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①] 왜 세계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가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 연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51) 회장 인기가 범상치 않다. 최근 부패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마윈도 그에 못지않다. 어찌 보면 그 이상이다. 시진핑은 아무나 될 수 없는 ‘하늘의 영웅’이라면 마윈은 누구나 그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땅’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윈 회장의 인기 역시 국가원수급이다.

지난 3월 하순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세빗 2015’에 참석한 마 회장은 유럽 정상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실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3국 정상을 차례로 만나 환대를 받았다.

3월18일 오전 이탈리아 로마의 총리관저에서 마테오 렌치 총리와 만나 오찬을 한 그는 곧바로 프랑스로 넘어가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했다. 행사 개막식에서는 마르켈 독일 총리를 제치고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마르켈 총리에게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에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해 결제 구매한 행사기념우표를 선물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45차 다보스포럼에서도 마윈은 글로벌 기업가 중 단연 최고의 인기몰이를 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유력 정치인, 기업 총수 그리고 부호들이 앞다퉈 그를 만나려고 열띤 경쟁을 벌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성공이란 단어와 함께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그의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부자 반열에 오르고 있음을 반증하며 그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장일 마감 당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314억 달러(242조원)로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애플(6090억 달러), 구글(40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870억 달러)에 이어 4위다. 페이스북(2016억 달러)과 아마존(1530억 달러)을 제쳤다. 대한민국의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2000억 달러)와 현대자동차(3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다. 68달러에 공개된 알리바바의 주식은 한때 130달러까지 올랐으나 조정기를 거쳐 4월 초순 현재 83달러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인터넷의 작은 거인’, ‘21세기 덩샤오핑’, ‘중국의 나폴레옹’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는 ‘못난이 윈’이라 불릴 정도로 왜소한 체구와 볼품 없는 얼굴의 소유자였다. 그는 “남자의 외모는 소유한 부와 반비례 한다”고 능청스럽게 조크를 자주 던진다. 그의 학벌이며 집안 배경도 내세울 게 없다. 그는 “내가 성공하면 세상의 젊은이 80%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언변은 놀랄 정도로 뛰어나고 중국에서 독학했다는 그의 영어는 무척 유창하다. 이 두 가지만큼은 아무리 낮게 평가해도 수준급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못난이에서 나폴레옹이 되기까지의 자신의 여정을 들려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는 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이 좁다며 지구촌 곳곳을 날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서울에도 와서 강연한 바 있다.

그는 “돈이 없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가는 반드시 돈 때문에 큰 곤경을 겪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돈이 없었기에 한 푼이라도 아껴쓰려 했고 부지런히 뛰어야 했단다.

그는 “기술이 없었기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기술을 몰랐기에 기술자들의 말을 경청했고 최초의 사용자가 되어 프로그램을 시연해 의견을 제시하기만 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기술을 알았다면 일일이 간섭해 일이 지연되고 헝클어지곤 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계획이 없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토록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석달 뒤, 반년 뒤의 일을 예상하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는 특별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계획이었다고 말한다. 경쟁자보다 더 빨리 항상, 늘 변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다른 사람이 부유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알리바바의 경영철학이라고 마윈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중국 농촌의 농부 한사람이 5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남들처럼 그 돈을 어떻게 내 주머니로 가져올까 노리는 자세가 아닌 그 농부의 5달러를 50달러로 불려서 그 중 2달러만 가져오는 방안을 궁리했다고 말한다.

그는 20조원을 넘나드는 개인 재산을 지닌 갑부 중의 갑부다. 하지만 돈에 대한 그의 철학은 경청할 만하다. “당신이 1백만 달러를 벌었다면 그것은 당신의 돈이다. 그러나 1천만 달러를 벌었다면 그때부터 조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누가 이 돈을 빼앗으려 하지는 않는가 걱정도 되고 주가에도 신경 쓰이고 그런다. 그런데 10억 달러를 벌었다면 그것은 단연코 당신의 돈이 아니다. 사회가 당신에게 맡긴 돈이다. 당신을 믿고 맡긴 돈이라는 얘기다. 사회에 투자해야 하는 돈,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돈인 것이다.”

그는 기부도 잘 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3조원을 기부했는데 주로 환경과 교육 관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 액수는 압도적인 중국 내 1위다.

그는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할 때 이길 수 있고 혁신할 수 있다”고 그에게 열광하는 젊은이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조언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일에 도전하지 말고 쉬운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그리고 한번에 도약해서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보다는 조그만 성취를 쌓은 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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