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필리핀인 상대할 때 이것만은 지켜야
운전기사와 경비원
필리핀에서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부의 상징이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다. 외국인이 자가운전하다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운전기사를 평생 고용했을 때 비용보다 훨씬 큰 비용과 심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어떤 교민은 사고처리 및 피해자와 합의가 끝날 때까지 이민국으로부터 몇달 동안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적도 있다. 거의 모든 건물과 상가 및 중급 이상의 빌리지와 지배층 저택에는 무장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 치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치안범죄는 빈부격차 때문에 발생한다”는 얘기가 있듯이 필리핀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보여준다.
경비(경호)회사는 건물주인, 상가주인 또는 빌리지 관리회사와 계약 체결 후 경비원을 파견한다. 경비원들은 학력과 의식 수준이 아주 낮고(단순 무식), 월 급여도 1만페소(약 26만원)이하로 낮다. 이들은 파견 나가 있는 곳에 외부인이 무단침입하거나 식당, 술집 등에서 손님들이 행패를 부리면 소지하고 있는 총기를 사용하여 제지한다. 제지에 불응하면 거침없이 사살하기도 한다. 경비원들이 파견된 장소에서 경비, 질서유지 또는 재산보호를 위해 총기를 사용한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경비회사에서 뒤를 봐주고 사건을 해결해 준다.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망설이는 경비원은 해고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니,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보면 된다. 거의 모든 경비회사의 실제 주인은 경찰이나 군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다. 단순 무식하고 때로는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 경비원들이 제지하거나, 뭔가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낫다. 필리핀 사람들(특히 경비원, 경찰, 군인)과 상대할 때 숙지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언성을 높이거나 옥신각신 다투는 행위, 위해를 가하려는 몸짓, 화난 표정 등을 보이지 말고 최대한 빨리, 조용히 피할 것.
-“이 가난하고 무식한 자식이 감히 나를 무시해?”라고 말하거나 대응하지 말 것.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에서는 구경하거나 관여하지 말고 즉시 멀리 떠날 것. 총기사용 시 유탄에 맞을 수도 있음.
가정집에서 고용하는 가정부, 운전기사, 경비원 등은 필리핀 사회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으로 간주된다. 회사의 직장인들이나 골프장 캐디 또는 심지어 창녀들조차도 이들보다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 한다. 그래서 일반 직장인이나 가정교사에게 그들이 받는 급여의 몇 배를 준다 해도 집주인 가족과 숙식을 함께 하며 일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해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민들 사이에서도 계층이 존재하여 돈으로 흥정되지 않는 그들만의 자존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정부, 운전기사, 경비원들이 서로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흔한 것도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이들에게 필리핀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정하게 챙겨주고 배려해 주는 모습을 보이면 필리핀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지저분한 상상과 오해를 하기도 한다.
“동물은 자기와 같은 종류의 동물들 하고만 생활한다. 늑대가 양과 섞일 리 없고, 하이에나가 개와 섞일 수가 있을까. 부자와 가난뱅이도 마찬가지다.”(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