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 칼럼]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한국경제 미래 있다
우리는 매순간 상품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비누, 옷, 구두, 휴대폰, 컴퓨터 등 우리가 소비하지 않고 살아가는 순간은 없다. 심지어 잠자고 있을 때조차 알람시계, 침대, 잠옷 등을 소비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는 구매 행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구성이 긴 상품이라면 소비의 기간이 길 것이고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상품도 있다. 이러한 소비 행위 덕분에 기업은 이윤을 남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은 우리 삶의 터전
그러나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혜택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기업의 혜택을 받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상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나아가 이 세상에서 기업이 생산한 물건이 모두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원시인이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식당 주인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때, 손님들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이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란 일자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를 운영하는 세금의 원천이기도 하다. 기업도 세금을 내고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세금을 낸다. 그 돈이 국민들의 안전과 생활의 편익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내가 “기업은 우리 삶의 터전이며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렇게 보면 한 기업의 창업주 또는 경영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여기서는 편의상 기업가라고 부르자) 기업가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린다.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도 달려 있다. 그래서 기업가의 어깨는 늘 무겁다. 최종 결정권자의 외로움과 고독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창업자들이 차라리 종업원으로 있으면서 월급 꼬박꼬박 받을 때가 좋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 너무 호의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심한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분식회계, 배임횡령, 일감 몰아주기, 불법증여, 허위공시를 이용한 주가조작 등의 단어가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 기업가의 부정을 너무 오랫동안, 자주 들어오다 보니 이제는 그런 사건이 터져도 그러려니 하고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들도 많다. 사실 바로 그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기업가의 중요성을 먼저 말한 것이다.
박태준·유일한처럼 존경받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기업가의 부정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존경 받는 기업인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나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만든 박태준 명예회장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인적으로 깨끗했고 사회에 공헌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 자체로 이미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공헌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을 깨끗하게 경영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존경 받는 기업가가 많아질수록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밝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이 자본주의사회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은 이 체제를 돌아가게 하는 중심이다. ‘기술이 중요하다. 지금은 지식기반경제 사회다’라고 하는 것도 자본의 바탕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자본이 없는 기술은 그냥 기술이고, 지식은 그냥 지식일 뿐이다. 자본과 결합을 해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주식회사다. 자본주의의 중심이 자본이라면 주식회사의 근간은 신뢰다.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가가 많다면, 그래서 기업가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면 기업가가 기업을 만드는 필요한 자본을 모으기가 힘들어진다. 달리 말하면, 생길 수도 있었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수백만이라고 해도 그 액수는 많지 않다. 매일 증권시장은 외국 자본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이다. 외국 자본이 매수하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반대면 하락한다. 이는 우리가 서 있는 ‘한국의 자본주의사회’가 외국자본의 판단에 따라 휘청거릴 수 있는, 기반이 매우 부실하다는 증거다.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자본을 모으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뢰가 바탕 돼야 한국경제 미래 밝아
나는 “주식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줘야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세금을 걷어서 복지에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는 투기와 같다며 증권시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분들도 투자자라기보다 투기자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겨우 6개월 투자를 해놓고 장기투자라고 우기기도 한다. 주식투자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나친 탐욕과 공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신뢰에 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자를 믿지 못하니까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지 못하고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주식회사의 약속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한다. 지난 25년간 주식시장에서 투자해 오면서 수많은 기업과 기업인을 만났고 공부했고 공장을 탐방하며 그들이 생산해낸 제품과 서비스를 보면서 소통해왔다. 내린 결론은 약속과 신뢰이다. 그리고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것은 존경 받는 기업가의 전제 조건이다.
무한 경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치열한 경제 상황에서 ‘존경받는 기업가’라는 해법은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여겨질 수 있다. 나 역시 존경 받는 기업가가 한국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자본시장이 튼튼하고 든든하게 기초를 받쳐주지 못하면 장기적인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업과 투자자는 동반자이다. 서로 이렇게 인식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을 돈 내고 돈 먹기라고 인식한다면 자본시장의 발전은 없다. 동반자 관계가 성립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신뢰이다. 투명한 경영과 원활한 소통은 신뢰의 바탕이다. 그러면 투자자들도 정말 투자다운 투자를 할 것이고 더 많은 자본이 기업에 제공될 것이다. 이것이 기업과 자본의 선순환 관계이다. 선순환이 시작되면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 사업을 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강조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을 열심히 단련해도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지는 않는다. 또 기본이 부족해도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다. 기본이 없으면 장인의 경지에는 이를 수 없다. 한국의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금이라도 자본시장이라는 기본을 다잡지 않으면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디더라도 신뢰를 지키는 기업가를 존경해주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퇴출되는 제도와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