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일본을 우리의 우방으로 만들어야 한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에 귀화한 일본인이 있었다. 본시 사야가(沙也可), 모하당(慕夏堂) 김충선 장군이다. 그는 일찍부터 문화가 있는 조선을 흠모하고 풍신수길의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였는데 조선에 와보니 집집마다 서책이 있고 피난 중에도 부모를 모시고 피난하는 백성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귀화하였다고 한다. 그의 호가 모하당인 것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호사카 유지 교수가 왜 한국으로 귀화하였는지는 궁금하였는데 이제 조금 궁금증이 풀렸다. 독도문제를 다루는 시사토론에서 방청석 가운데 한 여학생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정치적 쇼였다”고 발언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 이명박의 공과에 대해서 비판하는 정서가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의 의의를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도 이 비슷한 생각을 내뱉는 것을 보고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이런데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류의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호사카 유지가 가장 정확하게 일본의 속셈을 지적하고 경고하고 있었다.?호사카 유지는 실로 이 시대의 김충선이라 할만하다.
아베가 독도를 둘러싸고 한국인의 감정을 건드려 이를 군사력 증강의 빌미를 삼고 종내는 헌법 개정을 하려는 책략을 부리고 있으니 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용한 외교‘를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할 것인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실효적 지배’라는 군소리가 왜 붙는가? 부랑자가 내 아내를 노리는데도 “실효적으로 내 아내이니 대꾸할 것이 없다”고 할 것인가? 그냥 “독도는 한국 영토이다”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마디도 더할 것이 없다. 이런 기본부터 잘못하고 있으니 이 상황에 오게 된 것이다.
일본이 “독도는 한국이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외교청서, 방위백서, 교과서 작성 지침에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상의 선전포고로서 국교를 단절할 수도 있는 엄청난 도발에 해당한다. 당장 주일대사를 소환하고 주한대사를 추방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과 일본이 이런 극단적 대치상황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에 버금가는 자세이다. 아베는 이런 뜻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정치적 쇼’라는 비아냥은 정부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이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영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6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에 아베는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90%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고 한다. 아베 등은 이와 함께 “위안부 문제는 없었다” “남경 학살은 없었다” “태평양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었다” 등의 테제를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세뇌시키는 것이 우익의 일본 장악에 가장 강하고 지속적인 추동력을 갖는다는 계산이다. 이는 마치 싱가포르에서 “중국인이 90% 이상이 되어야 안전이 보장된다”는 이광요의 생존전략을 연상시킨다.
일본은 우방(友邦)인가? 우방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지정학적으로 우리에 주어진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