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좋은 커피란 타고 나는 것일까. 가꿔지는 것일까

3- 좋은 커피(Fine coffee)가 풍기는 멋진 향미는 타고나는 것일까요. 후천적으로 가꿀 수 있는 것일까요?

미인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의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는 맛을 타고 나야 합니다. 품종(Variety)이 지닌 멋진 향미를 그렇지 못한 것들이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로스팅과 추출을 잘하면 향미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지만, 애초 생두에 없는 향미를 로스팅과 추출로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선 일단 좋은 쌀을 구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품종도 좋아야 하지만 우리네 이천쌀처럼 자란 땅도 중요합니다. 와인하면 세계적으로 프랑스 보르도(Bordeaux Wine) 와인을 인정해 주는데요, 보르도 사람들은 세상 그 어디에서 제 아무리 좋은 양조기술을 가지고 와인을 빚었다고 해도 자신들을 따라 잡을 순 없다고 뽐냅니다. 테루아(Terroir)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미국, 호주, 칠레 등 신세계(New world) 와인 국가에서는 이런 주장을 꽤 오랫동안 보르도 와인의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습니다만 점차 테루아를 인정하게 되면서, 이 용어는 당당히 영어사전에도 등재됐습니다.

병충해에 강한 뿌리에 향미 좋은 커피 품좀을 접붙이는 모습 <사진= 박영순 제공>

국내 와인애호가들은 ‘떼루아’라고도 발음하는데요, 어쨌든 그 뜻은 단순히 포도나무가 자라는 토양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지리적, 기후적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여기에 재배하는 사람의 열정과 기술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그 포도나무를 자라나게 하는 자연적(인간도 자연의 한 요소) 조건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런 철학 때문에 와인재배자들은 한결같이 “훌륭한 와인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것이 품종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요? 테루아마다, 다시 말해 그 땅에서 그 기후에서 풍미를 가장 잘 발현할 수 있는 품종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아라비카(Arabica) 종(Species)의 티피카(Typica) 품종(Variety)이라도 하와이 코나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에서 자란 것과 그밖의 지역에서 난 것은, 조금 과장하면 향미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물론 같은 코페아(Coffea) 속(Genus)이라도 아라비카와 카네포라(Canephora) 종은 맛이 더욱 큰 차이가 나지요. 이 대목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보충설명을 하면, 로부스타(Robusta)는 카테포라 종에 속한 한 ‘품종’인데, 널리 확산돼 있는 덕분에 아라비카종과 대등한 ‘종’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통상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영향력의 정도가 생두의 품질 70%, 로스팅 20%, 추출 10%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로스팅과 추출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전문가들 사이에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지에 다다르기 때문에 생두의 품질이 향미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생두의 품질은 재배자와 가공자의 열정이 물론 중요합니다만, 재배지의 토양과 기후, 그 해의 강수량과 일조량 등 자연적 조건이 한 알의 커피 씨앗을 얼마나 맛있게 영글게 할지 결정하는 것이고,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결국 최고의 커피란 하늘이 내리는 것이지요.

그럼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이냐? 먼동이 틀 때까지 등불을 들고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는 성경 속의 신부처럼, 커피를 가꾸는데 혼신을 다하고 신(God)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요.

하와이코나에서 잘 익은 커피열매만을 손으로 수확하는 모습 <사진= 박영순 제공>

▶keyword search = “How coffee is grown.”
“Coffee is such a delicate fruit that almost any difference in where and how it’s grown, picked, graded, sorted, processed, packaged, and shipped-even its botanical DNA-seems to make a marked difference in how it tastes in your cup.
Jamaica’s rich volcanic soil produces different tasting coffee than chalky or sandy Yemen soils even if the beans come from the same parent trees. Rainfall, sunlight, temperature, and other environmental factors all affect how beans grow and taste.
A number of farming techniques nurture coffee beans into realizing their full potential.“
(Kevin Sinnott, 2010, The Art and Craft of Coffee, Quarry Books. p 36)

“커피는 매우 섬세한 과일이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수확했으며, 어떻게 등급을 나누고 분류해 가공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포장되고 어디서 선적됐는지(물론 식물학적으로 유전자도 다양하다)에 따라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이렇게 다른 특성들이 한 잔의 담기게 될 커피의 향미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커피나무라도 자메이카의 풍요로운 화산토양에서 자란 것과 예멘의 백악질 또는 모래토양에서 자란 것은 서로 다른 향미를 지니게 된다. 강우량, 일조량, 온도, 그리고 여러 환경요인들이 커피의 향미에 영향을 준다. 수많은 커피재배 기술들이 커피콩 내부에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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