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노숙자, 매춘, 그리고 에이즈

UNICEF에 의하면 1998년 필리핀에는 120만명의 노숙자들이 있으며 이들 중 7만여명이 메트로 마닐라에 있다고 한다. 그동안 3천만명의 인구가 늘었으니 노숙자 숫자도 2012년엔 200만명이 넘어 메트로 마닐라에만 10만명 이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는 정확할 수가 없다고들 한다. 노숙자들끼리 만나 애를 낳으면 유아 사망률이 워낙 높은 탓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살다보면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노숙자들이 많은 것이다. 이들 중에 성장해서 범죄자 조직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범행 현장에서 지문이 나오더라도 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니 경찰이 찾아내어 검거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다.

새벽 일찍 도로를 지나다 유심히 보면 노숙자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인지 본드가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닐봉지를 코와 입에 대고 흡입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남자애들은 미성년자 시절부터 마약, 소매치기, 강도, 살인, 강간 등 여러 범죄로 감옥에 드나들고, 여자애들은 매춘에 의한 AIDS, 성병 등 질병을 앓는다. 그렇게 정신과 의식이 파괴되면서, 자포자기 상태로 자라게 되면 그들 주위에 있는 경계가 허술한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달려들어 해치곤 한다. 필리핀에 있는 거의 모든 가게와 건물에 무장경비원이 지키고 있고, 낮이나 밤이나 시내(특히 골목길)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어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필리핀에 처음 온 1990년대 초반 어느 날, 숙소 근처 이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과 이발하는 동안, 유난히도 친절한 이발사와 제법 많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벨이 울려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짙은 화장에 정장 차림의 웬 여자가 콘도를 지키는 경비원 한명과 함께 서 있었고, 그 여자는 필자를 보자 이름을 부르면서 무척이나 반가워하였다. 당황하여 누구시냐고 물어보는 필자에게 몇 시간 전에 이발소에서 만난 친구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필자의 머리를 손질해 주었던 그 남자 이발사가 여장(女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얼마나 놀라고 창피했던지, 경비원에게 “나는 모르는 사람이니 빨리 데리고 가라”고 호통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낮에 대화하면서 그 이발사의 목소리와 행동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고 이상하였다는 것이 떠올랐다. 다음 날, 이미 소문나서 전날 저녁의 사건(?)을 알고 있던 이웃 사람들과 경비원들이 참고하라고 해준 조언은, 필리핀에는 동성연애자들이 아주 많아 특히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데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과,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필요한 대화만 짧게 하고 냉랭하게 대하면 귀찮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필리핀에 6개월 이상 살아 본 한국인은 누구나 느끼게 되는 일이지만, 필리핀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다. 이발소나 미장원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종업원 대다수가 동성애자이고, 그들은 예능에 소질이 뛰어나서 예술감각을 필요로 하는 업계와 연예계에서 많이 활약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도 여러 명의 동성애자들이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 또는 대담 프로그램의 진행자나 보조자로서 고정코너를 가지고 필리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대체로 게이 연예인들은 일반인들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외설스럽다고 한다. 이렇듯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활보하여 파트너를 찾기 쉬워서인지 각국 동성애자들이 필리핀을 휴가지의 우선순위로 꼽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밤에 혼자 술 한잔 하러 바에 갔다가 너무나 어여쁜 아가씨를 사귀게 되었는데, 호텔에 함께 와서 도대체 옷을 벗으려 하지 않아 실랑이를 벌이다 전혀 예기치 않은 물건을 발견하고는 혼비백산했다는 실화도 필자의 손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2002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필리핀 사람들 중 11% 정도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 하는데 이는 세계적인 평균치(3%)보다 몇 배나 많아 의아스럽다.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11%는 너무 과하고 3% 정도가 진실이지 않을까 싶지만, 그들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했다는데 누군들 어쩌겠는가? 다만, 한국의 경우에는 동성애자들이 정신병자 취급과 심한 차별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자신의 性的 정체성을 감추려하기 때문에 실제 3% 정도 존재한다 하더라도 눈에 띄는 동성애자들은 0.01%도 안 될 것이지만, 필리핀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동성애자들이 쉽게 구분되고 3%는 될 정도로 눈에 자주 띈다.

필리핀 전역의 각 마을에서는 해마다 한두 차례씩 축제를 여는데, 그 기간 마을에서 가장 어여쁜 게이 선발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화려한 女裝을 하고 길거리 가장행렬의 대오에 참여하여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기도 한다. 가톨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종교에서 同性끼리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행위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해 ‘하느님의 실수’ 또는 ‘인간은 알지 못할 하느님의 어떤 계획’에 의해 탄생한 사람들로 여기며, 죄인 취급이나 정신병자 취급을 하지 않고 관대하게 포용하는 문화여서 많은 외국인들이 놀라워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게이를 ‘빠끌라(Bakla)’라고 부르고, 여자 동생애자들 사이에서 남자 역할을 하는 여자를 ‘톰보이’(머리를 짧게 관리하고 걸음걸이나 행동이 정말 남자답다), 여자 역할을 하는 여자를 ‘레스비언’이라 부른다. ‘톰보이’들은 대부분 아주 어여쁜 ‘레즈비언’들과 사귀는데 질투심이 대단해서 일반 남성들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지거나 농담을 건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동성애자들 중에는 異性과 결혼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며, 同性과 異性 어느 쪽으로든 성관계를 가지는 兩性愛子(bisexuality)를 필리핀 사람들은 ‘AC/DC(교류이기도 하고 직류이기도 한 상태)’라 부른다. 동성애와 AIDS가 반드시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지만, 매년 여러 나라들에서 성적 파트너를 찾기 위해 여행 오는 동성애자들이 끊이지 않고, AIDS와 성병에 감염되는 사람들 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으니 관련이 많을 것으로 사람들은 믿고 있다.

2012년 1월까지 신고된 AIDS 감염자는 8850명이었는데, 그 후에도 2월 한달 간 274명, 3월 313명, 4월 233명이 추가로 감염되는 등 그 수치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들이 양성판정을 받아 정부와 의료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환자만 나타내고 있을 뿐이고, 잠복기인 상태여서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병원에서 진단을 제대로 받지 않은 보균자들까지 포함하면 AIDS에 감염된 필리핀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AIDS 감염자의 경우 마닐라와 수도권 지역에 전체의 70% 가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니 창녀들과 어울릴 때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고, 병원 등에서 주사기 사용이나 수혈을 해야 할 경우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한편, 임질(gonorrhea)이나 매독(latent syphilis)과 같은 성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D)도 창녀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전염되어 해마다 수십만 명이 치료받고 있으며 감염자 수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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