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맛있게 매운 ‘辛라면’, 전 세계 사나이를 울리다

‘진짜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콘셉트의 신라면 광고 모델 류수영과 박형식. <사진=뉴시스>

출출한 저녁 손쉽게 완성되는 직장인의 식사, 늦은 밤 깨어 있는 수험생의 야식, 술 마신 다음날 자취생의 해장국, 주말 오후 온 가족의 별식, 바로 라면이다. 영양가 없는 패스트푸드, 다이어트의 적으로도 불리지만 한국인의 식생활에 과연 라면을 빼놓을 수 있을까? 끓여 먹고, 비벼 먹고, 볶아 먹고, 부셔 먹고, 밥 말아 먹는 라면. 계란을 풀고 파를 썰어 넣거나, 치즈를 얹고, 떡과 만두, 어묵을 넣으면 그 종류를 셀 수도 없다. 김치라면, 자장라면, 짬뽕라면, 카레라면 등 세상의 모든 음식은 라면의 재료가 된다. 부대찌개, 김치찌개, 떡볶이, 온갖 찜요리에 사리로도 등장하며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라면을 만든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로 퍼진 한국의 라면. 그 중심에 농심 ‘신라면’이 있다. 식품회사 ‘농심(農心)’은 도시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의좋은 형제’를 모티브로 지어진 이름이다. 1975년 ‘농심라면’이 나온 뒤 ‘사발면’(1981),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짜파게티’(1984)가 출시되며 라면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그런 가운데 ‘신라면’(1986)의 등장으로 라면시장은 ‘빅뱅’을 이룬다.

신라면은 ‘매운 맛’을 내세운 ‘매울 신(辛)’에서 시작됐다. 애초 신춘호 사장이 “매운 라면이니까 ‘辛라면’으로 하자”고 제안했을 때 모든 경영진이 반대했지만, 발음이 편하고 콘셉트가 명확한데다 한자를 사용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워 브랜드로 결정됐다. 그런데 상표등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며, 외국어를 병기할 때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당시 식품위생법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제품명을 바꾸느냐, 아니면 “한자가 외국어인가? 한글보다 한자를 크게 쓰면 안 되나?” 반론을 펼쳐야 할 상황. 결국 보건사회부는 농심의 건의를 받아들여 1988년 법 조항을 개정했다. 그렇게 ‘辛라면’이 탄생했다. 라면 포장에 적힌 ‘辛’은 언뜻 보면 한글 ‘푸’처럼 보여 ‘푸라면’도 됐다가, ‘다행행(幸)’과 비슷하다고 해 ‘행라면’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들도 알아보는 ‘매울신, 신라면’이다.

한국인은 어떤 매운 맛을 좋아하는가? 농심은 ‘소고기의 깊은 맛과 고춧가루의 얼큰한 맛’이 조화를 이룬 매운 맛이라고 파악했다. 이 ‘조화로운 매운 맛’을 만들기 위해 농심 개발팀은 전국의 모든 고추 품종을 사들여 ‘매운 맛’을 비교했다. 하지만 고춧가루가 다는 아니었다.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은 다진 양념.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덜어 온 다진 양념들을 연구해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의 적절한 배합비율을 찾아냈다. 그렇게 만든 분말스프가 ‘맛있는 매운 맛’의 비결이 됐다. 그 다음은 면발. 양념이 잘 스며들면서도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200종류의 면발을 물의 양과 온도에 따라 실험했고 지금의 둥글고 넉넉한 면발이 선택됐다.

봉지면으로 시작한 신라면은 ‘신라면컵’(1997), ‘신라면큰사발’(1998), ‘신라면블랙 봉지면’(2011), ‘신라면블랙컵’(2012)을 차례로 내놓는다. 기존 가격보다 2배 비싼 사골 맛 ‘신라면블랙’은 허위과장광고로 판매가 중지됐다가 이듬해 다시 ‘블랙신컵’으로 부활했고, 봉지면도 재출시 됐다.

‘할랄’ 인증, 이슬람권 공략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연간 72개. 한국 라면시장에서 팔리는 160여 가지 라면 중 신라면의 점유율은 2009년 25%였다. 하루 300만개씩 한해 8억 봉지가 팔린다. 신라면은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해외로 나갔다. 현재 80개 나라로 수출된다. 2012년 농심의 해외매출액 4700억 원 중 신라면 매출액은 40%인 1900억 원이었다.

농심은 1971년 미국 LA에 ‘소고기라면’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1990년대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상하이, 칭다오, 선양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의 연간 라면소비량은 500억 개로 세계 라면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중국인 입맛을 고려해 지역마다 차등을 두고 공략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 ‘타오타오’와 직영 판매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2005년 설립한 LA공장에서는 연간 5억5000만개의 신라면이 생산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중남미 히스패닉계로 진출중이다. 미국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트위터에 신라면 이미지와 함께 “지금 당장 하나 먹었으면 좋겠다(Wish I had one of these right now)”는 트윗을 올리면서 싸이, 성룡에 이은 ‘신라면 마니아’로 등극했다.

퍼렐 윌리엄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신라면 이미지와 트윗.

연간 350여 종류의 신제품 라면이 쏟아지는 일본에서는 신라면 정착이 쉽지 않지만 도쿄, 오사카를 비롯해 시코쿠, 나고야 등으로 지점이 확대되고 있다. 농심재팬은 4월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했는데, 4와 10의 발음을 합치면 일어로 홋토(hot, 맵다)라는 뜻이 된다. 지난해 봄 첫 수출된 케냐에서는 종합TV방송국 ‘GBS홈쇼핑’에서 신라면과 신라면컵, 튀김우동컵 등 3종을 함께 팔았다.?스위스 융프라우, 칠레 푼타아레나스, 네팔 히말라야 등 전 세계 랜드마크에도 신라면이 있다.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들고 있는 관광객들. <사진=농심>

농심은 웬만한 고기는 해외에서 먹지도 않는 16억 명 무슬림 시장도 뚫었다. 2011년 부산공장에 ‘할랄(halal)’ 전용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9개 이슬람 국가에 ‘할랄 신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된 제품이다. 2012년 12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밖에도 미국 아메리칸항공, 에어프랑스, 영국항공, 하와이안항공, 세부항공 등 7개 항공사에 기내식으로 나간다.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는 전략으로 올해 신라면 수출국을 10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나라마다 신라면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농심은 2009년 ‘빅맥 지수’처럼 ‘신라면 지수’를 만들었다. 주요 지역의 신라면 판매가를 미국 달러로 환산해 각국의 구매력을 비교평가하는 지수다. 2012년 ‘신라면 지수’를 보면 미국 0.99달러, 한국 0.68달러, 홍콩이 0.58달러로 가장 낮았고, 호주가 1.92달러로 가장 높았다. 그래서 올해 신라면의 공략지는 호주 등 남태평양이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의 맛은 전 세계가 똑같다. 한국의 매운 맛이 전 세계 사나이를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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