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 22] ‘차트’에만 의존하면 쪽박차기 십상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발달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미국의 주요 현대사를 배경으로 서서히 성장해가는 영화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은 제대 후에 군대에서 상관이었던 중위와 새우잡이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곧 새우를 많이 잡으면서 돈을 좀 벌게 된다.
그런데 새우잡이를 그만둘 때쯤 주인공은 일을 해서 번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되어 있다. 돈을 관리하던 중위가 주식투자를 했는데 엄청난 수익이 난 것이다. 중위의 말에 따르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액수였다.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중위님이 사과농장에 투자했다나 봐.”
도대체 어떤 사과농장이기에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큰 수익을 안겨준 것일까. 영화에는 주인공이 ‘사과농장’에서 보낸 우편물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봉투에는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이 그려져 있다. 영화에서 보신 대로, 혹은 짐작하시는 대로 사과농장은 ‘애플사’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억세게 운이 좋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도망가던 주인공은 다리에 차고 있던 보조기구가 부서지는 덕분에 보조기구가 필요 없음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총알을 맞기도 하지만 엉덩이에 절묘하게 박혀서 큰 부상은 입지 않는다. 탁구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 핑퐁외교를 위한 선수로 발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복이 좋아서 현명하고도 정직한 사람과 동업을 한다.
혹시 여러분은 주인공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해서도 안 되고 자신이 잘 모르는 사업에 투자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사업이란 업종을 뜻한다.
약간 무리한 비유인 듯도 하지만 기업과 업종도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신생아, 신생기업, 신생업종은 연약하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청년기에는 체력이 좋아서 몸살도 잘 앓지 않는다. 노년기는 조금 다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대부분의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몇몇 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노련한 신생아로 거듭나기도 한다.
몇몇 특별한 사람을 빼고는 딱 보면 얼추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업종은 딱 봐서는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시름시름 앓고 있더라도 일시적인 감기인지 노년기라서 그런 것인지 알려면 기업은 물론이고 업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와 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심히 경영하고 일해도 업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다.
업종의 전망이 좋다고 해도 섣불리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도 유행에 민감한데, 무슨 테마가 좋다고 하면 불나방처럼 날아든다. 찬란한 불꽃이 자신의 무덤인 줄 모르는 것이다.
필자도 IMF 사태 이전에는 불나방 같은 짓을 심심찮게 했더랬다. 그저 주식을 사고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 주식투자의 전부인 줄 알던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한창 컴퓨터 산업이 기세 좋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했다.
‘컴퓨터와 관련된 걸 만드는 곳’이라서 투자했는데 독자적인 기술도, 경쟁력도 없는 기업이었다. 투자의 결과는 짐작하시는 대로다. 애플을 사과농장이라고 오해한 주인공처럼 어이없는 수준은 아니어도 ‘○○를 만드는 회사’라는 것 정도만 알고 투자하는 경우는 흔하다. 원재료를 어떻게 조달하는지, 수입인지 혹은 국내산인지? 어떤 기술이 핵심역량인지,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기술은 없는지? 유통과 판매는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등등을 알아야 한다.
수익을 내는 방법도 파악해야 한다. 정수기처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구조인지, 유통업체와의 관계가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인지도 알아야 한다. 모르는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나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한다. 알지도 못하는 곳에 내 돈을 맡기고 수익이 나기를 기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물론 주식시장에는 이따위 공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업종도, 기업도 필요 없고 오로지 차트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단타에 치중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의 가치가 반영된 주가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차트인데,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차트는 참고자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온갖 그럴듯한 이름의 기술적 분석이 있는데 이 틀에 따라 과거의 지표를 분석하면 딱딱 들어맞는다. 그 정도 적중률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투자자는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어야 할 텐데, 아직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