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한국vs필리핀, 같은 점과 다른 점?

필리핀에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국가별 순위가 2009년까지만 해도 미국인이 1위였는데, 2010년부터는 한국인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 관광객은 74만명이었고, 미국인 60만명, 일본인 35만명, 중국인 15만명 순이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국 교민들도 덩달아 증가했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 가이드, 리조트, 차량 렌트, 식당, 술집, 안마소 등의 업종들에 종사하는 교민들이 많이 증가했다. 이러한 업종들에 종사하는 기존의 필리핀 업체들은 한국인들이 경쟁 회사를 차려서 한국 관광객들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버리자, 이민청에 고소하여 한국인들의 불법 영업행위를 단속하라는 요구도 빗발치게 되었다.

소매업과 서비스업은 외국인(한국인)이 대주주가 되거나 직접 경영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현지법을 어기면서 사업을 하다가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루는 교민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어떻게든 필리핀의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 지금까지도 한국인 관광객들의 거의 대부분을 한국 교민 업체들이 챙기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관광객 1인당 평균 500달러를 소비한다 하던데, 그러면 2010년 에 74만명이 3억7천만달러를 소비한 셈이 된다. 이 중에서 거의 80% 가까이는 교민들이 챙겼을 것으로 여겨지니 2억7천만달러 정도이고 마진율 30%를 적용하면 8100만달러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관광객 관련하여 종사하는 교민들 수를 3000명 정도로 가정했을 때 교민 1인당 평균 연간 2만7천달러 또는 월 평균 약 25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이는 평균 추정치이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는 교민들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훨씬 적은 소득을 올리는 교민들도 있을 것이다.

관광객들이 필리핀에서 짧은 기간 체류하면서 보고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난한 서민들이므로 필리핀에 대한 인상은 거의 비슷하다. “생활상이 60년대, 70년대의 한국과 비슷하다. 70년대 이전에는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였는데, 한국은 지도자를 잘 만나서 잘 살게 되었고 필리핀은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서민들의 생활상은 70년대나 그보다 훨씬 이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지배층의 생활은 70년대에도 한국의 부유층보다 잘 살았고, 지금도 훨씬 여유롭게 살고 있다. 관광객들이 지배층들의 실제 생활상을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지도자가 지배층(부유층)에서만 나오는 구조이기에 지배층(부유층)만 계속 잘 살게 되고, 서민층은 항상 거의 그대로이거나 아주 미약한 성장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전쟁 중에 계층이 사라져 버렸고, 그 이후 계층에 상관없이 훌륭한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구조이기에 필리핀보다는 조금 더 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한두 사람의 지도자로 인해서 나라 전체가 영향을 받아 발전하거나 퇴보한다는 것은 그 지도자 이외의 모든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필리핀은 2%의 엘리트 지배 계층이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지도자가 되었고 다른 계층의 견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 계층만 엄청나게 잘사는 나라가 되어 있다. 한국은 70% 이상의 깨어있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한 줌(2%)밖에 안 되는 엘리트 지도계층의 과욕을 감시하고 채찍질하였기 때문에 필리핀보다는 고르게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지도자’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쓰고 있는데, 그들을 우상화함으로써 지도자의 위치에 있지 않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도자가 제시하는 그 어떤 방향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협력하여야만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고, 소수의 지배층들이 부패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층의 역할은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재차 강조하자면, 필리핀과 한국은 지도자가 아니라 시스템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발전의 모습과 결과가 다르다. 두 나라 모두 똑같이 발전은 하고 있으나 필리핀은 지배층들만 국가를 경영하는 구조여서 지배층들이 거의 대부분의 몫을 가져가는 것이고, 그래서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형편없이 가난한 것이다. 그와 달리, 한국은 여러 계층들이 섞여서 국가를 경영하는 구조여서 분배가 필리핀보다는 조금 더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지배층들은 필리핀의 지배층들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불안정하다.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고 서민층이나 중산층도 언제든지 지배층이 될 수 있는 역동적인 사회이다. 필리핀의 지배층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안정적이다. 부자가 몰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서민층이나 중산층이 지배층이 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사회이다. 몇 년 정도의 필리핀 생활만으로도 필리핀 지배층들의 생활수준과 의식수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며칠 놀다 가는 관광객이 필리핀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첫인상이 ‘가난한 필리핀’이어서인지 필리핀의 모든 것들을 무시하려는 경향도 관광객들에게서 보인다. 공항에서 입출국 수속하면서 공무원들과 큰 소리로 다투는가 하면, 심지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안방에서나 할 만한 지나치게 편한 복장과 행동을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이나 식당에서 하며 객기를 부리는 사람들도 보았다. 어린 자녀들이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버릇없이 행동해도 “기죽이지 말라”며 나무라거나 제지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은 평균적으로 한국인들보다 잘 사는 나라에 가면 오금 저려 기도 못 펴고 조심하며 관광할 것이 분명하다.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천민자본주의와 천박한 군사문화(상명하복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인들에게서 그러한 태도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몰상식하고 천박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 하니 다행이다. 여행사들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필리핀의 지배층들 가까이 데려가지 않고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만 다니고 있는 것도 당분간은 다행일 수 있겠다.

3 comments

  1. 국민소득 증가율이 몇 배가 넘는데 그걸 고려 안 한 어이없는 기사 비판했더니 글을 지워버리는구만. 우리보다 배나 잘살던 필리핀이 지금은 거지국가로 불리는데 빈부격차가 무슨 상관인가? 두 나가의 중산층만 비교해도 답이 나오고 필리핀의 국력만 봐도 우리나라와는 상대가 안 되는데 이게 정상적인 기사라고 써놨나. 나 참 어이가 없네.

  2. 이건희 사망기사 오보 보고 웃겨서 들어왔는데 이 기사도 웃기네요.
    빈부격차는 둘째치고 국민소득 변화만 봐도 이런 소리 못 합니다.
    1960년도 필리핀 국민소득은 우리나라 보다 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30프로도 안 되는 나라인데 지도자가 무의미하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아무리 빈부격차가 큰 나라라도 중산층은 있고 두 나라의 중산층
    생활수준을 비교하면 천지차이입니다. 이 기사 같은 주장대로면 모든
    나라의 수준차이를 비교할 수가 없는 어거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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