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필리핀서 소송 때 이것만은 꼭 알아야

최근 필자는 필리핀에서 소송에 얽힌 2명의 교민을 만났다. 그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교민과 한국인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 실명을 밝힐 수 없기에 편의상 A씨와 B씨로 호칭한다.

A씨, B씨는 동업관계이며 마닐라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필리핀의 법적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리핀 사람들을 ‘더미주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필리핀 변호사 로하스에게는 10% 지분을 거저 주었고, 두 명의 현지인은 A씨와 B씨가 각각 자신들이 신뢰하는 사람을 더미주주로 지정했다. 더미주주는 명의만 빌려주어 실제 투자자(주주)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허수아비 주주를 일컫는다. 더미주주 활용은 필리핀 법률(Anti-Dummy Law)에 의해 처벌받는다.

한국사람들끼리의 동업계약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한국법률에 적용받는다는 조항을 넣어 상호 서명한 후 한국에서 공증을 받았다. 그런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사장인 A씨가 공금을 횡령하기 시작했고 회사 업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B씨는 자신의 더미주주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어 A씨에게 항의했으나 A씨는 오히려 B씨를 회사에서 쫓아내려 하였다. 자신의 경영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B씨의 개인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하였다.

A씨의 공금횡령과 독단적인 경영행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B씨는 어렵사리 회계자료를 확보하여 A씨를 한국검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와 B씨의 더미주주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며 회사 출입을 막았다. 등기이사인 B씨의 더미주주 로즈는 A씨와, A씨의 더미주주 그리고 로하스가 회사의 출입을 막고 자료열람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필리핀 법원에 고소했다. A씨는 로즈를 더미주주라고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

한국에서 수개월 조사 끝에 A씨는 범죄행위가 입증되어 한국검찰에 의해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고소한 사건은 지지부진하더니 어느 날 B씨는 변호사를 통해 법원 브로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씨 측에서 판결을 유리하게 내달라며 5만페소(약 120만원)를 제안했는데, 만일 B씨 측에서 10만페소를 준다면 B씨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B씨의 변호사가 그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여 구두약속을 했는데, 얼마 후에 다시 연락오기를 A씨 측에서 어떤 경로인지 몰라도 B씨 측의 10만페소 제안을 알게 되어 다시 15만페소로 높였다 했다. 그리고선 이번에는 20만 페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필리핀에서의 재판은 입찰행위처럼 돼가고 있다.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게 될 것이다. B씨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재판에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A씨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고 재판에 거액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필리핀 재판에서 승소하면 한국에서의 재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무혐의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A씨는 자기편에 서있는 로하스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로하스는 프리메이슨 조직의 간부여서 검찰과 경찰쪽에 인맥이 두터웠다. 얼마 후, 로하스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경찰을 만났다. 필리핀 경찰이 물어보았다 한다.

“A씨가 재판에 승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쓸 예정인가요?”

“20만페소 이상은 어렵다고 하는데, B씨는 그 이상 쓸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려요.”

“그럼 나에게 10만페소만 주시오. B씨를 제거해 주겠소!”

A씨는 이 말을 전해듣고 크게 망설이고 있다. 이미 두 사람간에 분쟁이 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B씨가 크게 다치거나 죽임을 당하게 되면 A씨가 사주했으리라고 의심받을 것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대들고 있는 B씨를 어떤 방법으로든 손봐줘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사건은 현재진행중이다.

위 사례를 통해 필자는 필리핀 교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한국사람들이 관련된 계약은 반드시 관할법원을 한국으로 한다는 조건을 명시하여 한국어로 작성하길 권한다. 만일 상대측이 계약을 위반하여 피해를 입었다면 한국에서 고소해야 한다. 검사가 기소한 후 증인으로 부르게 되면 왕복항공료를 포함한 교통비를 한국법원에서 지불한다. 그리고 필리핀 보다는 한국의 사법체계가 억울한 피해자를 훨씬 잘 구제해 준다고 믿고 있다.

둘째, 필리핀에서의 소송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낫다. 가해자를 고소했어도 그가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어느 순간 피해자로 둔갑하여 오히려 고소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해 올 수 있다. 또는 소송비용을 아끼려는 상대측에서 저렴한 킬러나 해결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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