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고용조건, “이것만은 꼭 챙겨야 한다”

필리핀 노동법에 의하면, 직원이나 노동자를 6개월 이상 고용하거나 만 6개월로 계약을 해지한 이후 1년 이내에 다시 고용되는 경우에는 정규직원(regular employee)이 된다. 정규직원이 된 이후 나태해지거나 변명을 대며 지각 또는 결근이 잦더라도 해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해고된 후 노동부에 불법 해고를 당했다며 고발했을 때, 직원의 잘못과 회사에 끼친 손해가 불명확하고 해고 절차가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 거의 대부분 노동자가 승소하고 다시 복직시켜야 할뿐더러, 해고 기간 동안의 급여 및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해줘야 한다.

필리핀 노동부는 거의 무조건 노동자편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대형 작업장(공장, 백화점)들은 인력 공급업체와 계약하여 사외 하청 인력들이 와서 일하거나, 매 6개월씩만 고용한다. 따라서 실업률이 아주 높은 나라이지만 대형 작업장에 노동자를 보내는 하청 회사의 인력 관리실에는 매일 이력서 들고 줄 서 있는 지원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6개월의 계약 기간을 마치고 떠나야 하는 계약직 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이다. 만 20~21살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므로 나이 30이 되는 서민들의 이력서에는 10여개 정도의 각기 다른 업종의 회사들에서 거의 대부분 6개월 이하의 기간 동안 일한 경력들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부 필리핀 회사들은 숙련된 직원들을 유지하되 정규 직원들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곤경을 줄이기 위해 매 6개월마다 해고하고 정산한 후 재계약을 하면서 ‘청구권 포기각서 (Affidavit of Quit claim)’를 받아 놓기도 한다. 재계약 이전에 발생한 회사(고용주)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각서인데,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적으로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은 할 수 없으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I have been paid by __(회사명)__ all amount known to be due to me up to the end of my contract for me on account of my salaries, wages, fringe benefits, holiday pay and all other applicable legal remuneration.

-The above-mentioned corporation, to the best of my personal knowledge, has not committed any discrimination of any kind against me with respect to my employment. In consideration of the payment so received, I hereby release and forever discharge __(회사명)__, its successors and assigns and all its directors, agents, officers and employees for any all claims and demands of any kind whatsoever which I now have and hereafter may have against any or all of them.

이러한 방법은 정규직으로서의 법적인 지위 보장에는 변함이 없다. 왜냐하면 6개월 이상 계속 재고용하였고 그들이 하는 업무가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포기각서에 서명을 강요한다거나 직원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서명한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법정 다툼이 있을 때 필리핀(법정)은 거의 언제나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의 편에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잔업 수당이나 어떤 회사로 부터 받아야 할 금액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우기는 경우, 직원의 주장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한 근거를 고용주가 제시해야 하는데, 몇 년 동안 일해 왔던 직원인 경우에는 몇년 동안의 근무자료를 누락 없이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되고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노동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패소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매 6개월마다 모든 정산을 마치고 Quit Claim을 받아두면, 그 이후 기간의 자료만 정리하면 되므로 한결 수월하고, 그 금액도 아주 적을 것이다. 공증을 한 Quit Claim은 공문서이다. 이 서류는 직원의 청구 소송에서 회사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최고의 증거물이다.

업무태만이나 기타 불만족스러운 정규직 직원들을 고용주가 함부로 제재하기가 어렵지만, 계약 종료 후 며칠 또는 몇 주 기간 후의 날짜를 정해서 재계약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기간이 정직처분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재계약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바람직한 업무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수습사원이든 직원을 해고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두 가지의 근본적인 절차(서면통지와 심리)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 해고로 간주되어 복직을 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해고기간 동안의 급여와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해줘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서면 통지는 최소한 두 차례 행해져야 한다. 해고사유를 적시한 통지와 해고통지이다. 회사에서 사회보장제도(SSS, Social Security System)에 등록시킨 직원은 정규 직원으로 간주된다. 노사관계 분쟁의 재판 관할권은 노동부 소속인 노동법원(labor court), 즉 분쟁조정위(labor arbiter)와 중앙노동위원회(NLRC, National Labors Relation Commission)에 있다. 노동법원에서는 분쟁의 해결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 보상액을 포함한 모든 금전적인 문제까지 결정한다. 어느 특정한 기간 동안 특정한 장소에서만 일하거나 특정 계절에만 일하는 경우로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계약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임시직 임원의 해고: 통상적으로 임원들(Managers)은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Lamberto는 운수 회사의 임원(Manager)으로 채용된 지 4개월 만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통지서에 명시된 해고 사유는 업무 태만, 근무지 이탈, 상관의 지시에 불복종, 불성실 등이었다. Lamberto는 노동부에 불법 해고라고 제소했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심리를 마친 판결은 다음과 같다. Lamberto의 해고는 정상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불법해고에 해당되어 소송 기간 중 급여는 회사가 지불해야 하지만, 임원이기 때문에 복직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가 신의를 저버렸다는 증거가 미약하므로 Lamberto가 청구한 정신적 피해 보상액과 변호사 비용은 회사의 책임이 아니다.

