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25] 재무제표 정확히 읽는 법부터 배워야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기업의 돈이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정리한 것이 재무제표다. 다들 재무제표쯤은 보고 투자한다고 말하지만 식당의 숟가락을 세듯이 자세하게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재무제표를 봤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열 건 이상의 공시를 봐야 한다. 연간 4번 공시가 나오고 최소한 3~4년 치는 봐야 하니까 그 정도는 된다. 간단하게 정리된 것만 쓱 본 걸 가지고 재무제표를 봤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식당의 주인이 황금 숟가락을 수저통에 몰래 넣어두었을 수도 있고, 옆 식당에서 빌린 숟가락을 가져다두었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실제로 재무제표는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조정이 가능하다. 분식회계가 아니라 ‘합법적인 경영상의 이유’로 조정하는 것이다. 모든 학습의 기본이 ‘왜?’라고 묻는 것이듯, 돈의 흐름을 볼 때도 ‘왜’라는 질문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매출이 늘었다면 왜 늘었는지, 매출은 그대로인데 이익이 줄었다면 왜 줄었는지 옆집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재무제표 읽는 법을 배워야 하고 해당 업종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조업체에 부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 빚이 없으니 좋은 것일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업종이 막 성장하는 추세에 있고 호황기라면 빚을 내서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는데도 생산설비를 늘리지 않는다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란다. 이런 부분만 다룬 책들도 많다. 책 한두 권만 보고 공부를 마치는 분은 곧 ‘주식투자 불가론’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발행주식 수로 나눈 것이 주가이고 그 기업의 가치를 가장 기본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재무제표다. 사실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 공부조차 하지 않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별도의 공부를 한 다음 잘근잘근 씹듯이 재무제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믿고, 특히 주의해야 할 점들만 짚어보자. 투자 결정의 마지노선쯤 되는 부분이니 꼭 살펴보기 바란다.

2013년 금융감독원은 상장폐지되기 2년 전부터 기업들이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즉 여기에는 △대표이사 또는 최대주주의 변경 △관련 없는 분야로 목적 사업 수시 변경 △자기 자본의 61%를 타 법인에 출자 △공급계약 공시 후 철회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이 공통점은 누가 봐도 좋게 봐주기가 어렵다. 기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가능한 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하나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다. 영업을 못했으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상황이 안 좋은 기업이 BW나 CB를 발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자금 조달을 항상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합리적인 결정이다. 중요한 것은 발행의 이유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성장을 위한 투자인지 알아야 한다.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투자자가 발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동의해줄 수는 있다. 발행 목적에 동의한다면 투자하고 아니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동의한다면 투자를 지속하고 아니면 철회해야 한다.

“그래도 저 경영자가 기업을 이만큼이나 일궜는데 나보다는 잘 판단하겠지. 그리고 저 회사에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저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인데, 나보다는 낫겠지?”

동의하지는 않으면서도 그 기업에 미련이 남을 때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하거나 지속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난 뒤에 보니 ‘능력 있는 경영자와 똑똑한 직원들’의 결정이 맞았다. 기업은 크게 성장했고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여러분은 쾌재를 부른다. 역시 그들을 믿은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며 기뻐할지도 모른다. 빨갛게 불어난 수익을 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경우 ‘빨간 수익’은 경고등으로 보인다. 기업을 믿어주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판단이 아니다. 판단의 권한을 넘긴 것일 뿐이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은 스스로의 생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가 양호하다는 분석을 내놔도 여러분이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결정이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따라 투자를 한다면 영영 평온한 마음을 가진 투자자는 되지 못한다. 물론 기업의 결정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믿어주는 것이 미덕이지만 투자를 할 때는 사사건건 의심하는 것이 미덕이다.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의심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투자의 과정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에 1~2년 정도 지켜보는 것 역시 의심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의심을 제거한 뒤에야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숫자를 자주 접하지 않는 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재무제표는 암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도 익숙지 않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시중에 떠도는 정보보다 재무제표에 숨어 있는 정보가 더 정확하다. 여러분이 수험생처럼 파고들다가 발견한 정보야말로 다른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한 황금 숟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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