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 ?] 리커창 “창쿼(創客)의 롤 모델” 총애···시진핑 눈에 벗어날 일 절대 안해
[아시아엔=안동일 <아시아엔> 동북아전문기자] 뉴욕증시의 상장으로 알리바바가 스타덤에 오른 지난해 가을부터 중화권 일부 언론들은 알리바바가 태자당과의 유착 때문에 신권력의 눈엣가시라는 보도를 자주 한다. 신권력이 태자당 권력인데 무슨 얘기인가 싶다.
이들 기사에서 태자당이란 알리바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력층 자제들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시진핑, 왕치산 등으로 대표되는 종래의 태자당과는 구분된다. 종래의 태자당이 혁명원로의 자제, 즉 2세대였다면 요즘의 태자당은 혁명원로의 3세쯤에 해당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혁명원로가 아니더라도 부친이 성급 간부면 이에 준한다. 신태자당 혹은 공자(公子)당이라 부름직하다.
알리바바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멤버들의 면면은 신태자 당을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쩌민의 손자 장즈청의 보위캐피탈을 위시해 알리바바의 주식을 매입했다는 씨틱캐피탈, 중국개발은행(CDB)캐피탈 등 중국의 신흥 금융회사들이 하나같이 신태자당 인사들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현 상무위원 류윈산의 아들인 류러페이 외에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溫雲松), 허궈창(賀國?) 전 중공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아들 허진레이(賀錦雷), 공산당 원로 천윈(陳雲)의 아들인 천위안(陳元)등 이른바 재계, 특히 금융쪽으로 진출한 ‘공자님’들이 망라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이나 왕치산 서기도 아들이 있었다면, 혹은 그 아들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분명 알리바바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정설이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금융계에서 알리바바 주식을 갖지 않으면 이른바 ‘불출’이라고 한다.
그러면 신권부 시진핑 정권과 마윈의 관계는 어떨까? 갈등이 불거지면서 법정분쟁까지 갔던 연초의 우려와는 달리, 또 중화권 매체들의 끊이지 않는 양측의 불화 내지 사법처리 가능성을 다룬 기사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원만하다. 납작 엎드린 마윈이 적절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행보를 계속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속내야 어떻든 신권부로서도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국부와 권위를 한껏 높여주고 있는 희대의 풍운아 마윈이 어여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윈과 시진핑 주석은 저장성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저장성은 마윈의 고향이고 주도 항저우에는 알리바바 본사가 있다. 시 주석은 90년대 이곳 저장성 당서기를 지냈다. 꽤 오래 그 직책에 있었는데 그의 웅비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저장당 서기 시절 야심찬 젊은 기업인 마윈을 눈여겨 보았다고 몇 차례 언급했다. 마윈과 친분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저장을 떠나 상하이 당서기로 영전해 갔을 때도 상하이의 전산관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마윈을 초빙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마윈은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주석을 수행했다. 하지만 평상시 신권부의 마윈 창구, 파이프라인은 리커창 총리로 제한돼 있는 듯하다. 경제 분야는 리 총리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마윈을 자주 언급하고 또 자주 찾는 편이다.
지난 6월말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좌담회에도 리 총리는 마윈을 초청해 그간의 불화설을 잠재웠다. 이날 3시간반 동안 열린 좌담회는 경제ㆍ금융ㆍ부동산ㆍ대외경제 등 다방면의 전문가 6명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리수푸(李書福) 지리(吉利)자동차 회장 등 기업인 4명의 발언이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리 총리는 주로 경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날 좌담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알리바바 그룹의 비즈니스 모델과 그간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였다.
마윈은 “알리바바 전체 직원이 25000명이지만 산하 타오바오몰에 등록된 업체가 모두 900만개이며, 이들 업체는 최소한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물류 택배업까지 포함하면 창출한 일자리 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리커창 총리는 이에 대해 “알리바바의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이 창출하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경제활력, 그리고 취업 기여도를 중시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마윈은 올 봄 리커창 총리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다보스포럼) 참석때도 수행해 주요 역할을 했다. 그때마다 마윈이 큰 인기를 누리면 있다면 리 총리는 짐짓 볼멘소리를 던진다. 리커창 총리가 마윈을 자주 언급하고 총애하는 것은 그를 위시해 중국 권부가 적극 후원, 장려하는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초 리커창 총리는 새해 첫 방문지로 중국의 새로운 IT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선전의 창업 인큐베이터 ‘차이훠촹커쿵젠’(柴火創客空間)을 찾았다. 마윈은 이 행사에도 리 총리와 동행했다. 차이훠(땔감)란 표현은 “여럿이 힘을 합쳐 땔감을 태우면 불꽃이 높이 인다”(衆人拾柴火焰高)는 속담에서 유래했다. 올해 4년째가 된 차이훠촹커쿵젠 한 곳에만 1만여명이 넘는 예비창업자가 몰려 있다. 리 총리는 이곳에서 젊은 촹커들이 만든 혁신제품이며 아이디어들을 살펴본 뒤 명예회원으로 등록해 촹커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리 총리는 ‘대중창업·만민혁신’이란 단어를 써가며 ‘촹커 시대’를 역설했다. 촹커들이 이끄는 중국 창업 성장세는 실제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의 신규 벤처창업자는 291만명에 달했다. 한국(2만9910건)의 100배 수준이다. 또 지난해 중국에서 유치한 벤처투자금액은 155억3000만 달러(약 16조9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의 벤처투자(1조6393억원)와 비교하면 10배가 넘는다.
마윈과 같은 중국 토종 촹커의 성공스토리야말로 ‘촹커현상’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하니까 되더라”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중국 촹커 세대에 창업은 ‘밥벌이’이면서도 즐거운 ‘창조놀이’라고 알려져 있다.
촹커(創客)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제조업자를 의미하는 신조어. 영어 ‘메이커’(Maker)의 중국식 번역이다. 롱테일 이론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슨의 저서 <메이커스>(2012)에서 유래했다.
잭마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정부와는 절대 비지니스 하지마라. 정부와 연애에 빠지지 말라. 그들과 절대 결혼하지 말라. 정부에서 무엇인가 부탁해오면 ‘오케이’라고 말하고 그 프로젝트에 적합한 다른 지인이나 업체를 소개해줬다. 그래도 끝까지 매달릴 때엔 돈을 안 받고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엔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 방식이 중국 당국과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연애는 하되 결혼은 절대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에서 불가피하게 개인정보 같은 것을 요청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민감한 질문에 마윈은 이렇게 답했다.
“정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지만, 만일 그것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거라면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여러 정황으로 봐서 마윈은 공산당원이다. 그는 올 양회(전인대, 정협)에는 참여 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까지 저장성 인민대표 회의 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