재단사 Tacio와 Valentine은 Jimmy가 운영하는 봉제 공장에서 4년 정도 매일 10시간씩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일하면서 최소 수준 이하의 일당과 재단한 옷의 숫자로 계산되는 급여를 받고 있었으며 SSS(Social Security System)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어느 날, 두명은 100여명의 다른 직원들과 옷의 숫자로 계산하여 급여를 받는 것보다는 노동법이 정하는 최저 임금을 받는 것으로 급여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을 사장(Jimmy)에게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려 했으나 사장으로부터의 불이익을 우려한 대다수 직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무산되었다. 이에 두 사람이 정규 직원으로서의 급여와 수당 등을 정식으로 요구하려 하자 Jimmy는 두 사람을 해고하였다. 두 사람은 즉시 노동부에 제소하였고, 노동부는 두 사람을 정규직원으로 규정하고 회사가 불법 해고를 단행했으므로 두 사람이 고용되어 있던 기간 동안의 미지급된 급여 및 각종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복직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대신 근무 기간 1년에 한 달 치의 봉급을 separation pay로 계산하여 지불하도록 했다. (2000년 4월 4일)

법정 고용주(statutory employer) : Ricardo는 경비 회사에 고용되어 차량판매 회사에 파견 근무 하던 중, 소지하고 있던 총이 땅에 떨어지면서 발사되어 목숨을 잃게 되었다. 유가족들은 경비 회사와 차량판매 회사에 사망보상금을 요구하였고, 차량판매 회사는 Ricardo의 실제 고용주는 경비 회사이므로 보상금 지불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비 회사는 당연히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차량판매 회사도 법정 고용주로 간주되므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경비 회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해당 금액을 경비 회사에 실비정산(reimbursable)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1989년 9월 16일)

직장 내 성희롱(sexual harassment) : Carina가 자동차회사에 입사하던 해부터 임원인 Charlie Tan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고 지속적인 성희롱(손 만지기, 어깨에 손 얹기, 아름답다고 추켜세우기 등)을 받았으나 계속 그의 구애를 거부했었다. 4년 후 Tan의 태도가 변해 더이상 성희롱이나 구애 행위를 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Carina가 출근해 보니 그녀의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와 전화기 등 물품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Tan에게 따졌고 이로 인해 심한 언쟁을 벌이게 되었다. 언쟁 중에 Carina는 지난 4년간 짓궂은 희롱을 당한 것에 대한 악감정도 표출하면서 Tan에게 사무용품을 집어던졌다. 이 사건은 인사담당 임원에게 알려져 결국 Carina는 해고되었다. 이에 Carina는 불법 해고 혐의로 제소함과 동시에 지난 4년 동안 상사로부터 성희롱 당했던 것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함께 청구하였다. 재판관은, 직장 내 상사의 성희롱은 권한남용에 해당하며 시효가 정해져 있지 않기에 4년 전의 행위도 제소 가능하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해고도 불법이라고 판결하여 회사 측이 모든 배상을 할 것을 명령하였다.

노동 시간은 하루 8시간, 주 6일로 규정되어 있다. 하루 8시간은 휴식시간을 뺀 순수하게 일한 시간의 합이며, 주 6일은 계속 근무 날짜가 6일 이내여야 한다는 것이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근무한다 하여 잔업수당이나 특별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느 작업장에서 월요일은 쉬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한다면,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했으므로 잔업 수당을 지불하지 않는다. 야간 근무조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근무조이며 보통 급여의 110%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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