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30] 자본시장 잘 알면 ‘돈 걱정’ 덜한다

자본시장의 생리와 원리를 꿰뚫면 돈 걱정을 훨씬 덜게 된다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 저금통이 아이고 무거워.”

이렇게 시작하는 조금 오래된 동요가 있다. 물론 지금은벙어리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 장애인 차별로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노래말처럼 예전에는 빨간 돼지저금통이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다. 처음 동전을 넣을 때는 저금통을 꽉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겠지만 ‘아이고’ 소리가 나올 만큼 무거워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커터 칼 하나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돼지를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고 그 유혹은 컸다.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 쓰며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

알뜰하게 아껴 저축을 하면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착한 어린이’가 된다는 결론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참 엉뚱하다. 저축을 권장하는 사회였고 당당하게 권장할 만큼 이자도 높았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은행이자율은 18% 수준이었고 후반에도 15% 정도는 되었다. 높은 안정성을 감안하면 전 국민이 워런 버핏보다 나은 투자수단을 가졌던 셈이다. 요즘은 저축의 장점이라고 해봤자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어디서나 편리하게 인출할 수 있다는 정도이고, 그냥 금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댁의 자녀는 경제교육 하고 있습니까?

세상은 이렇게 달라졌는데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돈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알뜰살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않도록 한다,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기능을 보고 구매하도록 권한다, 매주 용돈을 줌으로써 지출계획을 스스로 짜게 한다.’

딱 이 정도 수준이다. 물론 돈을 아껴 쓰고 계획성 있게 지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요를 부를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다. 내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당신 자녀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삶을 꾸려갈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살려면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그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경제교육이다. 나는 당신과 당신의 자녀가 자본주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자본주의를 배웠다. 배우긴 했는데 고등학교에서 수박 겉핥기로 배운 정도다. 책 몇권 읽었다는 사람들 역시 수박에 대한 논평은 할 수 있을지언정 달디 단 과육을 맛보지는 못했다. 자본주의를 체험하지 못했을 뿐더러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정교육은 아이들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혜택에서 멀어지도록 유도한다. 자본주의에 대해 모르거나 이론적으로만 아는 부모들은 그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고 가르칠 뿐이다. 전국의 경쟁자 중 상위 몇 % 안에 들어야 단지 월급만으로 잘살 수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지는 비밀이다.

일상에서 자본주의 원리를 깨우치게 하라

자본주의를 이해하게 하는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고 할 때 당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두꺼운 책이나 학원을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경제교육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이니 너무 어렵게 생각할 건 없다. 자본주의는 우리 경제의 기본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가계, 기업, 국가라는 3요소가 서로 어우러지며 작동하고 있다. 그중 핵심이 기업이다. 그러니 기업의 원리를 아는 것이 곧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기업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투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하자. 아이가 간절하게 원하는 장난감을 그냥 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장난감이 어떻게 생산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진열되었는지를 함께 공부해볼 수 있다. 해당 장난감 회사가 상장되어 있다면 금상첨화다.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몇 주를 사준다. 그런 뒤 장난감을 사는 행위와 주식의 관계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중고교생이라면 온라인 PC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사주면서 게임을 하는 행위와 기업이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공부해볼 수 있다.

저녁 밥상의 주제가 늘 수학성적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틈만 나면 친구들과 PC방으로 달려가는 고딩 자녀에게 요즘 신작 게임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돈 걱정 말고 돈 생각을 하게 하라

한창 예뻐지느라 바쁜 중학생 딸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을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어떤 회사 화장품이 좋으니?”“너희 회사 신작 게임 잘 나왔어?”“아이디어 있으면 주주제안 좀 하지 그래.”

단순한 소비자에서 기업의 주인으로서 장난감, 화장품, 게임을 생각해보게 할 수 있다. 최소한 청소년의 화장을, PC방을 사회악으로 여기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조금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기업을 잘 아는 사람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어렸을 때 기업을 통해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기업의 성과를 함께 나눈다면 적어도 당신의 자녀는 돈 걱정에서 벗어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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