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납치당하고 싶으면 돈 자랑하라”

한국인들이 필리핀에 와서 납치와 강도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한다. 필요 이상으로 부자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현금과 재산이 많은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면 필리핀인들을 자극하여 범죄자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견물생심이라 하지 않았던가. 특히 광산업처럼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 사업 아이템이 있는 경우에는 현장을 둘러보고 투자하기 위해 따라 나섰다가 필리핀 파트너가 강도로 돌변하거나, 그 파트너와 미리 공모한 범죄자들에 의해 납치되어 곤욕을 치룰 수 있다. 필리핀 상류층들은 서민들이 주위에 있을 경우에는 현금이 많은 척하거나 부자인 체하여 서민들을 질투하도록 자극하지 않는다.

거주 구역을 높은 담으로 두르고 경비를 세운 대문으로 차단하여 서민들이 그들의 실제 생활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 최상류층들은 휴양지에서조차 서민들 근처에 가지 않고 그들만의 휴양지에서만 지낸다. 눈에 띄지 않으면 부유층들의 생활을 상상만 할 뿐 시기하고 질투할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서민들이 많은 장소에 가야 할 경우에는 옷차림을 무척 수수하게 차려 입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상류층인 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현명하게 처신한다.

“가난한 자가 부자를 질투하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겁내는 것은 영원한 진리이고, 사랑의 복음이니 하는 것은 그것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G. 플로베르)

납치 강도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7년 28건, 2008년 44건, 2009년 49건이 발행했다고 한다. 신고하지 않은 사건들까지 고려하면 해마다 납치 강도 사건이 10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술집 등에서 씀씀이가 헤픈 사람들이 있다. “가난은 가난하다고 느끼는 곳에 존재한다”는 에머슨의 말을 제대로 실천하여 필리핀 사람들로 하여금 가난하다는 사실과 열등의식 및 불만을 억지로 느끼도록 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가난을 느낀 사람들은 돈지갑 앞에서 굴복한다는 사실과 돈지갑에서 꺼내주는 한 푼 두 푼이 아니라, 돈지갑 전체를 원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거액의 계약서(MOA)나 투자의향서(MOU)등에 “그 정도의 투자액은 나에게는 별것도 아니다”라는 듯이 심사숙고 하지 않고 쉽게 서명하는 한국인들을 현지인들은 ‘걸어 다니는 달러’로 여긴다. 베블런이 말하기를,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음을 남들에게 증명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돈이 자신에게 아무 소용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라 했다. 어리석은 외국인들의 돈은 먼저 덮치는 자가 임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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