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이 지구 위 인류 모두가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내가
Author: 박노해
[오늘의 시] ‘어머니의 새해 강령’ 박노해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거라”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장작불에 데운 물로 목욕을 시킨 후 문기둥에 세워놓고 키 금을 새기면서 작년보다 한 뼘이나 더 커진 키를 보며 봐라,
[오늘의 시] ‘가면 갈수록’ 박노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뒤를 돌아보면서 앞을 향해 걸었다 너를 향해 걸었다 내 희망은 단순한 것 내 믿음은 단단한 것 내 사랑은 단아한 것 돌아보면 그랬다 가난이 나를 단순하게
[오늘의 시] ‘기침 소리’ 박노해
찬 겨울 아침 어흠, 어른의 기침 소리 마당 위 얇은 싸락눈이 한번 날리고 갓 깨어난 참새들 대숲으로 난다 물동이를 머리에 인 누나가 발자국 소리
[오늘의 시] ‘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내리다’ 박노해
그 해 첫눈이 펑펑 내리던 밤 엉금엉금 기어가는 마지막 호송차는 만원이었지요 그 바람에 규정을 어기고 나는 그 여자 옆에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눈송이 날리는 창 밖만을
[오늘의 시] ‘가득한 한심’ 박노해 “양지바른 무덤가에 누워”
오늘은 한심하게 지냈다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솔개가 나는 먼 산을 바라보고 봉숭아 곁에 쪼그려 앉아 토옥토옥 꽃씨가 터져 굴러가는
[오늘의 시] ‘살아서 돌아온 자’ 박노해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눈보라와 불볕과 폭풍우를 다 뚫고 나온 강인한 진실만이 향기로운 사과알로 붉게 빛나니 그러니 다 맞아라 눈을 뜨고 견뎌내라
[오늘의 시] ‘우주의 가을 시대’ 박노해 “첫 서리가 내렸다”
첫 서리가 내렸다 온 대지에 숙살肅殺의 기운 가득하다 하루아침에 찬란한 잎새를 떨구고 흰 서릿발 쓴 앙상한 초목들 나는 텅 빈 아침 숲에 서서 하얀 칼날을
[오늘의 시] ‘하루’ 박노해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여명은 생의 신비다 밤이 걸어오고 다시 태양이 밝아오면 오늘 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짐을 진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이 삶의 무게에 사랑이 있고 희망이
[오늘의 시] ‘가을 열매 소리’ 박노해 “도토리 산밤 잣 다래 개암”
가을 산은 숙연해라 태풍이 지나간 정적 속으로 도토리 산밤 잣 다래 개암 가을 열매들이 투신하는 소리 나 이 한 생에 그토록 성장하며 폭풍
[오늘의 시] 박노해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작은 꽃씨처럼 가난할지라도”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 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 떨리는 그 별빛 이제 여기 도착해 사랑의 입맞춤으로
[오늘의 시] ‘우울’ 박노해 “우울한 거리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우울한 거리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유리창의 자화상을 본다 세상의 모든 우울이란 찬란한 비상의 기억을 품은 중력의 무거움 날자 우울이여 찬란한 추락의 날개로 우울을 뚫고
[오늘의 시] ‘은빛 숭어의 길’ 박노해
그 가을 고향 갯가에 노을이 질 때 나는 마른 방죽에 홀로 앉아서 바다로 떨어지는 강물을 바라보았지 숭어들이 눈부신 은빛 몸을 틀며 바다에서 강물 위로 뛰어오르는
[오늘의 시]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만히 나를 말린다”
[오늘의 시] ‘숨 쉬는 법’ 박노해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
숨을 가슴으로 쉬지 말고 단전으로 둥글게 쉬어라 숨을 얕게 쉬지 말고 발뒤꿈치로 깊이 쉬어라 숨을 공기로만 쉬지 말고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