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광산개발 ‘소문’ 어떻게 확인하나?
해외 자원을 개발하려는 한국인들이 필리핀에도 많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필리핀의 광물자원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되어있고, 자원개발과 운영권리만 민간인에게 허용되고 있다. 주요 관청은 PMDC(Philippine Mining Development Corp.)와 DENR(Department of Environment and Natural Resources), MGB(Mining Geosciences Bureau) 및 각 지역의 자치단체(시, 주정부와 지방의회)들인데, 승인받았거나 승인이 진행중인 사업들에 대해서 해당 관청을 찾아가면 담당 공무원들이 한국과 달리 쉽게 만나주고 문의 사항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정보를 알려준다. 인·허가 및 서류 작업을 시작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정보 수집에 있어서는 한국의 공무원들보다 훨씬 친절하고 수월하게 응대해 주는 데에 놀랄 것이다.
광산개발에 대한 어떠한 소문이라도 마닐라나 현지의 해당 관청 또는 관련 협회에 찾아가면 정확한 정보인지 거짓 소문인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변호사, 브로커 또는 컨설팅 업체를 통해 일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 학업성적이 좋은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비서로 고용하여 함께 시장 조사하러 다닌다면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정보와 소문에 대한 진위 여부를 직접 정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필리핀 사회와 문화에 대해 보다 빨리 이해하고 적응하게 된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게으른 사람들만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는 조언자에게 의지한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광산 개발업 분야에 투자 인센티브(소득세, 관세, 외국인 고용 등)를 주고 있으니, 구체적인 사항들은 BOI(Bureau of Investment)에 찾아가 문의해 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광산개발업과 관련하여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할 법적인 사항들은, 1)환경보호 및 복구조치를 취해야 하며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 2)광산개발 이익은 이해당사자(정부, 지역 사회 등)간에 합리적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3)지역 사회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의견교환을 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법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그리고 법규정이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거액을 투자하여 개발하는 동안 이해 당사자들, 즉 지역사회, 종교단체, 환경 단체, 일부 지방자치 단체들로부터 여러 가지 방해를 받을 수 있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반군들로부터 혁명세 납부를 강요받기도 한다.
광산개발업 관련 사기의 유형들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승인되었다거나 승인 진행 중이라는 허위 서류들을 보여주며 투자금을 유치하는 수법. 주지사나 시장 등과 식사자리 또는 면담을 주선하여 신뢰가 있는 듯이 행동하지만, 실제로 필리핀의 정치인들은 어떤 자리이건 donation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쉽게 만나주고,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가면 항상 잘되길 바란다는 원칙적인 덕담(blessing)을 해주고 사업이 잘못되었다 해도 결코 책임지는 일이 없으므로(한국의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문화이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2)실제로 승인된 사업이지만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로 진척이 어려운 상황을 감추고 투자금을 유치하여 떼어먹는 수법. 한두 번 투자금을 받고 나면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계속 추가 투자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확인하면 승인된 사업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의심 없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는 현장에 가서 지역 사회, 종교단체, 환경단체 또는 지방자치 단체에 찾아가 문의해 보아야 확인할 수 있으나, 오지에 있는 광산에 선뜻 확인하러 가기 힘들다.
실제로 간다 하더라도 사전에 공모한 사람들만 만나게 주선하여 속일 수 있으니, 공신력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회사와 사안별로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필리핀인 직원이 현지에 파견되어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3)상기 1) 2)의 경우에 더하여 선적할 준비가 되었다며 한국에 있는 선박 회사들을 찾아가 운송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 한국의 투자가들이 필리핀에 있는 오지의 광산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지만, 한국에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선박 회사들과 계약이 되어있는 정도라면 확실하다고 믿어 버린다. 계약되어 있는 날짜에 선적하기 위해 선박이 도착했으나 화물이 없어서 큰 피해를 당하는 선박 회사들도 해마다 몇건씩 발생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