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좋은 커피와 좋아하는 커피의 차이

4- 좋은 커피(Fine coffee)와 좋아하는 커피(Favorite coffee)는 서로 반대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당신이 좋다며 마시는 커피가 정말 좋은 커피인지, 아니면 단지 익숙하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나요?”
이 말은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커피 레토릭(rhetoric)입니다.

CCA(Coffee Critic Association, 커피비평가협회)는 항상 커피강좌 첫 시간에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진행합니다. 오래 묵은 커피생두의 잡미를 없애기 위해 태울 정도로 바싹 볶은 커피와 하와이 코나(Hawaiian Kona) 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Ethiopia Yirgacheffe)의 워시드 커피(washed coffee)를 이름을 가린 채 내놓고 어느 쪽이 맛있냐고 하면 열 분 중 여덟아홉 분이 바싹 볶은 커피가 맛있다고 합니다. 나쁜 커피(Bad coffee)들이 좋지 않은 커피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엉뚱하게도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CCA는 커피 문화 향상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마땅히 없어져야 하는데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희롱하면서 기생하는 이런 커피들을 ‘좋아하는 커피(Favorite coffee)’라는 역설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좋은 커피(Fine coffee)와는 분명히 구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커피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선 커피가 지녀야 할 성분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 알의 생두에는 탄수화물(Carbohydrate) 60%, 단백질(Protein) 13%, 지질(Lipid) 13%, 클로로제닉산(Chlorogenic acid) 7%, 무기질(Minerals) 4%, 카페인(Caffeine) 1%, 유기산(Organic acid) 1%, 트리고넬린(Trigonelline) 1% 등이 들어있는데요, 이런 구성비로 모든 성분이 생두에 담겨질 수 있도록 잘 재배된 것이어야 합니다. 이들 성분이 있어야 로스팅 과정에서 그윽한 커피 향기와 멋진 맛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최첨단 나로호 발사체가 베어링 하나 때문에 공중 폭발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도했었습니다. 1986년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73초 만에 폭발돼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하는 참사는 이음새 부분의 결함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의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커피의 향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모든 부품(성분)을 잘 갖춰야 하고, 이들 부품이 엄격하고 올바른 조립과정(로스팅)을 통해 제대로 기능 작동(향미 발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분이 부족한 커피의 향미는 그야말로 비관적입니다.

이와 더불어 좋은 커피의 조건으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신선도(Freshness)입니다. 수라상에 오르는 좋은 쌀이라도 묵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2년 이상 묵은 올드 크롭(old crop)을 볶아 좋은 향미를 기대하는 것은 녹슨 부품을 쓴 로켓이 잘 날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흔히 묵은 쌀에서 ‘군내’가 난다고 하지요. 군내란 ‘본래의 제 맛이 변하여 나는 좋지 않은 냄새’를 일컫는데요, 쌀이 묵으면 지질성분이 산화돼 헥사날(Hexanal)이나 펜타날(Pentanal등의 카보닐(Carbonyl) 화합물로 변합니다. 지질의 변화로 생기는 이런 물질들이 구수한 향과 맛을 떨어뜨림으로써 밥맛을 없게 만드는 것이지요.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묵은 생두를 볶거나 볶은 지 오래된 원두를 추출한 커피는 맛도 형편없을뿐더러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젊음’이라고 했지요. 커피도 생두와 원두가 모두 오래 되지 않은 신선한 커피가 향미도 좋고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제 아무리 수확을 잘한 커피열매라도 결점을 잘 골라내지 않으면 풍미를 망칠 수 있다. <사진=박영순 제공>

▶keyword search = “Which coffee is the best?”
“The possibilities of coffee are all still only partially understood. Much of what is considered sacrosanct in our knowledge of coffee is actually open to question. For instance, what constitutes a good cup of coffee? Many coffee experts will say categorically, that high-grown, highly acidic, washed coffee are the best. While this type of coffee is certainly delicious, there are other, extremely popular coffees that might be described in an almost diametrically opposite fashion. What this all means is that while some opinions about coffee may be better informed than others, few that are formed in good faith are wrong.”
(Timothy J. Castle & Joan Nielsen, 1999, The Great Coffee Book, Ten Speed Press. p15~16)

“커피가 어떤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부분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신성불가침하다고 할 정도로 옳다고 여기는 커피에 관한 지식 중 상당수는 사실 의심의 여지가 있다. 무엇을 좋은 커피로 여기느냐라는 문제를 예로 들어 볼까? 많은 커피전문가들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나 산도가 높고 수세식으로 가공된 커피를 최고라고 꼽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커피가 맛있다고 확신에 차 말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정반대로 묘사되는 커피가 맛있는 커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커피에 대한 정보가 대체로 맞지만, 옳다고 확신하는 정보들 중 틀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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