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금횡령 필리핀 교민사업가에 무죄판결···“청부살인 등 불법 불러올까 겁나”

[아시아엔=편집국] 필리핀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임원이 공금 횡령을 한데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려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특히 이 판결은 기업경영에 대한 국가간 협정이나 사법체계가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범죄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란 점에서 향후 사법판결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형사단독 이아무개 판사는 지난 9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회사(오리엔트스타) 의 공금 1억5천만을 횡령한 이 회사 실제 사장 양아무개(45)씨에 대해 “공금을 개인용도로 쓴 것은 인정하지만 필리핀 주주들의 인출서명을 받아 사용한 것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영인의 임금과 개인경비를 회사 공금으로 사용하였고, 투자자들의 만장일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사용한 것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필리핀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여 그 금액의 사용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필리핀 주주들이 지출명세에 공동서명함으로써 그 비용지출을 인정했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횡령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양씨는 재판 과정에서 횡령사실과 횡령금액을 인정했으며, 횡령금액의 경우 투자자들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합의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양씨는 더미(허수아비) 주주들에게 회사의 공금을 인출하도록 지시한 후 자녀들 과외비, 집 임대료, 전기료, 아내 여행경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해 이 회사 동업자인 문아무개(50)씨로부터 고소를 당해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였다. 양씨의 횡령액 가운데 일부는 아무 증빙 없이 사용된 영업비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판결이 나자 필리핀 현지 사업가들은 “앞으로 필리핀에서 사업중인 한국인들 사이에 분쟁은 필리핀 현지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과 함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필리핀 현지 한국인 사업가들은 이번 판결이 다음과 같은 오류를 범했다고 전하고 있다.

첫째, 필리핀 주주들은 한국인 (실제)경영자가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이른바 더미(허수아비) 주주들이다. 하지만 ?필리핀은 ‘더미방지법’을 통해 외국인이 회사 설립 때 필리핀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서 설립하고 경영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특히 이 법률을 위반할 때는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형벌을 받고 투자금마저 몰수하도록 돼있다.

둘째,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불법으로 더미주주를 활용 또는 고용해 경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인의 필리핀에서의) 경영행위가 불법인데다 이들의 도움없이는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전에 (필리핀 관련 법 대신) 한국법에 따르기로 합의한 후 동업 등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필리핀 현지 교민사회의 오랜 관행이다.

말하자면, 더미방지법을 피하기 위해 한국인 사이에 불법 행위 등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필리핀 현지 법정 대신 한국의 법정에서 다투도록 사전에 협의를 맺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번 사건 피고인 양씨는 2007년 한국인 이아무개씨가 90% 지분을 갖고 10%의 실제지분을 가진 현지인 주주와 마닐라에 설립한 선원송출회사 오리엔트스타(주)에 2010년말 이씨 지분 90% 중 70%를 문아무개씨, 전아무개씨와 함께 양도받으며 다음과 같은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투자계약서는 “회사 경영은 양씨가 일임해 운영하되 주요 회사결정은 한국인 주주 4명이 만장일치제로 하고 투자계약은 한국의 법에 따른다”고 돼있다.

그러던 중 2013년 5월, 단독경영을 위임받은 양씨의 공금횡령혐의가 발각되고 두달 뒤 양씨는 한국으로 도피했다. 이에 주주 가운데 1명인 문씨가 2013년 11월 경찰에 양씨를 업무상 횡령죄로 고소해, 양씨는 2014년 6월 부산지방검찰청에 의해 업무상횡령죄로 일부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1억5천만원 횡령금액 중에서 8700만원에 대해서는 경영인의 임금으로 간주하여 불기소처분하고 6300만원에 대해 자녀 과외비, 가족 여행경비 등 개인비용으로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소했다.

한편 필리핀 현지 교민들은 “이와 같은 범죄행위 및 분쟁의 경우 한국법을 기준으로 하지 않을 경우 해결이 불가능한데도 한국법원이 현지실정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판결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교민들은 또 “양씨는 ‘회사공금 사용을 더미주주들이 허용했다’며 책임을 전가했지만 실제 더미주주들은 한국인 경영자의 지시대로만 따르는 허수아비주주들”이라며 “필리핀에서 이같은 피해를 입고도 더미방지법에 의해 필리핀에서 처벌받아야 하는 약점을 이용할 경우 피해자들은 어떤 구제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현지교민들은 “양씨가 필리핀에서는 더미방지법을 악용하고, 한국법정에서는 더미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교묘한 행태를 보였다”며 “재판부가 이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10만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교민 사업가 90% 이상이 이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민들은 “이번 판결이 교민들 간에 사업을 하는 경우 경영자가 임의로 공금횡령을 하더라도 필리핀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처벌할 수 없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마닐라 거주 한 교민은 “한국인끼리 동업중 이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들이 필리핀식으로 돈과 폭력(살인청부 등)으로 해결할 우려도 예상된다”며 “이번 사건이 그런 끔찍한 일을 가져올까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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