎌내 질 못한다. 카파는 지금의 짐마(Djimmah)인데, 일각에선 커피란 말이 카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 말로 ‘Ka’는 ‘하느님’(에티오피아는 기독교국가), ‘Afa’는 ‘땅’을 의미한다. 카파는 ‘축복받은 하느님의 땅’이라는 의미이고, 따라서 커피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에티오피아에서는 종족(87개 종족 200여 가지 언어 사용)에 따라 커피를 ‘분나’(Bunna) ‘부나’(Buna) ‘분’(Bun) ‘보노’(Bono)라고 제각각 불러왔다. 그러나 이들 용어의 유래는 명확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서는 커피가 아랍국가인 예멘으로 전해진 뒤, 커피가 발휘하는 각성효과 때문에 ‘힘’을 뜻하는 아랍어 ‘카베’(Kaweh) 또는 ‘카하와’(Qahwah)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로부스타 원종(original seed)이 카파로부터 수백km 떨어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것은 1858년. 빅토리아호수(해발 1134m) 서쪽 기슭(600~800m)에서 만발한 로부스타가 마침내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가 발견된 뒤 1200년 쯤 지나서야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눈에 띈 것일까?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수확해야 쓴맛이나 떫은맛이 없는 향미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수확해야 쓴맛이나 떫은맛이 없는 향미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사진=박영순>

17~18세기 아프리카는 유럽강국들이 서로 커피를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인 탓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카리브해 연안 커피농장으로 끌려가던 수만명의 아프리카 노예 중 절반가량이 현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배에서 숨졌을 정도이니 참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커피가 큰 돈이 되자 네덜란드에 이어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물량 확보에 나서 야생 수확분만으로는 부족해지자 아프리카에도 하나 둘 커피농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재배를 위해 접근이 어려운 높은 지대의 아라비카 커피나무들이 낮은 곳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겨났다. 기온이 높은 곳에는 병충해가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충해에 약한 아라비카 나무들은 하나 둘 죽어가 커피 생산량이 급감했다. 커피농장은 비상이 걸렸다. 육종학(Thremmatology)을 통해 강한 아라비카종으로 개량하는 노력과 함께 병충해에 강한 원종을 자연에서 찾아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침내 콩고에서 낮은 곳에서 살아 재배하기 쉬우면서도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 발견됐는데, 그것이 바로 로부스타였다.

이처럼 아라비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굴된 것이 로부스타인 만큼 양측을 경쟁관계로 보는 것은 옳지 않은 시각이다. 먼저 로부스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게 필요하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향미가 풍성하지 않고 고무냄새, 탄보리 등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블렌딩에는 반드시 필요한 품종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사용될 곳이 다를 뿐이다. 로부스타도 존재가치가 빛나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커피가 한 잔에 담길 때 향기는 아라비카, 구조와 바디는 로부스타가 각각 역할을 해줘 멋진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낸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다.

만약 두 커피가 존재에 대한 승부를 내고자 한다면, 그 길은 오직 하나다. 로부스타처럼 병충해에 강한 아라비카 종이 나오든지, 아라비카처럼 향미가 좋은 로부스타 품종이 개발되든지….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커피전문가들이 이런 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 keyword search = “Robusta & Congo & Liberica”

There are three main species of coffee plants grown commercially, each with its own varieties. Coffea arabica is the most important and produces the best quality beans. Found growing wild in Ethiopia, it is also the most widely cultivated. Liberica is a native of Liberia, while robusta originates in the Congo. As the latter name implies, they are stronger, withstand wider extremes of climate and are less susceptible to disease. They need less care in hoeing, weeding and pruning, and are often allowed to grow wild in forest conditions. Although ‘hard’ in flavour and of inferior quality to arabica, robusta has been adopted by the African continent in a big way. Its high yield makes it ideal for instant coffees. (Claudia Roden, 1994, Coffee: A Connoisseur’s Companion, Random House. p 43)

클라우디아 로덴은 1994년 펴낸 ‘커피: 향미전문가의 벗’에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커피나무는 3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코페아 아라비카가 가장 품질이 좋은 콩을 만들어 낸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세계적으로 제일 널리 재배되고 있다. 나머지는 라이베리아가 원산지인 리베리카와 콩고에서 발견된 로부스타다. 로부스타는 강건하다는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열악한 기후와 병충해를 견디어낸다. 로부스타를 재배할 때는 김매기, 잡초제거, 가지치기 등 관리에 다소 신경을 덜 써도 되고, 실제 야생의 상태로 자라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향미가 풍성하지 않고 품질이 떨어지지만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재배되고 있다. 생산성이 좋기 때문에 인스턴트커피용으로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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