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필리핀으로 이민은 절대 오지 마세요”

지난 20여년 간 필리핀의 물가는 10배 이상 올랐는데 서민들의 급여는 2~3배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1991년 서민들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애용하는 지프니의 기본요금은 75센 타보(0.75페소)였고 도시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5천페소(당시 환율기준 약 185달러) 수준이었는데, 2012년 현재 지프니의 기본요금은 8페소, 도시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만5천페소(현재 환율 기준 약 350달러) 수준이다.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필리핀 내에 제조업 기반이 극히 부실하여 소비재 상품들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때문이다.

필리핀 지배층들은 섬들이 너무 많고 단속 세관원과 해양 경찰들이 너무 적어 밀수를 효과적으로 단속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필리핀의 제조업은 대부분 수입부품을 조립하여 수출하는 수준이고 내수용 식음료 제조업 정도이다. 필리핀이 가난한 나라라는 편견만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은 의외로 필리핀 물가가 저렴하지 않다는 데에 놀라곤 한다. 2012년 1월 발표한 빅맥 지수를 보면, 한국 3.19, 필리핀 2.68, 인도네시아 2.46, 태국 2.46, 중국 2.44, 말레이시아 2.34, 홍콩 2.12로서, 인근 아시아 국가들 중에 한국 다음으로 필리핀이 가장 비싸다.

한국인 노부부가 필리핀에서 연금만으로 귀족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하던데, 인건비만 저렴할 뿐 소비재 물가 및 주거비가 비싸기 때문에 한국인 두 사람의 연금만으로는 필리핀의 중산층 생활도 따라가기 힘든 게 현실이다.한국의 방송 매체와 기자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서민층과 중산층의 중간 정도 생활 수준이라도 가정부를 고용하고 있으면 귀족 같은 생활로 보였는지, 아니면 당시 붐이 일었던 한국인 은퇴자들을 위한 주택단지 개발업자들을 도와 투자를 유도할 목적이었는지 알 수 없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몇 배나 뒤쳐진 의료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비나 약값이 3배 정도 비싸다. 자연 분만으로 출산하는 데에도 1백만원이 넘게 청구되고, 맹장수술 한 번에 수백만원이 든다. 전기료도 두 배 이상 비싸다. 거의 모든 생활용품은 수입하기 때문에 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싸다. 자녀들은 공립학교의 질이 너무 떨어지기에 사립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사교육비를 감안하지 않은 학비만을 비교하면 (대학 제외) 한국보다 몇 배나 비싸다.

집값은 대체로 20년치 임대료를 모으면 되는 수준이므로 1억원 짜리 아파트나 주택에 살게 되면 매달 8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야 할 정도로 비싸다. 한국의 서민층 수준만 유지하려 해도 생활비와 물가가 한국과 비교해서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일부 찌라시(사이비) 언론인들과 한국인 개발업자들의 삐끼질에 속아 함부로 필리핀에 정착하는 은퇴자들이 없기를 바란다. 한국의 시골에 아담한 전원주택을 지어서 필리핀보다 월등히 훌륭한 좌파 정책(의료제도와 복지제도)의 수혜를 받아가며 생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안전하며 편안한 여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들은 한국의 추운 계절(겨울)에 2~3개월 정도 필리핀에 와서 운동(골프)도 하고 휴양하다가 봄, 여름, 가을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이 최적인 것 같다. 물론 체류하는 동안 결코 아파서는 안 된다. 그런 휴양 목적의 아파트나 주택을 지인들 여럿이서 함께 어울려 장기계약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지만, 한국의 재산을 몽땅 정리하여 버리고 이민 오는 은퇴자들은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필리핀 근로자들의 급여가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여년 간 3500만명이나 늘어났으니 한정되어있는 직장에 실업자들의 경쟁이 해마다 심화되어 인금 인상의 기회가 계속 지연되어 버렸다. 국내에 살고 있는 취업 연령층들은 우선적으로 해외에서의 일자리를 찾고, 여의치 않는 경우 국내에서 최소한의 생활비(월 8천페소 정도)라도 마련하고자 노력하지만 만일 그 이하인 경우에는 취업을 포기하고 아예 집에서 쉬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가톨릭교회와 지배층들이 공개적으로는 인구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실제로는 계속 출산을 장려할 것이므로, (불리한 환경에 있는 가난한 자들의 출산은 가진 자들을 위한 노예의 생산과 같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앞으로도 물가는 상승하고 임금 상승은 저조할 것이다. 2015~2020년경에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임금이 싼 나라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봉제업 같은 값싸고 단순한 노동력이 필요한 사업이나 인력만으로 소득을 일으키는 콜센터, 해외인력 송출, 어학원, 여행사, 취업 알선업체, 마사지 샵 등의 서비스 업종들이 앞으로도 계속 유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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