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롱바오 황금비율, ‘딘타이펑’이 잇는다

딘타이펑 직원들이 딤섬을 포장해 고객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사진=신화사/뉴시스>

[Brand Story] 샤오롱바오 황금비율,? ‘딘타이펑’이 잇는다

뜨거운 찜통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만두. 중국식 숟가락에 하나 얹어 젓가락으로 만두피를 터트린다. 만두 속에서 흘러나온 육즙을 호호 불어가며 맛본 뒤 초간장에 적신 생강채를 만두 위에 올려 비로소 한입 베어 문다. 감칠맛이 입안에 착 달라붙는 샤오롱바오(小籠包). ‘작은 대나무 찜통에 감싼’ 만두라는 뜻이다. 얇은 만두피 안에 만두소와 함께 뜨거운 육수가 담겨 있으니 숟가락을 거치지 않고 한 입에 집어 넣으려다간 그만 입천장을 데이고 말 지 모른다. 뜨거워서 조심스럽지만 조금만 식어버려도 그 맛이 아니다.

샤오롱바오는 1871년 중국 자딩현 난샹(南翔)진(지금의 상하이)에 있던 음식점 ‘고의원(古?園)’에서 시작됐다. 가게주인 황명현이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남상대육만두(南翔大肉饅頭)’가 인기를 얻자 주변 가게들이 모두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의원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원조 만두를 모방할 수 없도록 다시 만두피를 얇게 한 ‘고의원 난샹 샤오롱바오’를 만들었고, 곧 유명세를 탔다. 이를 황명현의 제자 오상승이 1920년대 ‘남상만두점’에서 판매하면서 상하이의 명물이 됐다.

그 상하이 샤오롱바오로 전 세계인 입맛을 길들인 곳 중 하나가 바로 대만 ‘딘타이펑(鼎泰豊, Din Tai Fung)’이다.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태어난 21살 청년 양빙이(楊秉彛)는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48년 대만으로 향한다. 타이베이의 한 기름집에서 배달 일을 하던 그는 10년 뒤인 1958년, 기름집 주인에게 가게를 인수해 ‘딘타이펑’이라는 간판을 내건다. ‘크고 풍요로운 솥’이라는 뜻. 그곳에서 조금씩 만들어 팔던 상하이식 만두 샤오롱바오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큰 솥’이 필요하게 됐다. 작은 길거리 노점에 불과했던 딘타이펑은 1972년 점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이후 1993년 ‘뉴욕타임스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될 만큼 세계적인 음식점으로 컸다.

딘타이펑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만두피 반죽을 만들고 있다. <사진=신화사/뉴시스>
만두피에 고기 만두소를 넣는다. <사진=신화사/뉴시스>
대나무 찜통에 샤오롱바오가 놓여있다. <사진=신화사/뉴시스>


얇은 만두피 속 풍부한 육즙

딘타이펑에서 잇고 있는 샤오롱바오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어디서 내놓든 한결같은 황금 비율, 5g의 얇은 만두피, 16g의 만두소, 18개 주름이 그것이다. 모든 공정은 주문과 동시에 수제로 이뤄진다. 본점인 타이베이 신이(信義)점은 이 샤오롱바오를 맛보려는 각국 손님들이 몰려드는데, 하루에 팔리는 샤오롱바오만 1만 개에 이른다. 점원들은 나라별 배지를 달고 그 나라 언어로 된 메뉴판을 보여주며 손님을 안내하기 바쁘다.

샤오롱바오는 돼지고기를 다져 넣는 것이 기본이지만 만두소 재료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게살을 넣은 셰펀(蟹粉) 샤오롱바오, 닭고기를 넣은 지러우(鷄肉) 샤오롱바오, 수세미 열매와 새우를 넣은 쓰과샤런(絲瓜蝦仁) 샤오롱바오도 있다. 나라마다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 내놓기도 하는데, 한국은 김치, 자연송이 등이 들어가는 샤오롱바오가 있고, 무슬림이 많은 인도네시아는 닭고기로 만든 샤오롱바오가 주류다.

그렇다면 다른 만두에서 볼 수 없는 그 풍부한 육즙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먼저 돼지고기와 닭고기, 돼지껍질, 파와 생강 등을 넣어 끓인 육수를 만들어 냉장고에 얼린다. 젤라틴질로 굳은 육수는 만두소와 함께 반죽해 만두피 속에 싸서 쪄내는데, 굳혀 만든 육수가 만두소와 함께 녹아 찜통에서 꺼낼 때는 뜨거운 국물이 만두 속에 든 것처럼 된다. 이렇게 국물이 들어 있지만 만두피는 그 어느 만두보다 얇은 것이 특징이다.

딘타이펑에서는 대표 메뉴인 샤오롱바오 말고도 다양한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만두의 한 종류인 훈툰을 매운 소스나 탕에 넣고 끓여낸 요리나 만두피가 찐빵처럼 두꺼운 따바오, 만두 위를 꽃처럼 만든 샤오마이, 한국만두와 비슷하게 생긴 쩡쨔오와 같은 만두 종류를 비롯해 우육면, 계란탕, 찹쌀탕수육 등 대만식 요리들이 있다. 중국 베이징 딘타이펑에는 다른 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녹두를 잔뜩 얹은 중국식 녹두팥빙수도 있다.

<사진=박소혜>

현재 딘타이펑은 대만에 본점을 포함한 9개 지점이 있고 중국과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 40개 지점이 있다. 이밖에도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를 비롯한 미국 LA와 호주 등 전 세계에 82개 지점을 냈다. 하지만 무작정 지점을 내주는 것은 아니다. 재료와 품질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에바항공 등 기내식에도 일등석 메뉴로 우선 진출하는 등 딘타이펑의 고급화 전략은 그 맛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2013년 CNN TRAVEL ‘여행자들을 위한 최고의 프랜차이즈’ 2위에 선정된 것이나 홍콩 딘타이펑이 2010~2012년 미슐랭 스타가 선정한 맛집이 된 것 또한 양적 확장에만 치중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는을 발행하는 생활정보신문 전문업체 ‘미디어윌’이 투자해 2004년부터 딘타이펑 코리아 영업을 시작했다.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6개 지점을 냈는데, 2012년에는 자갓 서울(ZAGAT Seoul)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에선 만두를 ‘딤섬(點心)’이라 한다. 영어로는 덤플링(dumpling).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처럼 아침과 저녁 사이에 마음을 살짝 건드릴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다. 3000년 전 광둥 지방에서 차와 함께 간단한 요깃거리로 시작한 이 음식은 이제 다양한 향미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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