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in Asia] ‘패션기업’ 지오다노, ‘식당 이름’이었다고?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 이름이 지금의 ‘지오다노(GIORDANO)’

지오다노(Giordano). 19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Giordano Umberto, 1867~1948)다. 16세기를 살았던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성직자의 이름(Bruno Giordano, 1548~1600)이기도 하고, 17세기 이탈리아의 서양화가 이름(Luca Giordano, 1634~1705)이기도 하다. 모두?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유명한 패션 브랜드 이름이다.

패션브랜드 지오다노라는 이름은 그럼 어디에서 왔을까? 역시 이탈리아에서 왔다. ‘루카 지오다노’라는 화가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창업주는 이 화가와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예술적 취향이 있었던 걸까? 답은 의외다. 레스토랑에 있다.

1950년대 후반 12살이던 중국인?지미 라이(Jimmy Lai Chee Ying)는?홍콩으로 불법 이민을 왔다. 당시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이민을 시도하던 때였다. 지미 역시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공장에서 일하면서 저녁에 공부하는 주경야독 부지런하고도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지미는 1970년 생산공장 코미텍스를 설립하며 섬유업계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때 지오다노의 역사는 시작됐다. 10년 뒤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지오다노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지오다노는 지미가 미국에서 우연히 들렸던 레스토랑 이름에서 따 왔다. 음식도 서비스도 지미의 맘에 쏙 드는 놀라운 레스토랑이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다!” 확신한 지미는 바로 그 식당 이름을 자신이 계획한 런칭 브랜드로 정했다. 정작 지미가 루카 지오다노의 작품들을 살펴보게 된 것은 그 이후다.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 사업 모든 영역에 해당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지오다노지만, 지금의 지오다노는 사실 ‘이름’으로 이어가는 브랜드가 아니다. 구찌나 프라다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명품으로 인식하는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가 아니라 ‘상품가치’ 즉 품질로 승부하는 ‘밸류 브랜드(Value Brand)’다. ‘이름’을 지우고 품질을 내세웠으니, 사실상 창업 당시 브랜드 이념과도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식의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훗날 이뤄진 것인지도 모른다. 지오다노가 런칭됐던 1980년부터 6년 동안은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고급브랜드로 이력을 쌓아왔으니 말이다. 이후 1986년, 기업 전반에 혁신을 불어 넣으면서 ‘저가시장’으로 전환했다. ‘싸구려’ 시장이라기보다는 원가를 대폭 줄이고, 소매마진도 줄이면서 규모를 늘리는 형태다. 지금의 ZARA나 H&M,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패션을 그 당시 이미 펼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고급부티크에서 대리점 체인으로 운영을 전환하면서 지오다노의 경영철학은 확고해졌다. 모든 가치는 다시 품질과 서비스에 올려뒀다. 여기에 단순함(Simplicity)과 속도(Speed)가 더해져 지오다노의 정체성이 재정립됐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소비환경의 변화를 살핀 덕분이다. 이때의 철학이 바로 ‘지오다노’ 런칭 당시의 원뜻이 아니었을까. 화가 ‘지오다노’의 이름에 이끌려 찾아오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음식의 맛과 종업원들의 서비스’로 찾아오는 레스토랑으로 만들겠다는 그 이념. 그것이 바로 ‘지오다노’의 오늘이다.

지오다노는…

1980년 지미 라이가 창업한 지오다노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와 대만, 중국 등 중화권은 모두 홍콩에서 직접 투자를 관리한다. 한국과 호주, 두바이는 합작사를 설립했고, 필리핀은 라이선스 비즈니스 형태다.

한국에서는 일신방직이 지오다노 홍콩본사에 면사를 대준 인연으로 1994년 일신방직계열사인 일신창업투자가 ‘지오다노 인터내셔널’과 50%씩 공동으로 출자해 자본금 50억원으로 국내 법인을 세웠다.

“고객을 기분 좋고 멋져 보이게 만들어라(Giordano makes you feel good and look great)”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는 지오다노는 단순하지만 우수한 품질로 젊은이들의 현대적인 패션감각을 창출해가고 있다.

이후 자라, 유니클로, H&M 등 패스트패션이 점차 패션사업의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오다노 역시 선발주자로서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으로 비슷비슷하게 경쟁하는 패션업계, 미국의 그 ‘지오다노’ 레스토랑이라면 여기에 또 무엇을 덧붙였을까. 지미를 ‘감동’시킨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브랜드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지미 라이(Jimmy Lai Chee Ying) 넥스트 미디어 CEO <사진=Global Editors Netork>

지미 라이(Jimmy Lai, Lai Chee-Ying, 黎智英)는…

1948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났으며, 초등학교 5학년을 마쳤다. 12살에 중국에서 홍콩으로 작은 배를 타고 넘어온 그는 당시 한달에 8달러를 받고 의류 공장에서 일을 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패션그룹 지오다노를 설립한 지미 라이는 기업가이면서 또 한편으로 홍콩의 대표 미디어 그룹인 넥스트 미디어(Next Media)를 설립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넥스트 미디어는 36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홍콩 최대 언론 그룹으로, 홍콩과 타이완에서?애플지(Apple Daily, 일간지), 넥스트 매거진(Next Magazine, 주간지), 이지 파인더(Easy Finder, 청소년 잡지), 샤프 데일리(Sharp Daily, 무료신문) 등 신문과 잡지를 내고 있다. 애플지는?화려한 그래픽과 큰 활자, 컬러를 선보인?첫 번째 신문으로 홍콩과 타이완에서?많은 판매부수를 보이고 있다.

넥스트 미디어는 또한 수준높은 학술칼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민주세력들에게 지지를 얻어 왔는데 이 때문에 중국정부와 관계있는 일부 기업들은 넥스트미디어 그룹 언론사에 광고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스트 미디어의 과감한 스타일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애플지는 홍콩에서 파파라치와 옐로 저널리즘을 일으킨 매체로 최근에는 지난해 트윈스 멤버인 질린청의 무대 뒷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보도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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