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혀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유혹자

커피가 주는 행복은 향미뿐만이 아닙니다. 커피가 있는 자리에서는 풍성한 이야기꽃이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자꾸 말하게 만드는 커피의 묘한 마력···. 커피로 인해 주체할 수 없이 말하고픈 욕망을 감히 ‘커피인문학(Coffee Humanities)’이라는 이름을 걸고 풀어내고자 합니다. 커피나 마시는 사람이나 자연이기에 서로 돌고 돕니다. 커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치도 보입니다. 그래서 커피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1. ‘커피’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커피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달달한 커피믹스, 자판기, 종이컵, 블랙커피, 크림이 우선 생각난다면 당신은 아마도 커피 향미의 진면목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속쓰림, 불면증, 골다공증을 떠올리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보다는 분명 커피문화에서 앞서 있을 테니까요.

커피애호가라면 적어도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로스팅, 카푸치노, 산미(Acidity), 너티(Nutty) 등의 단어쯤은 가슴에 품고 있을 만합니다. 전문가라면 셰이드 그로운(Shade grown), 허니 프로세싱(Honey processing), 에그트론(Agtron), 퀘이커(Quaker) 등의 용어들이 어떤 측면에서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용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커피에 대한 조예(造詣)가 깊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이 어떤 용어를 구사하며 쓰임새 또한 바르게 하고 있느냐는 전문성을 가늠하는 좋은 지표가 될 만합니다.

커피체리

그렇다면, 커피를 어떻게 정의하는 게 좋을까요? “커피나무의 씨앗을 가루내 볶은 뒤 우려내거나 달이거나 삼출(渗出)해 만든 음료(A beverage made by the infusion, decoction or percolation of the roasted, ground seeds of the coffee plant)”라고 하는 것도 멋진 표현입니다. 하지만 커피라고 하면 추출된 용액 뿐 아니라 커피나무, 커피체리, 생두, 로스팅한 콩도 각각 지칭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개념을 집어넣어 “잘 익은 커피열매를 건식법(Dry method)이나 습식법(Wet method)으로 가공(Processing)해 파치먼트(Parchment) 상태의 씨앗(Seed)을 만든 뒤 탈곡(milling), 여기까지 만들어진 생두(coffee green bean)를 볶고(coffee roasted bean,원두) 그라인더로 갈아 물로 추출해 만든 음료”라고 하면 더 좋겠습니다.

커피꽃과 체리

“To develop a knowledgeable relationship with coffee – and particularly to learn to distinguish and appreciate its flavors – one must first understand what coffee is. The coffee bean is actually the seed, or pit, of the round, red “cherry” fruit of a tropical evergreen shrub. A normal cherry contains two seeds, or beans, that grow nestled against each other. Today, most of us consume our coffee by the cup: processed to free the seeds from the cherry, roasted to enhance the flavors locked inside, ground finely, and brewed with fresh, hot water.”
(Kevin Knox & Julie Sheldon Huffaker, 1997, COFFEE BASICS, John Wiley & Sons, Inc. p1~2)

“커피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 특히 향미를 구별하고 감상할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 우선 커피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커피콩은 정확하게 말하면 열대지방의 상록수 관목에서 나는 둥글면서도 가운데가 패인 빨간 체리 열매의 씨앗이다. 정상적인 체리는 두 개의 씨앗(또는 ‘콩’이라고 일컫는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씨앗은 바짝 붙어 서로 기대는 듯 자란다. 대체로 잔에 담긴 커피를 즐기는데, 바로 그 한 잔의 커피는 열매에서 씨앗만을 골라낸 뒤 그 속에 잠재된 향미를 발현시키기 위해 볶고 곱게 갈아서 깨끗하고 뜨거운 물로 추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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