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요리사 실수로 탄생한 마법 양념 ‘이금기 굴소스’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이금기 팬더 굴소스

요리에 서툰 새댁, 혼자 사는 자취생이 일품요리에 맛을 내는 비결이 있다면? 오랜 경력의 주부라 할지라도 어느 날 음식 맛이 1% 부족하다면 이 방법을 한번 활용해 보길. 딱 한 숟갈에 요리의 감칠맛을 더하는 마법의 조미료, 바로 굴소스다. 한국과 일본에 간장이 있다면 중국에는 굴소스가 있다. 원조는 ‘이금기 굴소스’. 1초에 12병 팔린다는 이 굴소스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하얀 굴이 갈색 소스가 된 이유

중국 광둥성 항구도시 주하이(珠海) 남수마을에서 어민들을 상대로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던 이금상(李錦裳, 리캄성). 강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은 굴이 풍부해 굴 스프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금상은 식당에서 굴을 넣고 스프를 끓이다가 불 끄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만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아차’ 싶어 돌아왔지만 이미 굴은 형체도 없이 갈색으로 졸아버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망친 요리에서 놀랍게도 좋은 향이 나는 것이었다. “아! 이걸 소스로 사용해 봐야겠다.” 생각한 이금상이 만든 것이 바로 ‘이금기 굴소스’다. 이때가 1888년. 자신의 이름에 가게를 뜻하는 기(記)를 붙여 ‘이금기(李錦記)’가 됐다.

홍콩 에버딘 점보레스토랑에서 열린 '2012 이금기 대학생 중국요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홍진애씨가 트로피를 들고 찰리 리 CEO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금기 굴소스’가 주는 묘한 감칠맛에 너도 나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금상은 1892년 마카오로 이주해 본격적인 생산에 뛰어든다. 처음엔 포장해서 팔지 않았는데 고객이 병을 들고 찾아다닐 정도였다. 이후 아들인 이조등과 이조남이 굴소스를 포장해 팔면서 1920년대 해외로도 시장을 넓히게 된다. 1932년 다시 근거지를 홍콩으로 옮기며 전 세계 화교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섰다.

특히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이금기 굴소스를 활용해 중국 요리 대중화에 일조한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며 미중화해 모드가 조성되던 시기, 닉슨대통령에게 선물한 판다가 화제가 되면서 이금기 굴소스 공장에선 ‘팬더 굴소스’를 출시했고,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음식 먹는 사람 있는 곳에 이금기소스가 있다’는 정신으로 창업 100주년이 되던 1988년 홍콩 타이포(大捕)공단에 33만평 규모의 이금기그룹 본사건물을 준공하게 된다.

지난 12월9일 국제조리직업전문학교에서 열린 제7회 이금기 요리대회에서 대학생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딱 한 숟갈이 ‘감칠맛’의 비결

굴소스는 온전히 굴로만 만들어진 걸까? 굴만으로 갈색 소스가 되려면 거의 10시간을 태우다시피 끓여야 가능하다. 따라서 굴 농축액에 설탕과 소금, 옥수수전분, 밀가루 등을 넣어 만든다. 굴 함량은 10~75%로 다양한데 캐러멜을 넣으면 색과 향이 더욱 진하다. 한국에서 만드는 굴소스에는 굴 말고도 말린 새우 등이 들어간다. 중국의 맛으로 여겨지지만 중화요리는 19세기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은 광둥지역 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넓게 활용되는 아시아 요리의 대표 소스다.

백화점에서 이금기소스 시식 홍보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오뚜기/뉴시스>

한국에는 차이나타운을 통해 들어와 중국요리에만 조금씩 사용되다가 지금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1996년 오뚜기가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굴소스 외에도 마파두부에 넣는 ‘두반장’, 쓰촨식 볶음요리에 좋은 ‘마늘콩소스’, 쌀국수에 넣는 ‘해선장’, 고기를 재울 때 쓰는 ‘매실소스’, 치킨파우더, 검은콩소스 등이 이금기그룹에서 들어온 제품들이다.

이금기 중화두반장으로 만든 새우꼬치구이, 해선장소스를 이용한 홍합조림 <사진=이금기소스요리블로그>

간장, 고추장, 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필수 조미료가 되고 있는 굴소스, 과연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우선 고기를 재거나 볶을 때 넣으면 맛이 풍부해진다. 불고기와 갈비찜 뿐 아니라 버섯에 살짝 볶거나 멸치볶음과 두부조림에 간장 대신 넣어도 좋다. 잡채에 넣으면 기름이 아니라도 반들반들 윤기가 흐른다. 생선구이에는 소금간 대신 발라서 구우면 자르르 고소하다. 볶음밥이나 볶음면에도 맛깔스럽다. 궁중떡볶이는 물론 고추장과 함께 빨간떡볶이에도 굴소스를 넣어보자. 칼국수나 어묵탕에 넣어도 깊어진 국물맛을 확인할 수 있다.

굴소스를 넣은 해삼 장어 볶음 요리 <사진=서울프라자호텔/뉴시스>

단 한 개의 불량품도 용납하지 않아

최상의 감칠맛은 조금만 적당히 넣어야 찾을 수 있다. 무슨 맛인지는 딱히 몰라도 입에 착 감기는 그런 맛이 감칠맛이다. 밋밋한 하얀 굴이 갈색이 되도록 오랜 시간 졸였다는 제조법을 생각하면 한 숟갈에도 적잖은 굴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과용하면 질퍽해진다. 또 굴소스를 넣은 요리는 모두 맛이 비슷해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간장과는 달라서 한번 뚜껑을 열면 냉장보관하는 것도 잊지 말자.

이금기그룹 리만탓(李文達) 회장

이금기그룹은 2013년 창업 125주년을 맞았다.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LA에 생산공장을 두고 전 세계 100여 개국에 220여 종의 소스를 수출한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100만 병에 이른다. 최근엔 ‘중국 우주항공식품 파트너’로 선저우 9호와 10호에 이금기소스가 공급됐다. 3세기에 걸쳐 전 세계를 주름잡는 민족기업이 됐지만 아직 비상장회사다. 매출액은 연간 10조원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리만탓(李文達, 85) 회장과 찰리 리(52) CEO에 이르기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중국의 우수한 음식문화와 양생문화를 널리 전파하겠다”는 사명을 지키고 있다. 리만탓 회장은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水思源)”와 “이익이 남에게도 미치도록 생각하라(思利及人)”라는 옛말을 되새긴다고 했다. “100-1=0”이라는 모토도 있다. 100개 중 하나의 불량품이 나오더라도 먹거리는 끝장이라는 뜻.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이금기 굴소스’의 출발은 사실 ‘한 번의 실수’로 시작된 것이니 이 또한 아이러니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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