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경찰 잘못 믿었다간 큰코 다쳐

새로 승진한 필리핀 국립 경찰들이 선서식를 하고 있다. <사진= 신화사>

필리핀의 교통체증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자 일부 관광 가이드들이 경찰들에게 100~200달러 정도의 사례비(donation)를 주고 관광객을 실은 버스나 차량을 에스코트 하게끔 주선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골프장 부킹 시간, 중요한 모임, 비행기 탑승시간 등에 늦기 않게 도착하기 위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경찰들은 의외로 그러한 지원 요청에 수월하게 응해준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또는 왕복으로 그 구간의 도로가 막히면 중앙선을 넘나들며, 신호도 무시하여 지나가게 해주니 거의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번 그러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보면 그 중에 질 나쁜 경찰들의 마수에 걸려들어 마약이나 여러 가지 범죄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

최근 마닐라에서 현지경찰과 관광가이드가 공모하여 한국인 여행객들로부터 거액을 갈취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필리핀 사람들조차도 경찰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참고로, 언론에 보도된 2011년 필리핀 경찰과 군인들의 부패에 관한 내용 중 미 하원보고서(The 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 for 2011)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필리핀 경찰들은 고문, 뇌물수수 및 여러 가지 불법행위들로 인해 수시로 비난받고 있다.
-많은 소송들을 통해 경찰과 군에서 시민들을 임의로 체포하고 구속하였음이 밝혀졌다. TFDP(무고한 시민 및 정치범 수용을 감시하는 단체)는 2011년 71건의 불법체포로 피해자가 97명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인권위원회(CHR)는 27건의 임의 체포로 57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46건의 불법구금으로 72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1월부터 8월까지, 경찰 238명이 여러 가지 인권침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2011년 군인권조사위에서 인권침해 사례 59건에 대해 조사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경찰과 군인들의 부패 또는 범죄행위 가담 건수가 보고된 것들만 400여건이었다. 정식조사를 받은 것이 이 정도이니 전체 25만여명의 경찰과 군인 숫자를 고려하면, 경찰·군인 625명 중에 1명꼴로 심각한 부패 또는 범죄 행위가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 알려지지 않은 작은 범죄행위까지 포함할 경우 이보다 3~4배는 넘을 것이다. 즉 경찰·군인 200여명 중의 1명은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불가원불가친(不可遠不可親)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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