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캬~” 거품 속 구수한 향미, 북한 ‘대동강맥주’

대동강 상류 첫 번째 다리인 ‘청류다리’ 그림이 그려진 대동강맥주 병뚜껑과 대동강맥주

연말 회식이나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세계적인 맥주는 독일·체코 등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 칭다오 맥주, 일본 아사히 맥주를 제치고 명성이 자자한 맥주가 있으니 바로 북한에서 생산되는 ‘대동강맥주’다. <이코노미스트> <로이터통신>등 서방언론이 “한국 맥주보다 북한 맥주가 더 맛있다”고 보도해 한국을 ‘뻘쭘하게’ 만들었던 그 주인공이다.

대동강(大同江)이 어떤 곳인가. 조선 말기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변 나루터에 앉아 물 긷는 물장수들에게 동전을 받아 결국 대동강물 판매권을 받아냈다는 그 유명한 강 아닌가. 한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며 서울을 남북으로 가른다면, 대동강은 평양을 동서로 가르며 흐른다.

대동강에는 6개 다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상류에 있는 다리가 청류다리(淸流橋)다. ‘푸른 강물’을 뜻하는 ‘청류’는 대동강의 별칭이기도 하다. 대동강 다리 중 가장 최근인 1995년 탑에 비스듬한 철선을 드리운 사장교(斜張橋)로 건설됐다. 대동강맥주 병뚜껑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청류다리다. 북한돈 500원짜리 화폐 뒷면에도 등장하는 명소다. 대동강 상류의 첫 번째 다리가 청류다리이듯 대동강맥주를 마시려면 청류다리를 먼저 열어야 하는 것이다.

500원짜리 북한화폐 뒷면에 그려진 청류다리

한잔에 북한돈 60원, 암시장서 수십 배

‘평양의 자랑’ 대동강맥주 브랜드는 김정일이 직접 지었다. 러시아 발티카 맥주공장을 시찰하고 돌아와 최고급 맥주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하달한 이름이다. 180년간 에일(Ale) 맥주를 생산해온 영국 어셔맥주가 문을 닫자 현지공장을 해체해 통째로 평양으로 옮겨왔다. 양조장을 재조립한 뒤 독일 라우스만에서 건조실 설비를 들여왔다. 북한 최대 음료생산시설이 이렇게 완성됐다. 대동강맥주공장은 2002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초기엔 당 간부나 평양주재 외국인들에게만 맥주가 제공됐지만 지금은 매일 평양시내 200여 개 맥줏집에 공급된다. 천리마거리에 있는 한 대동강맥줏집에서는 하루에 500㎖ 2000잔 정도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일반 주민들이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권시민’인 평양시민들에게만 세대별로 매달 맥주표를 공급해준다. 지방 주민은 평양에 와서 암표를 사 마시기도 한다. 500㎖ 1잔이 북한돈 60원이지만 암시장에서는 수십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북한에는 대동강맥주 말고도 평양맥주, 봉화맥주, 락원맥주, 룡성맥주 등 5가지 맥주가 있다. 룡성맥주가 1980년대 중반 체코에서 들여온 양조 설비로 생산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국내산 원료와 기술로 생산된다. ‘가스맥주’라고 해서 맥줏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생맥주도 있다. 북한의 맥주 수요는 연간 100만㎘로 추산되는 데 비해 대동강맥주공장에서의 생산량은 연간 7만㎘에 불과하다. 지난 9월 황해남도 해주시에 새 맥주공장을 완공해 증산에 나섰지만 북한에서 맥주는 여전히 귀하고 특별하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만든 대동강맥주 홍보영상 캡처 화면

“발효도가 높고 연하고 깨끗하고 상쾌한 맛, 순결하고 아름다운 대동강의 흐름을 련상”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최근 제작한 2분47초짜리 대동강맥주 영상광고 문구다. 북한에서 맥주 광고는 4년 만에 등장했다. 2009년 <조선중앙TV>의 대동강맥주 광고는 북한 최초 상업광고였다. 당시 개성고려인삼 등과 함께 방영된 TV광고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김정일 위원장이 2개월 만에 중단시켰다. 외화벌이를 위해 다시 등장한 새 영상광고에는 평양시내에 사람들이 모여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나온다. “깨끗한 맛과 특이한 향미”로 소개된 대동강맥주는 과연 어떤 맛일까?

대동강맥주는 병에 붙은 상표에 번호가 매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번호가 올라갈수록 깊은 맛을 낸다. 흰쌀 30%, 보리 11% 함량의 ‘2번’이 기본이다. 흰쌀을 넣은 대동강맥주는 2009년 개발됐는데, 흰쌀과 보리의 혼합 비율에 따라 7가지 품종이 생산된다. 초콜릿 맛이 감도는 흑맥주는 ‘3번’이다.

알코올 함량은 5~5.7%. 대동강 상류의 정제 지하수와 황해도 재령의 보리, 양강도의 호프 등 지역 원료를 사용한다. 냉장상태에서 오랜 기간 발효시키는 ‘라거’ 방식 대신 높은 온도에서 2~3주 짧게 발효하는 ‘에일’ 방식으로 만든다. 탄산은 상대적으로 적고 거품이 풍성해 독특한 맛을 낸다.

국내 통조림 제조업체가 술안주용으로 출시한 ‘짝태’ <사진=뉴시스>

북한식 안주 ‘짝태’와 환상궁합

한국에서 대동강맥주를 맛볼 수 없을까? 2007년까지만 해도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수입이 됐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사건 이후 5·24 조치로 북한상품 수입이 제한되면서 대동강맥주도 수입이 중단됐다. 미국에서도 2008년 평양소주를 수입했던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가 2010년 미국 재무부 수입승인을 받아 대동강맥주 시판을 시도했지만 다시 북한상품수입이 금지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 있는 북한전문여행사 ‘우리투어’가 대동강맥주공장을 비롯해 락원백화점과 양각도호텔 생맥주양조장 등 평양시내 맥주공장 3곳을 둘러보는 ‘북한맥주기행’ 여행상품을 내놓아 북한맥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개성공단이나 중국을 통해 맛볼 수 있다. 개성공단 평양식당에서 파는 대동강맥주는 1병에 미화 3달러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만든 대동강맥주 홍보영상 캡처 화면

마지막으로 한가지. 한국에서 맥주는 치킨과 함께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치맥’이란 말까지 생겼다. 그렇다면 북한에선 맥주를 어떤 안주와 함께 먹을까? 바로 황태다. 북한말로는 ‘짝태’라고 한다. ‘명태’를 말린 ‘북어’를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황태’가 된다. 황태와 비슷한 ‘짝태’는 명태의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 바람으로 말린다. 그래서 짭짤한 맛이 난다. 짝태의 껍질을 벗긴 것을 ‘탈피 명태’라고도 하는데, 손으로 잘게 찢어서 포슬포슬해진 조각을 간장 등에 찍어 먹거나 그냥 먹어도 감칠맛이 난다. 물론 맥주와 곁들일 때 최상의 맛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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